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수익률 150%’ 불특정 다수에 특별공급 유혹…경찰 “개인 계좌 입금 유도는 사기, 경각심 필요”
3월 4일 20대 직장인 주 아무개 씨는 낯선 문자를 받았다. 증권시장 상장(IPO)을 노리는 바이오 기업 디앤디파마텍 공모 청약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메시지엔 디앤디파마텍 공모가가 2만 2000~2만 6000원이라고 명시돼 있었고, 특별공급가가 1만 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다음 항목엔 증권사 상장 예상가가 4만 8000원, 최소 이익률이 150% 이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환급일은 3월 15일이라고 했다.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 비만·당뇨·뇌질환 치료약물 개발, 연평균 성장률 11.76% 성장세라는 추가 설명이 붙어 있었다.
문자엔 홈페이지 도메인이 눈에 띄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IPO 진행 전 자사보유물량 특별공급! 20만 주 한정 선착순 공급’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그 뒤론 ‘자사 고객유치를 위해 공모가액보다 할인된 금액인 1만 5000원에 주식을 특별공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상장 후 주가변동과 상관없이 시초가 매도하시면 150% 이상 수익은 확정’이라면서 수익률을 특정하기도 했다.
‘일반 청약과 동일하게 상장 당일 매도 가능’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2023년 평균 공모수익률은 100% 이상이므로 더 많은 기대수익이 발생한다’는 추가 내용도 있었다. 그 아래엔 특별공모주 신청을 위한 개인정보 입력란이 보였다. 이름, 전화번호, 신청수량, 연락가능시간 등 항목이 게재돼 있었다.
주 씨가 해당 항목에 정보를 입력하자 자신을 ‘한국투자증권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가 전화를 걸어 왔다. A 씨는 “우리사주에서 빠진 물량을 특별공급하고 있다”면서 “우리사주가 6개월 락업이 걸리기 때문에 특별공급물량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특별공급물량은 우리사주와 다르게 상장 즉시 매각이 가능하다”면서 “상장이 되자마자 주식을 매도하면 150% 이상 수익이 가능할 것이다. 상장 즉시 매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상장일을 특정하기도 했다. A 씨는 “디앤디파마텍은 3월 22일 상장 예정이고, 곧 청약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서 “빠르게 결정을 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계좌를 보내며 현금 입금을 유도했다. 주 씨에게 “증권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현금을 입금하면 투자자 증권계좌로 주식을 등록하겠다는 취지였다. 송금을 고민하던 주 씨는 ‘스미싱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변 만류에 입금을 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이 사이트는 ‘스미싱’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의 ‘한국투자증권 팀장’이라는 소개 또한 사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상장을 준비 중인 디앤디파마텍 청약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디앤디파마텍 공모주 청약은 3월 6일부터 3월 7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주 씨가 연락을 받았던 3월 4일은 여전히 수요 예측이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디앤디파마텍 공식 홈페이지와 문자메시지 속 스미싱 사이트는 도메인이 교묘하게 달랐다. 스미싱 사이트는 특별공급 관련 내용을 최상단에 공지해놨고, 나머지 부분은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로 채웠다. 스미싱 사이트 ‘연락처’ 항목엔 전화번호가 안내돼 있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특별공급과 관련한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 설명, 주요 임원, 기업 연혁 등이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었다. 연락처 항목엔 공식 전화번호가 게재돼 있었다. 3월 4일 공식 홈페이지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디앤디파마텍 측 관계자에게 스미싱 사이트와 관련한 내용을 질의하자 “공모주 특별공급은 사실무근”이라면서 “해당 내용은 피싱”이라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 측은 “어떤 방식으로 피싱이 이뤄지는지는 잘 모른다”면서 “피싱 관련 사례를 인지하고 있고, 해당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싱 문자를 받았던 주 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끼리도 공모주 이야기가 많이 나와 투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고려하던 중에 문자메시지가 와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최소 이익이 150%라는 말에 잠깐 고민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공급이라는 말이 이상해서 지인에게 문의했다”고 했다. 그는 “확인 절차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공모사기 피해자가 될 뻔했다”고 안도했다.
디앤디파마텍 공모주 특별공급을 미끼로 한 스미싱 문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진 것으로 파악됐다. 3월 5일과 6일 사이에도 ‘마감 임박’을 강조하며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에서는 최소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일확천금을 미끼로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스미싱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청약과 관련된 업무는 증권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진행되며, 그 외 루트로 투자를 유도하는 건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각종 공모주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면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것과 비례해 기승을 부리는 사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계좌 등으로 현금 입금을 유도할 경우 사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런 사기 수법에 걸려드는 경우 피해금액을 회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늘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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