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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동 폐쇄 검토를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경호동 운영 실태’가 세인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한 네티즌은 박 시장의 트위터에 ‘연희동에 있는 전 전 대통령 사저의 전경 초소와 경호동을 폐쇄해 줄 수 없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박 시장은 “이미 확인해 보라고 했다”며 ‘경호동 폐쇄’ 여부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전 전 대통령 경호동으로 서울시 소유의 건물을 무상임대·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경호에 대한 법적 근거 또한 사라진 만큼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은 지난 2월 1일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 4곳을 찾아 경호동 운영 상황과 경비 분위기를 살펴봤다.
‘경호동 폐쇄 한파’가 한 차례 몰아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 사저 앞은 날씨만큼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현재 전 전 대통령 사저는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에서 경호를 맡고 있다. 주변 3개 초소에 각 초소마다 1~2명씩, 모두 5~6명의 의경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기자가 사저가 있는 골목 초입으로 진입하자 경찰은 “어디를 가냐”며 제지하고 나섰다. 기자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답했고, 경찰은 무전기로 보고한 뒤에서야 기자의 통행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전기를 든 경찰은 기자가 골목길을 걸어가는 내내 바로 옆에 서서 같이 걸었다. 사저 앞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대할 경우 감시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다.
경찰과 동행하는 동안 기자는 ‘경호동은 어디에 있는지’ ‘인원은 몇 명인지’ 등 경호동 운영 실태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경찰은 “보안상의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논란이 된 경호동은 사저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경찰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연희문화창작촌 내 5개 동 가운데 1개 건물을 경호동으로 사용해 왔다. 계약기간은 오는 4월 30일까지로, 서울시는 이 기간까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사진 촬영도 허락되지 않는 전 전 대통령 사저의 삼엄한 경비 태세를 뒤로한 채 자리를 옮겨 길 건너에 위치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했다. 이곳 역시 골목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건 경비 초소와 경찰의 모습이었다. 앞서 한 차례 제지를 당했던 학습효과였을까 기자는 사저 골목으로 들어가려다 머뭇거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 전 대통령 사저와 달리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오히려 ‘지나가도 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경찰은 당연하다는 듯이 “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사진 촬영은 거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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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했다. 김 전 대통령 사저 경호는 서울 마포경찰서 경비과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사저 주변 4개 초소에 4명의 의경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주택가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 사저 앞은 동네 사람들이 종종 지나다니는 등 전·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 내외가 대통령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 동네에 살아서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평이 좋다. 이희호 여사도 주민들에게 불편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사진 촬영도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했다. 이곳도 골목 초입부터 초소에 경비 인원이 배치돼 있었지만 동교동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노 전 대통령의 경우 사람들이 찾아와 시위를 벌이는 등 문제가 끊이질 않아서 상부에서도 ‘삼엄한 경호’를 지시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는 등기부등본 상에 확인된 것만 3개의 경호동이 존재했다. 서울시 소유의 1개 동과 국가 소유의 2개 동이 운영되고 있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경호에 각 1개의 경호동이 운영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과잉 경호 논란이 빚어지는 대목이다. 네티즌이 전 전 대통령 경호동 폐쇄를 요구한 것도 이런 ‘과잉경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경호동 폐쇄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찰과 이 사안에 대해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경호동 폐쇄를 거부할 시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어쨌든 4월 이후 무상 사용은 끝난다. 이후에도 경찰이 경호동을 계속 고집한다면 매입을 권유하거나 또 다른 방법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과잉경호 논란과 함께 쟁점이 된 부분은 금고 이상의 형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전·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을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전직 대통령이 경호를 받는 것은 현행법 상 합법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호는 퇴임 후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퇴임 20년이 지난 두 전직 대통령은 이 법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른 역대 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예우 차원에서 연금 지급 및 기념사업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경호 관련해서는 기타 예우 사항으로 제6조 4항 제1호에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가 이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무한정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법률 제7조에 권리의 정지 및 제외 사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둘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셋째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피한 경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박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997년에 12·12 쿠데타와 5·18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형과 17년 6개월 형이 확정된 전·노 전 대통령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순간부터 사실상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전직 대통령이 경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7조 2항의 ‘경호에 대한 예우를 제외하고’라는 조항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으로서 탄핵되거나 실형을 살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도 경호에 대한 예우는 지켜진다는 것이다. 제7조 2항은 1995년 12월 29일 3차 개정에서 신설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모호한 기준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갑배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경호의 경우, 통상적으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법률’을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러 예외 조항이 있는지 최근에야 알았다. 필요한 기간의 경호·경비에서 ‘필요 기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해서 무기한 경호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는 법 취지에 맞지 않게 법을 남용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전·노 전 대통령의 연간 경호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호화 경호’ 논란도 일고 있다. 김재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청 자료를 근거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비용이 5년 평균 8억 5193만 4900원이라고 밝혔다. 또 노 전 대통령에게도 7억 1710만 5000원에 달하는 경호비용이 매년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노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추징금 1673억 원과 231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 이는 국세 미납자에게 혈세를 낭비해가며 호화경호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가중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