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6월 15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을 마친 직후 조정 불성립을 선언했다. 5월 13일까지 총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고 합의를 시도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조정기일 직전 법원에 도착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2년 2개월 만에 법정에서 대면하는데 심경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조정이 잘 성립돼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한 뒤 입정했다. 그보다 앞서 도착한 노 관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정식 변론기일을 오는 6월 26일로 지정했다. 양측은 향후 재산 분할의 규모와 방법, 기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양육 등 가사노동을 도맡으며 경영을 뒷받침한 만큼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7년 최태원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소송전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1심은 최 회장의 SK(주)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고,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과 노소영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보아 SK(주)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항소심에서는 재산분할금이 1조 3808억 원으로 늘어났다. 부부 공동 재산으로 산정한 4조 115억 원 중 35% 수준이다. 위자료는 20억 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2025년 10월 대법원은 재산분할금을 1조 3808억 원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비자금이 불법 뇌물 성격의 자금이라면 설령 이 자금이 SK로 흘러들어갔다 해도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로 참작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20억 원은 원심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취지대로 비자금 항목을 노소영 관장의 기여 내용에서 제외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따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 측은 비자금 외 SK의 성장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다른 근거를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산분할 기준 시점에 대해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기준일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주) 주식 가치가 달라진다. 기준점을 이혼소송 사실심(2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할지,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의 변론 종결일로 할지가 관건이다. 2심 변론 종결일 기준 SK(주) 종가는 16만 원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액은 2조 700억 원대였다. 올해 6월 17일 기준 SK(주) 종가는 70만 8000원으로 4배 이상 상승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가액은 9조 원이 넘는다.
앞서의 변호사는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시점 이후에는 부부가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탄 이후 변동된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이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관련 형사적 책임이 아닌 개인사 법적 공방인 만큼 최태원 회장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며 “재산분할금 규모가 원심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고, 그룹의 재무 여건도 2년 전보다 훨씬 호전되어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험은 낮다”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