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끊고 두 번째 살인 저지른 뒤 경찰서 찾아와 자수…“당연히 반성 안 하지” 계산된 발언이란 분석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하고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 “당연히 반성 안 하지” 등의 발언을 하는 강윤성의 모습에 시민들을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강윤성은 희대의 살인마일까, 아니면 교도소에서 범털이라도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자포자기 한 잡범일까.
#전과 14범으로 수형 생활만 27년
법무부에 따르면 강윤성(56)은 전과 14범으로 이 가운데 8번은 실형을 살았다. 열일곱 살이던 1982년 특수절도로 처음 수형 생활을 시작해 꾸준히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17세 이후 지금까지 40년 동안 실형 23년, 보호감호 4년으로 수형기간이 무려 27년이나 된다.
1982년, 1986년, 1989년, 1992년에 절도로, 1997년에는 길 가던 30대 여성을 인적 드문 곳으로 끌고 가 폭행한 뒤 금품을 갈취하고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당시 징역 5년을 받고 2005년 4월에 풀려난 강윤성은 불과 다섯 달 뒤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 자동차 안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협박하며 금품을 빼앗고 강제 추행한 것. 게다가 8월에서 9월 사이 30여 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30여 건의 강도 범죄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로 인해 2005년 징역 15년 형을 받고 수감된다. 다시 풀려난 게 올해 5월 6일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5년)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3개월여 만에 다시 두 건의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두 건의 성폭행 범행을 저지른 전과 14범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였음에도 강윤성은 일대일 보호관찰대상이 아니었다. 법무부 기준으로는 성폭행 전력 3회 이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만 일대일 보호관찰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27년 동안 수형 생활을 한 강윤성은 교도소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강윤성과 함께 수형 생활을 했다고 밝힌 제보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방장 말도 따르지 않고 대장 노릇을 하려는 외곬 성향으로 자기 의견을 안 따르면 꼬투리를 잡아 결국 자신의 의견대로 가도록 했다”며 “해박한 법률 지식을 과시했는데 문제만 생기면 교도소와 교도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걸어 교도소를 자주 옮겼고,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소 강윤성은 ‘나는 독방에서 그런(법률) 공부만 했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만큼 법률 지식이 풍부했다고 한다. 이번 살인 사건은 국선변호인이 지정되는 사건이지만 강윤성은 이를 거부하고 재판에서 직접 스스로를 변호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걷어차며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
체포 과정부터 남달랐다. 강윤성은 8월 27일 오후 5시 31분께 서울 송파구 신천동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전자발찌를 끊기 전인 26일 오후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것으로 보이던 그는 29일 오전 3시 30분 무렵 두 번째 살인을 하고 4시간 30분 뒤인 오전 8시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해 긴급체포됐다. 강윤성이 경찰서에 타고 온 차량에는 두 번째 살인사건의 시신이 실려 있었다.
강윤성은 8월 31일 오전 9시 40분 무렵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섰다. 취재진이 몰려들며 질문 세례가 쏟아졌는데 그는 답변 대신 “보도나 똑바로 해라” “기자들이 보도를 엉터리로 하니까,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지” 등의 발언을 했다. 아니,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송파경찰서를 떠나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강윤성은 “피해 여성을 왜 살해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대신 방송용 마이크를 왼발로 걷어차 버리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욕설을 내뱉은 그는 “보도나 똑바로 해 XX들아”라고 소리를 지른 뒤 법원으로 들어갔다.
11시 20분을 조금 넘겨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나온 강윤성은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고 묻자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답했다. “사람을 둘이나 죽인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회가 X같아서 그런 거야”라고 하더니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같은데”라고 답했다.
이런 강윤성의 행동과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된 행동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씨는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지금 교도소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기 힘들다는 걸 본인도 잘 알 거다.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 범털(힘 있는 수용자를 뜻하는 은어)처럼 보이려고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석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역시 뉴시스 인터뷰에서 “이제 교도소에 들어가면 못 나오니 굳이 속죄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자포자기 심정인 것 같다”면서 “지존파나 유영철 같은 인간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사회를 탓하는 모습을 보이면 교도소 내에서 거물로 인정받고 편하게 지내리라는 계산 하에 나온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첫 살인 직후 통화에선 당황하는 모습
강윤성이 첫 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직후의 실제 모습은 전혀 달랐다. 첫 번째 살인사건 직후 강윤성이 지인과 통화한 내용이 SBS를 통해 단독 공개됐다. 전화 통화는 26일 밤 11시 30분 즈음에 이뤄졌다. 첫 번째 살인을 하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이 지난 뒤다.
다급한 목소리의 강윤성은 “지금 너무나 큰 사고가 났어. 하, 아니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손 다 찢어졌어, 지금. 피 철철 나고”라며 “다쳤어. 한 명. 여자.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 그냥 차 빌려 가지고, 차 빌려 가지고 가든지…”라고 말한다. 살인했다는 사실은 감추고 (여성이) 다쳤다는 정도의 말만 한다. 또한 “발찌는 안 끊었어 아직. 커터는 사놨어, 오늘. 차 안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이거? 이거 끊을 수도 없고. 그러면 이제 완전히 도망 생활 해야 되는데”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강윤성은 다음 날인 27일 오후 5시 31분께 서울 송파구 신천동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었고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에 버렸다. 이후 렌터카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한 뒤 거기에 렌터카를 버리고 잠적했다.
다음 날인 28일 오후 강윤성은 두 번째 피해자인 50대 여성을 만나 그 여성 차량을 운전해서 경기 하남 팔당댐 등을 다녀온 뒤 29일 새벽 3시 30분쯤 한강공원에서 이 여성을 살해했다. 그리고 4시간 30분 뒤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커터는 사놨어, 오늘”이라는 강윤성의 말처럼 실제로 26일 오후 4시 즈음 송파구 오금동 소재의 한 철물점에서 전자발찌 훼손을 목적으로 절단기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날 오전 자신의 집이 있는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한 8월 25일 지인을 통해 렌터카까지 빌려 놓았다. 이런 행보는 전형적인 계획 범행으로 보이지만 살인 직후 지인과의 통화에서는 살인을 ‘큰 사고’라 표현했고, 절단기를 준비했지만 (전자발찌를 끊을) 결심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살인 동기는 금전 문제인 듯…진술 신빙성에는 물음표
이날 통화를 보면 강윤성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돈으로 보인다. 강윤성은 이날 통화에서 “(네가) 돈을 안 해줘서, 모든 게 끝났다. 너무 사고가 나서. 내가 지금…하, 돈이 필요해”라며 말했는데 그 전에도 여러 번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한다. 실제 이번 살인사건에서도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송치를 앞두고 경찰은 첫 번째 사건의 혐의를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강도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더 무겁다.
강윤성은 첫 번째 살인사건에 대해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는데 거절당해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데이트 비용 등으로 쓰거나 건넨 600만 원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거절해 살해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피해자 시신을 자신의 집에 방치하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도주했다. 그리곤 다음 날(27일) 피해자 신용카드로 스마트폰 4대를 596만 원에 구입한 뒤 되팔아 현금 480만 원을 챙겼다. 이런 까닭에 경찰은 첫 번째 살인 사건을 도피자금 마련을 위한 계획범죄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29일 새벽에 벌어진 두 번째 살인사건에 대해 강윤성은 피해자에게 빌린 2000만 원을 갚는 문제로 다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이들 사이의 채무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경찰은 고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강윤성은 두 번째 피해자가 빌린 돈 2000만 원을 갚으라고 독촉해 첫 번째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는데 잘 안 돼 살해했고, 첫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가 되판 금액이라도 우선 갚으려고 했는데 얘기가 잘 안 돼 또 다시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라며 “이미 피해자들이 사망해 강윤성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계획범행으로 보이는 부분도 많아 전반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경찰은 강윤성의 여죄를 캐내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9월 2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피의자 강윤성 조사 과정에서 2명의 피해자 외에 다른 여성 대상 범행을 하려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며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여죄가 밝혀질 경우 현재 두 명의 피해자와의 금전 관계가 중심인 강윤성의 현재 진술의 신빙성이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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