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이알스튜디오는 2016년 1월 설립됐다. 디지털 휴먼과 가상 세계를 제작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실감형 콘텐츠, 메타버스, 콘솔게임 등의 사업을 영위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간송미술관인 보화각을 VR(가상현실) 콘텐츠로 구현하면서 주목받았다. 보화각 VR은 동대문 DDP에서 개최된 ‘간송 문화전’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 2017년 10월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보화각 VR 체험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브이알스튜디오의 최대주주는 영화 '기생충' 제작사로 알려진 바른손이앤에이다. 윤용기, 김재환 이브알스튜디오 각자대표도 지분 1.58%, 1.15%를 각각 가지고 있다. 윤용기 대표는 엔씨소프트(글로벌 아트 매니저), 엑스엘게임즈(개발이사), 바른손이앤에이(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김재환 대표도 엔씨소프트(프로젝트 매니저), 엑스엘게임즈(프로젝트 매니저) 등에서 재직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한때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회사였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코로나19 사태로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을 때 인지도를 높였다. 글로벌 통계 전문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021년 36조 원(약 307억 달러)로 전망하고 2025년에는 355조 원(2969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2022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 당시 김재환 대표이사는 “프리IPO 투자 유치를 통해 이브이알스튜디오의 높은 기술력을 평가받고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해 프리IPO에는 제일기획, LG전자, 신영증권 등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눈길을 끈 곳은 제일기획이다. 제일기획은 직접 투자를 통해 이브이알스튜디오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일기획이 175억 원을 투입해 확보한 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는 115만 주로 전환이 가능했다. 이는 2025년 말 기준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제일기획이 전환사채를 이브이알스튜디오 지분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인 바른손이앤에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69만 269주를 웃돈다.
당시 제일기획 측은 “글로벌 광고시장이 메타버스 콘텐츠 시장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제일기획의 메타버스향 콘텐츠 제작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은 이브이알스튜디오의 상장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투자 유치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이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6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133억 원의 손실 폭을 축소했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적자가 수년 간 지속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자본잉여금으로 409억 원을 쌓았으나 대규모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지난해 기준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266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낮아짐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비즈니스 및 사업투자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브이알스튜디오도 메타버스 사업이 위축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면서 “메타버스 대신 게임 개발에 주력했으나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추가 운영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게임 판매 계약까지 무산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브이알스튜디오의 파산으로 제일기획은 투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제일기획은 전환사채 만기인 2025년 5월 15일에도 이브이알스튜디오가 원금 및 이자를 미상환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제일기획도 이를 반영해 이브이알스튜디오의 공정가치를 ‘0원’으로 계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브이알스튜디오의 경영 악화 심화, 감사 의견거절 등으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전환사채 전액을 지난해 1분기부터 평가손실로 반영했다”면서 “향후 이브이알스튜디오 관련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재무적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