
신영증권은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현재 기준 신영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총 발행 주식의 51.23% 수준이다. 신영증권은 1994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 및 보유가 허용된 이후 2022년 9월까지 보통주 343만 825주와 우선주 537만 93주를 장내에서 직접 매입했다. 2024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자기주식 규모는 현재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보통주 842만 2754주 가운데 526만 2283주가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전환된 물량이다.
신영증권의 자사주 규모가 급증했지만 소각 사례는 없었다. 자사주 처분 사례는 우리사주조합 출연(1996~1997년)과 임직원 성과보상(2015~2025년)으로, 이에 사용된 물량은 총 37만 8164주(보통주 27만 354주·우선주 10만 7810주)로 전체 취득 물량의 약 4.3%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3월 6일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영증권도 자사주 소각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는 자사주를 취득한 때 그날로부터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상법이 개정되기 전 취득한 주식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의 당기순이익 변화 없이 분모인 총 주식수가 감소하므로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상승한다. 자사주 소각 발표에도 신영증권 주가 흐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사주 소각 발표 장중 한때 22만 원대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18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신영증권의 52주 최고가는 29만 6000원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계획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소각 후에도 여전히 19.22%를 자사주로 보유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피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상법 제 341조의 4에 따르면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우리사주제도 실시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신영증권은 잔여 자사주에 대해 취득 목적에 따라 주주환원 및 주주가치제고 또는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잔여 주식 가운데 임직원 보상 목적을 포함한 자사주는 102만 7780주다. 전체 발행 주식의 6.25% 규모이다.
신영증권은 직원 보상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경영상 목적에 따라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신영증권은 또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상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배구조 측면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자사주가 있는 것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신영증권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주 명단을 보면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의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은 20.51%이지만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 기준 지분율은 42.0%까지 높아진다.
승계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1933년 1월생으로 93세인 원국희 명예회장은 발행주식 기준 10.42%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다. 유통주식 수 기준 지분율은 21.3%에 달해 그의 지분이 다음 세대로 증여될 경우 증여세 등 관련 비용으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감소할 수 있다.
통상 지배주주 일가가 30억 원을 초과하는 지분을 증여하면 지분 가치의 약 60% 수준의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된다. 6월 17일 기준 원국희 명예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3299억 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1979억 원을 세금으로 납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주식으로 물납할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12.8%포인트(p) 하락한 29.2%로 20%대로 내려앉게 된다.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사주가 있으면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다. 다만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흔들릴 때 우호세력에 지분을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지배력 유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포함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향후 자사주가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될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원국희 명예회장의 아들 원종석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원종석 회장은 199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이후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신영증권은 경영권 승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고민스러울 듯하다”면서 “(승계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려면) 임직원보상을 위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지급하는 방식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신영증권의 자사주 소각은 원칙적으로 환영받을 만한 일”이라면서 “이번에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에 대한 계획이 향후 확인되면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다른 곳도 전량을 소각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분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 발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