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체 노출 급감으로 자연 면역력 저하…한국도 거리두기 해제 뒤 독감 장기 유행
이에 일부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서기도 했다. 임시 휴교를 하지 않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모습은 상당한 공포감을 불러온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참혹한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폐렴이 집단발병하며 병원마다 환자들이 넘쳐나면서 중국 당국은 아예 우한시를 폐쇄하는 강력 조치로 대응했다. 당시 ‘우한폐렴’이라 불리던 질환은 강력한 전염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확산했고 우한시를 폐쇄했음에도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결국 전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는데, 바로 코로나19다.
현재 중국 병원들이 시름하는 까닭 역시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다.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1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중국에서 확산 중인 호흡기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호흡기 질환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비롯해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등 감염에 의한 질환들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고 있는데 더욱 심각한 부분은 연령대에 따라 각기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5∼14세에서 주로 유행하고 있는데 아데노바이러스 감염도 같은 연령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또한 라이노바이러스 감염은 더 어린 0∼4세의 영유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만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노바이러스와 코로나19는 15∼59세 연령대에서 폭넓게 유행하고 있으며 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60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와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최근 유행하는 호흡기 질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감염자가 급증한 것이 신종 바이러스 출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11월 2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정부에 관련 정보 제출을 공식 요청했다. 이처럼 전세계의 우려가 커지자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나 특정 감염성 질환의 대유행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려는 의도로 보이는 것.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면역프로그램 수석전문가 왕화칭은 “연령대별로 유행하는 호흡기 감염병의 병원체가 다양하다는 것을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최근 상황을 일종의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적 원인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접촉이 크게 줄어들고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도 강화되면서 각종 호흡기 질환 감염 환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은 2020년 1월부터 3년 동안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중국인들의 호흡기 질환 감염 빈도가 줄어들면서 감염을 통해 생기는 항체가 감소, 자연 면역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한 뒤 맞는 첫 겨울에 면역력 저하에 따른 호흡기 질환 대유행이 시작됐다. 수도의과대학 부설 베이징유안병원 호흡기·감염병과 리통정 과장은 “코로나19 발생 기간에 태어난 많은 어린이는 호흡기 질환 병원체에 덜 노출돼 더욱 취약하다”며 “그 결과 2023년 호흡기 질환 감염률은 지난 3년에 비해 급증해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한 대한민국 역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11월 2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감염병 표본감시 자료에 따르면 11월 12일부터 18일, 일주일 동안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발열 등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이 37.4명이나 된다. 독감 유행 기준이 6.5명임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최근의 상황만 이런 것은 아니다. 독감 유행 시기는 초겨울부터 초봄(11월~4월) 사이인데 2022년 11월에 시작된 독감 유행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4월 즈음에 끝났어야 할 독감 유행이 여름을 거쳐 다시 유행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유행주의보가 1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독감 유행이 없었던 대한민국 역시 자연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게 독감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강력한 방역 정책을 중단하고 맞이한 첫 겨울인 2022년부터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1년 넘게 유행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하고 2023년에 첫 겨울을 맞는 중국 역시 상당 기간 호흡기 질환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무래도 가장 큰 걱정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신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각에서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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