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BS |
시작은 ‘착한 남자’를 한글 표기법을 어겨가며 소리 나는 대로 쓴 ‘차칸남자’를 드라마 제목으로 정하면서부터였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 등의 단체가 KBS 측에 항의 공문을 보냈고 네티즌들도 굳이 맞춤법을 어기면서까지 제목을 만들어야 하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내용상 어쩔 수 없다. 꼭 필요한 장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제작진은 “‘차칸남자’는 뇌손상을 입어 기억을 상실한 극 중 인물이 일기장에 기재한 표현으로 이를 인용해 제목으로 한 것”이라며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 아동인 초원이(조승우)가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으로 기재한 사례와 같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극 흐름상 결정적인 단어의 경우 한글 표기법에 어긋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학적으로도 ‘시적 허용’이 용인되는 만큼 시적인 제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차칸남자>는 첫 회 방송에서 일본어 대사의 한글 자막에서 연이어 맞춤법 표기를 틀리는 오기 실수까지 범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세종대왕 ‘이도’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송중기가 타이틀 롤 ‘차칸남자’ 역할을 맡았음을 감안해 일부 매스컴에선 ‘세종대왕이 통탄할 일’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13일엔 시청자 김동필 씨(41)가 <차칸남자>의 남자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분)’의 이름이 간접광고 관련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KBS를 상대로 한 명칭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김 씨는 강마루라는 이름을 문제 삼은 까닭을 <차칸남자> 간접광고에 참여한 식품업체 치킨마루의 업체 명에서 ‘마루’라는 이름을 따왔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법 73조 2항 7호 및 동 시행령 59조 3의 1항 3호를 위반했다는 것.
이에 대해 <차칸남자> 제작진은 강마루라는 이름은 올해 초 결정된 데 반해 치킨마루의 간접광고는 지난달에 결정됐으므로 둘 사이에 연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드라마 제목의 ‘차칸남자’가 결국 남자 주인공 ‘강마루’를 의미하는 만큼 ‘차칸남자는 강마루’이고 이를 줄이면 ‘차칸마루’가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칸마루’는 간접광고 업체인 ‘치킨마루’와 매우 유사한 이름이 된다. 앞의 두자 모음만 ‘ㅣ’와 ‘ㅏ’로 다를 뿐이다.
이는 이미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연상케 한다. 영어 제목이지만 그 뜻이 다소 모호한 <더킹 투하츠>는 간접광고 업체인 ‘던킨 도너츠’와 발음이 매우 유사하다. 게다가 주인공 이재하(이승기 분)가 던킨 도너츠를 매우 좋아하는 철부지 왕자로 묘사된다. 네티즌들은 <차칸남자>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간접광고 업체 ‘치킨마루’를 홍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