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신종마약…17명 무더기 음성 ‘용산 집단 마약 사건’ 수사 관건은?

국과수에 ‘표준품’ 없으면 음성도 가능…구속 기소 6명에서 신종마약 2종 검출돼 주목

[일요신문] 무려 24명이 입건된 마약 사건. 이들이 용산의 한 아파트에 모여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은 이 사건을 ‘용산 집단 마약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그렇지만 8월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돼 결국 기소된 이들은 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여전히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의 마약 정밀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번 사건은 8월 27일 오전 5시 즈음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이 추락해 사망하면서 드러났다. 추락사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추락한 아파트를 찾았다가 마약 투약 정황을 발견했다. 이후 아파트에 있던 이들에 대해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고 여기서 케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 도착 당시 아파트에는 7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망한 경찰관까지 모두 8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8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며칠 뒤 5명, 1명, 3명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렇게 마약 집단투약 사건 연루 인원이 8명에서 16명, 21명, 22명, 25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숨진 경찰관을 제외한 24명의 모임 참가자가 입건돼 피의자가 됐다. 한편 숨진 경찰관에게 케타민을 판매한 마약 유통업자도 추가로 입건돼 결국 구속 기소됐다.

10월 5일 서울서부지검은 ‘용산 집단 마약 사건’의 모임 참가자 가운데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우선 마약 투약 장소와 마약류를 제공한 해당 아파트 세입자 정 아무개 씨(왼쪽)와 마약을 구매해 모임을 준비한 대기업 직원 이 아무개 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8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그 아파트에 함께 있던 인원은 정확하게 25명이 아닌 ‘최소 25명’이다. 피의자들이 당시 함께 있던 이들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어 추가적으로 참가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찰이 당시 아파트에 함께 있던 인원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외국 국적자는 이미 해외로 출국해 버린 뒤였다.

10월 5일 서울서부지검은 ‘용산 집단 마약 사건’ 피의자 가운데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마약 투약 장소와 마약류를 제공한 정 아무개 씨(45)와 이 아무개 씨(31)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것. 해당 아파트 세입자인 정 씨는 모임 장소가 된 아파트를 제공한 혐의, 대기업 직원인 이 씨는 마약을 구매해 모임을 준비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또한 11월 21일에는 서울 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권내건)가 ‘용산 집단 마약 사건’ 관련자 4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마약 전과가 있는 또 다른 정 아무개 씨(38)는 구속 기소됐으며 나머지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렇게 입건된 24명 가운데 6명은 경찰 수사가 끝나고 검찰의 기소까지 이뤄졌지만 17명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마약 정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외국 국적자로 이미 해외로 출국했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8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25명이 아파트에 함께 있었는데 이 가운데 6명가량이 마약 투약에 관여했고 17명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상태로 이들과 함께 어울렸다는 의미가 된다. 해외로 출국한 외국 국적자는 마약 검사도 이뤄지지 못해 투약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과연 25명의 남성들이 왜 그날 아파트에 모인 것일까. 수사 초기 이들은 그날의 모임을 ‘운동 동호회’라고 밝혔지만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마약 집단 투약을 위한 모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참가자의 일부(6명)의 연루 사실만 밝혀졌다.

가장 먼저 구속 기소된 이 씨와 정 씨의 1차 공판이 11월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정 씨와 이 씨는 “두 사람 생일이 매우 가까워 생일파티 목적으로 모인 것”이라며 “처음부터 마약을 목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25명의 참가자 가운데에는 사망한 현직 경찰관을 비롯해 비뇨기과 의사, 대기업 직원, 헬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경찰관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7명만 아파트에 남고 17명은 급히 빠져나갔다. 경찰 방문을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마약을 투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피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현장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주사기와 알약 등을 치우지 않고 방치해 경찰에 발견되고 말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보유 중인 ‘표준품’과 피의자의 소변과 모발 등의 성분을 비교·분석해서 양성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신종마약의 경우 국과수가 해당 표준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음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편 경찰은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피의자 17명의 모임 참가자들이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는 신종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보유 중인 ‘표준품’과 피의자의 소변과 모발 등의 성분을 비교·분석해서 양성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신종마약의 경우 국과수가 해당 표준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음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일보는 경찰이 음성이 나온 피의자들이 신종마약을 투약했을 수 있어 비교·분석에 필요한 샘플을 미국에서 직접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단독 보도했다.

실제로 양성 판정을 받아 기소된 피의자들에게서 ‘플루오르-2-오소(Oxo) 피시이(PCE)’와 ‘4-메틸메스케치논’ 등 신종마약이 검출됐다. 또한 사망한 경찰관의 신체 일부에서는 신종마약 성분이 확인됐다.

정 씨와 이 씨의 재판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왔다. 정 씨와 이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거의 다 인정했지만 신종마약류 구매 및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엑스터시 등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신종마약이) 함께 딸려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례가 여러 건 있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고 밝혔다.

‘용산 마약 집단 투약’ 모임 참석자 17명뿐 아니라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에서도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마약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과연 이들이 억울하게 마약 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는 신종마약을 투약한 것인지 향후 경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