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8일 개봉하는 영화 ‘살목지’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촬영된 로드뷰 업데이트를 위해 저수지로 나선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심령 스폿’으로 더 알려진 실제 저수지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현실 공간이 가진 서늘한 기운을 스크린 위로 끌고 오며 익숙한 풍경을 낯선 공포로 뒤집어놓는다.
극 중 김혜윤은 하루 안에 반드시 로드뷰 재촬영을 끝내기 위해 촬영팀과 함께 살목지로 출장을 가게 된 PD 수인을 연기했다. 현실에 지치고 찌들어 있지만 제 할 일은 해내야 하는 현실 직장인의 면모와 함께 공포영화 주인공다운 미스터리함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초반에는 삶의 피로가 켜켜이 쌓인 얼굴로 등장하지만 사건을 겪으며 미세하게 흔들리고 변해가는 내면을 차근차근 드러내야 했다.
“이상민 감독님께서 수인이는 원래부터 물에 대한 공포감을 가진 친구라고 하셨어요. 물을 보면 살짝 트라우마를 느끼기도 하고요. 또 수인이를 연기할 땐 최대한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길 바라셨어요. 초반에 삶에 찌들고 지쳐있다는 것을 눈빛으로 보여주지만, 사건이 벌어지면서 조금씩 변화하죠.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 그런 변화하는 모습을 절제된 눈빛으로 담아내려 노력했어요.”

“제가 다 알면서도 영화를 보며 정말 깜짝 놀랐던 부분이 예고편에도 나왔던 물수제비 장면이었어요(웃음). 현장에선 아무 것도 없었는데, 다시 날아오는 장면이 나중에 CG 처리됐던 거였거든요. 그 부분에서 진짜 너무 깜짝 놀랐죠. 또 배우들과 이미 합을 다 맞췄는데도 촬영하며 놀랐던 건 분장이나 그 현장에서 주는 공포감 덕이 컸던 것 같아요. 시체나 귀신 분장은 시나리오로 표현이 돼 있어도 실제로 보는 충격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분장을 다 한 모습이 진짜 충격적이더라고요(웃음).”
이처럼 현장이 주는 특수성 덕(?)인지, 공포영화의 촬영 현장은 대부분 작품만큼이나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하곤 했다. 현장에서 심령 현상이 일어나면 그 작품은 대박이 터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업계에 퍼질 정도다. ‘살목지’ 현장 역시 공개 전부터 예비 관객들을 소름 돋게 만든 ‘꼬마 귀신’ 이야기를 비롯해 몇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는 게 김혜윤의 이야기다.
“저희 화장실 가는 길이 정말 암흑이었는데 자꾸 돌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같이 가주신 스태프님한테 말씀드리면 둘 다 소리 지르며 뛰어갈 것 같아서 말을 안 했는데, 나중에 현장 돌아왔더니 다른 분이 ‘화장실 갈 때 돌 부딪치는 소리 안 나?’하시는 거예요(웃음). 또 스태프님 중 한 분은 실제로 귀신을 보셨어요. 저도 보고 싶어서 촬영 쉬는 시간마다 저 멀리 산을 쳐다보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저한텐 안 보이더라고요(웃음).”

“진짜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아무래도 무서운 걸 보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당연히 계실 텐데, 저도 시사회 끝나고 무대인사를 갔더니 객석에 앉아 계신 제 팬 분들 중에 울상이신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웃음). 정말 울기 직전의 표정을 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너무 감사하고 또 죄송했어요. 제가 공교롭게도 공포영화를 찍게 돼서 팬 분들께 무서움을 안겨 드렸으니 감사하고, 죄송하고, 계속 그런 마음입니다(웃음).”
‘살목지’ 개봉을 앞두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혜윤은 현재 윤경호와 호흡을 맞추는 코미디 영화 ‘고딩형사’ 촬영에 한창이다. 또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SBS 금토드라마 기대작 ‘굿파트너2’로 안방극장도 찾을 예정이다. ‘SKY캐슬’, ‘어쩌다 발견한 하루’, ‘어사와 조이’, ‘설강화: Snowdrop’, ‘선재 업고 튀어’ 등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거치며 쌓아온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그만의 다짐을 이어나가고 있는 행보다. 공포영화 ‘살목지’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인 김혜윤은 이 분기점에 서서 다시 한 번 변화를 향한 방향을 분명히 했다.
“제 말투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모두 다르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제까지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더 해보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전과 비슷한 느낌을 선택하면 어느 한 캐릭터에 국한되는 느낌이 들어서요. 몇 년 전에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제게 있어서 연기나 작품은 일기장인 듯해요. 한 작품마다 이 나이 때의, 그 당시의 김혜윤이 할 수 있는 표현력을 영상으로 남기는 기분이거든요.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을 일기장처럼 남겨 가며 최대한 다양하게, 색다르게 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