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사저는 총 3층으로, 1층 3층과 달리 2층은 ‘ㄱ자’ 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방에 큰 유리창이 달려 있어 커튼을 치지 않는 이상 내부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었다. 1층은 응접실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고, 2층 왼편에는 침실이, 오른편에는 서재로 보이는 방이 있다. 서재 바로 앞,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책상 위에는 갖가지 물품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의자 뒤에는 책 일부가 아직 정리가 안 된 듯 박스가 뜯겨진 채로 놓여 있다. 3층은 커튼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진 않았으나 난간에 일부 옷가지들이 정리가 안 된 채 박스에 담겨져 있었다. 왼쪽 아랫부분 정원에는 이 전 대통령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진돗개 한 마리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논현동 사저에 입성한 지 3일이 지난 2월 27일. 사저 앞에 도착한 기자는 그곳을 둘러싼 높은 담장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키 180cm인 기자의 키보다 2배 정도는 더 높은 담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논현동 사저 담장은 주변 건물 중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입구 앞에는 한 명의 경호원과 두 명의 의경이 지키고 서 있었다. 취재를 하고 싶다며 입구로 들어가려는 기자를 의경이 ‘당연히’ 제지했다. 의경은 “사저 앞에 있으면 안 된다. 이쪽으로 따라오라”며 기자를 인근 경비초소로 이끌었다.
경비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묻고 싶다는 기자를 의경은 일단 대기시켰다. 이후 소대장 두 명이 기자에게 왔다. 사저를 경비하는 의경의 숫자와 초소 현황 등을 묻는 기자에게 “보안상 기밀이다.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소대장은 자신의 이름도 기자에게 밝히기를 꺼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경호하는 병력은 서울지방경찰청 2기동단 24중대 소속 의경 전원이다. 경찰기동대관리규칙상 1개 기동중대 의경 정원이 146명임을 감안하면 대략 100명 정도의 인원이 이 대통령의 사저 경호에 투입된 셈이다. 한 의경은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는 없지만 대략 100명 조금 안 되는 인원이 경호를 한다”고 귀띔했다. 이 전 대통령이 논현동 사저로 돌아올 시점에는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 등 모두 470여 명이 사전 주변 경호를 맡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의경들은 전부 파란색 점퍼에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주민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신분 노출이 되지 않도록 정복을 입지 않았다”는 게 소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이 전 대통령의 주변에 사는 동네 주민들 상당수는 의경들의 삼엄한 경비에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 주민은 “경비가 왔다 갔다 하니 그 앞을 지나가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치 벽이 성벽 같다. CCTV도 과도하게 설치돼 있는 것 같고 경호가 조금 지나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은 “검문검색을 하지 않는 게 어디냐. 그래도 치안은 상당히 좋아질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사저 앞에서 검문검색을 하는 일은 없었으나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끔 신원이 불분명하게 보이는 사람은 검문검색을 실시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1층 응접실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처럼 구성돼 있었다. 탁자 위에는 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탁자를 빙 둘러싸고 있는 고급스러운 의자가 눈에 띈다. 오른쪽은 2층 침실 모습. 침대 위에는 붉은 색 계열의 시트가 깔려 있고 잠옷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다. 침대 오른편에는 고가로 추정되는 소파가 있었다.
의경들이 머무르는 숙소는 경호동과 따로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인원이 지낼 만한 숙소가 인근에 있느냐”라는 질문에 또다시 “보안상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저를 둘러싼 담장 모서리 부분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주변 주택 중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건물은 없다”고 했지만 개수만큼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따라갈 수 없었다. CCTV 한 대당 열 감지 카메라가 2~3대 설치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기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 CCTV는 4대, 열 감지 카메라는 9대가 설치되어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있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경호동은 사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거리상으론 90m 정도. 경호동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빌라로 얼핏 보면 일반 주거용 빌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인지 건물은 새로 단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따금 경호원이 사저와 경호동을 들락날락거리며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경호동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잠금장치로 굳게 잠겨 있는 탓에 진입은 어려웠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사저의 경호를 맡은 의경 9~10명 정도가 줄을 맞추어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순찰활동은 두 시간씩 교대로 24시간 실시되는 듯했다. 경찰 관계자는 “꼭 시간을 맞춘다기보다 경비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순찰을 돌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건축부터 리모델링까지 ‘강남’ 꼬리표 떼려 잠시 떠나 2010년 촬영한 신축 전의 논현동 사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06년 6월 논현동 사저를 떠나 잠시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했다. 이를 두고 당시 ‘강남 후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논현동 사저에는 이 전 대통령의 둘째 딸인 승연 씨 부부와 아들 시형 씨가 잠시 살기도 했다. 2012년 2월부터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주거를 위해 논현동 사저의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당시 청와대는 “건물이 낡은데다가 주변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경호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존 2층 건물을 허물고 661.2㎡(200여 평)짜리 3층 건물로 새로 짓는 것이 골자였다. 인테리어까지 새로 한 논현동 사저는 올해 2월에 완공됐다. 이 전 대통령 부부는 사저 재건축 공사비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농협에서 20억여 원을 대출 받기도 했다. 신축된 논현동 사저는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건물 연면적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라고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 전까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넓었던 사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로 403.2㎡(122평)이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사저 가까이서 내려다보니… 방마다 큰 창에 고급스런 외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를 실제로 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담장을 넘어 보이는 것이라곤 사저 측면의 콘크리트 벽면이 전부였다. 인근의 높은 빌딩에 올라서 사저를 내려다보면 주변 건물에 가려 사저의 맨 위층과 옥상에 있는 태양열 충전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씩 사저의 입구가 열려도 그 너머에는 벽이 보일 뿐이었다. 입구에 들어가도 계단을 통해 사저로 들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통같은 경비에도 구멍은 있었다. 주변에 고층 건물을 통해 사저 일대의 지형지물을 파악한 기자는 논현동 사저를 마주보고 있는 바로 앞 건물 옥상이 사저를 들여다보기에 최적의 건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기자는 곧바로 해당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마침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중이라 들어가기가 용이했다. 가까스로 건물 옥상에 올라선 기자는 한눈에 들어오는 사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저의 방마다 큰 유리창이 있어 청소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었지만 이 전 대통령이나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서 본 논현동 사저의 모습은 한층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부 유리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대부분의 내부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역대 대통령 경호동 비교 67억 투입… 평균 예산 ‘3배’ 논현동 사저 경호동.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하지만 ‘호화 경호동’이라는 논란은 여전히 식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의 경호 시설 예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18억 3000만 원,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억 7200만 원, 노무현 전 대통령은 35억 7900만 원으로 평균 20억 원대 수준이었는데 반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호동 예산은 그의 세 배에 달했던 것. 강남의 높은 땅값을 반영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논현동 경호동의 규모는 지하 1층이 289.56㎡(87평), 1층이 235.8㎡(71평), 2층이 166.5㎡(50평), 3층이 118.5㎡(35평)으로 연면적이 810.36㎡(243평)에 달한다. 최근 반환문제로 논란이 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동(연면적 285.75㎡(86평))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