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가 휘두른 골프채로 이마 부상 입은 아내 “처벌 원해”…음주·유흥·폭행 불명예, 은퇴 이후에도 여러 번 구설
#경찰 관계자 “명백하다 싶으니까 체포”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수근 씨는 1월 20일 오전 5시쯤 남양주시 자택에서 아내 A 씨(34)의 이마 부분을 90cm가 넘는 유틸리티 골프채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정 씨는 “너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폭력 남편으로 오해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마에 경미한 부상을 입고 ‘남편으로부터 골프채로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정 씨에게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초동조사를 마무리한 뒤 귀가조치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두 사람을 강제 분리 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수근 씨는 체포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골프채를 꺼내든 사실은 인정했지만 폭행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씨가 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것과 달리 경찰 관계자는 “명백하다 싶으니까 체포했다”며 “외관상 딱 ‘아, 맞았구나’ 이렇게 표시가 난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남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에게 골프채를 들이댄 상황 역시 가정폭력 정황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정수근 씨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했는데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일반 폭행과 달리 특수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이 이뤄진다. 행여 사건처리 과정에서 특수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A 씨가 처벌을 원할 경우 일반 폭행으로 처벌을 이어갈 수 있다.
앞서 정수근 씨는 2023년 12월 21일 남양주의 한 주점에서 처음 만난 식품회사 직원 B 씨와 술을 마시다 화를 내며 B 씨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두 차례 가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정 씨가 3차 술자리 제안을 거절하자 격분해 자신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머리에 상해를 입은 B 씨는 1월 2일 정 씨를 상대로 특수상해 혐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정수근 씨는 사건 다음 날 B 씨에게 연락해 사과했으나, B 씨는 엄중처벌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통화 녹음 파일에서 정 씨는 B 씨에게 “너무 죄송하다. 병원비를 다 낼 테니까 편하게 치료해라”며 “재밌게 놀고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블랙아웃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맥주병 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조만간 정 씨를 다시 불러 아내 폭행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술로 끝내버린 화려한 커리어
정수근 씨는 1995년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 데뷔해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는 등 빠른 발과 준수한 타격 능력으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대표팀에 승선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하며 병역특례를 받았다.
그는 2003년까지 두산 소속으로 뛰다 2004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계약조건은 6년 40억 60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수근 씨는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60억 원 오퍼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열기를 되살리고 싶었던 그의 선택은 롯데자이언츠였다.
이때부터 풍운아의 본색을 드러내며 정수근 씨는 본격적인 부침을 겪기 시작한다. 2004년 롯데 이적 첫 해, 해운대에서 팬과 몸싸움을 벌였을 뿐 아니라 첫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도박과 유흥 등에 빠진 정 씨는 2007년에 전처 서 아무개 씨와 이혼했다. 둘 사이에는 대학 야구선수인 아들이 한 명 있다.
타율까지 저조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인 정 씨는 팬들의 지지 덕에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 2007년 롯데 팬들에 의해 KBO 올스타로 뽑히게 됐고, 그 경기서 역전 홈런을 뽑아내며 KBO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다.
부활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던 정 씨는 사직구장에서 4연패한 2008년 7월 16일 새벽 3시쯤, 만취한 상태로 건물 관리원과 경찰관을 폭행해 유치장에 갇혔다. 이후 정 씨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지만 롯데는 정 씨의 임의탈퇴를 결정하고 KBO도 정 씨에게 무기한 실격 선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정수근 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팔자가 쉽게 사는 운명이 아닌 모양이다.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놔 봐야 욕밖에 더 듣겠나. 롯데 팬들과 선수, 감독님, 그리고 야구계 전체에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009년 8월 팀 내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자 롯데 측은 정수근 씨의 복귀를 허락했다. 복귀 직후 경기에서 대활약을 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 씨는 2009년 8월 31일 밤, 또 음주 난동 문제를 일으켰다. 신고자는 “홧김에 허위 신고를 했다”고 증언했지만 롯데는 정수근 씨를 퇴출시켰고, KBO는 무기한 실격선수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빚더미 앉았다” 밝히기도
정수근 씨는 은퇴 이후인 2010년 6월 MBC ESPN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해설가로 데뷔했지만 일주일도 안 돼 음주운전을 해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하차했다. 이후 야구 해설과 주점, 닭강정 가게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2015년부터는 아프리카TV에서 야구 중계를 시작했다.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정수근 씨는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6년 3번째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2021년 6월 만취 상태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불과 3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5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결국 2022년 8월 17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가 2023년 가을 출소했다.
한편 정수근 씨는 2019년 인터넷방송 박명환야구TV(현 캐비지TV)에 출연해 과거 잘나가던 시절 유흥업소에 빠졌던 일화 등을 전하며 “현역 시절 벌었던 돈을 전부 이혼소송과 유흥에 빠져 날렸다. 거기에 잦은 사업 실패로 개인회생도 안 될 정도로 빚더미에 앉았다”고 털어놓았다.
정 씨는 이어 “오늘은 어떤 여자가 들어올지 가슴이 설렜다. 텐프로에 한동안 미쳤었다”면서 “FA 40억 원을 해운대 유흥계에 다 날렸다. 내가 그때 열심히 안 다녔으면 그 여자분들은 돈을 모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부산 해운대랑 강남 유흥업소 등 사회에 환원했다. 그래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정수근 씨가 각각 야구연습장과 식당을 운영했던 서울 송파구와 경기 남양주시를 찾아가 봤다. 정 씨가 운영하던 야구연습장이 있던 자리는 고급 골프실내연습장으로 바뀌었다. 상가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정수근 씨를) 예전에 가끔 보긴 했는데 영업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문 닫은 건 대략 3~4년 전쯤”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현재 아내 A 씨를 만난 뒤 약 2년 전부터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냉동삼겹살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식당은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에 “정 씨가 서빙하는 모습을 봤다”는 인증글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현재 해당 가게는 공실로 나온 상태다. 남양주 다산동 한 공인중개사는 “2023년 초부터 가게를 내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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