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민은 △재건축 주민동의율 △주차난 정도(세대당 주차대수) △참여 세대수 등 주요 평가기준에서 소형 평형 위주 단지가 중대형 평형 위주 단지에 비해 유리한 구도가 됐다며 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자체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구역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 A 씨는 기자와 만나 “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는 동일 면적당 세대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만큼 주차장은 더 부족하기 마련이어서 정부 표준평가기준상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일반적인 재건축 사업성 측면에선 세대당 대지지분이 큰 중대형 평형 단지가 더 나은 것이 상식인 점을 볼 때 정부의 이번 평가기준에 많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부에 통합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설문지 취합 홍보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강훈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30/1717036285711400.jpg)
국토부의 ‘표준 평가기준’은 △주민동의율(60점) △세대당 주차대수(10점) △참여 단지수(10점) △참여 세대수(10점) △지자체 정성평가(10점) 등 총 100점의 기본항목과 1개 가점(5점) 항목(사업실현가능성)으로 구성됐다.
중대형 평형 단지의 일부 주민들은 10~20평대 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일수록 재건축 투자 목적 소유주가 많아 짧은 시간에 높은 동의율을 확보하기 쉽고, 동일 면적당 세대수가 더 많은 점, 주차 가능 대수는 적은 점 등에서 선도지구 지정에 더 유리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형 평형 단지일수록 본래 재건축 시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커 소유주 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큰 점도 짚으며 만약 선도지구로 지정됐다가 자칫 사업이 지연·좌초될 경우 정책적 의미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평촌신도시 중대형 평형 단지 주민은 안양시를 상대로 한 민원에서 “소형 평형 단지와 중대형 평형 단지가 각각 유리한 부분이 평가기준에 고르게 반영돼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 실현 가능성 항목 배점을 더 높이고, 예상되는 추가 분담금이 적을수록 가점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규모 및 표준 평가기준 표. 사진=국토교통부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30/1717044403614638.jpg)
경기도 노후신도시 정비과 관계자는 “정부의 표준평가기준만 보면 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책 의도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며 “각 기초지자체가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평가 배점이나 비율을 다시 조정할 예정이어서 소형 평형 단지가 꼭 유리하다고 확정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양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정부의 표준평가기준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로 추려 만든 것으로, 소형 평형 단지와 중대형 평형 단지의 유불리는 감안하지 않고 일단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들로 설정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세대당 주차대수 항목 같은 경우 소형 평형 위주 단지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 배점 비율이 가장 높게 설정된 주민동의율 항목은 사업성이 좋은 중대형 평형 단지가 더 유리할 수도 있어 어느 정도 형평성이 맞춰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재건축 주민 동의서 제출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강훈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30/1717044528126591.jpg)
전체 2419세대 중 24평 이하 중소형 비율이 42%를 차지하는 성남 분당신도시의 한 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 B 씨는 “세대당 주차대수 항목에선 우리 단지가 유리할 수 있지만 옆 단지까지 포함한 통합구역 세대가 총 4200세대로 워낙 커, 소유주 동의서 징구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체급 차이가 큰 대단지와 중소 규모 단지가 함께 겨루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져 경쟁 판을 분리시켜줘야 맞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각 지자체가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정성평가 항목’을 최대한 활용해 결국 신도시 내 상징성이 큰 초역세권 대단지를 통합재건축 첫 타자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분당구지회 임원 C 씨는 “지자체들이 주도적으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추상적 항목을 활용해 평가 총점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대수가 많고 거주자 밀도가 높은 초역세권 대표 단지 몇 곳에 선도지구를 고르게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선도지구 지정의 의미가 곧 정비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단지를 정하는 것이란 점에서 주민 동의율이 높은 단지에 많은 배점을 주려는 정책 취지는 일단 온당해 보인다”며 “다만 각 신도시의 전체 지구단위계획이나 미래 마스터플랜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표준평가기준이 설계된 것은 아니어서 안타깝고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