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박 10.5t이 반입된 충북 보은군 수한면 S영농조합 퇴비공장. 남윤모 기자
[보은=일요신문] 남윤모 기자 =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됐던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충북 보은군에도 지난 2017년 10.5t이 반입돼 처리된 사실이 자유한국당 신보라 국회의원의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로 밝혀졌다.
신보라 의원은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퇴비 부숙도 적용과 각 지자체의 가축사육조례 강화 등으로 각종 퇴비 및 유기질 비료 공장들이 인·허가의 막차를 타기 위해 행정·법적 하자만 없으면 무분별하게 입주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및 공장과 암 발병 마을 주민의 역학관계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환경부에 자료제출을 요구, 지난 10월 12일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G ‘연초박’ 처리 위탁처리업체는 전국에 8곳이 있으며 충북에는 보은군 1곳이 있다.
전북 익산시 S사는 KT&G 광주공장에서 2013년도에 31.8t, 2014년 17.7t, 2016년 8.8t, 2017년 8.2t을 반입 처리했으며 신탄진공장에서도 2013년 67.7t, 2015년 97.7t, 39.5t, 31.9t, 2016년 124.7t, 2017년 7.9t을 혼합유기질비료를 만든다는 이유로 반입 처리했다.
완주군 H산업은 광주공장에서 2013년 25.1t, 2014년 19.8t, 2015년 8.2t, 2016년 25.1t, 2017년 6.4t 신탄진공장에서 2016년 29.4t을 반입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횡성군 H위탁영농유기농산도 KT&G 영주공장에서 2016년 297.5t, 2017년 225.8t을 반입 처리해 주민들이 가축 분뇨와 퇴비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부여군 B버섯원료영농조합법인의 경우 2016년 신탄진공장에서 6.8t의 ‘연초박’을 반입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 상주시 T농산은 2013년 KT&G 김천공장에서 연초박 82.4t을 반입 처리해 화동면 주민들이 회사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2015년 1월에는 퇴비혼합기에 60대 근로자가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김천시 M유기농산영농조합법인도 김천공장에서 2016년 13.3t, 2017년 104.8t을 반입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주군 G비료산업사는 신탄진공장으로부터 2016년 109.1t, 2017년 204.9t을 반입 사용했다.
충북 보은군 S영농조합법인은 2017년 KT&G 김천공장으로부터 연초박 10.5t을 반입 사용해 수한면 질신리 주민들이 동물 사체 불법매립 및 가축퇴비로 인한 악취 고통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검찰 고발과 언론의 집중취재로 문제점이 드러나자 보은군은 지난해 2월 퇴비공장 등록 취소를 했지만 공장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해 법정공방을 진행 중이다.
보은군 수한면 질신리 주민들이 보은군청 정문에서 퇴비공장 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남윤모 기자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으로 논란이 된 익산 장점마을은 조사 결과 연초박의 건조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돼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 제조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인 연초박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퇴비보다 가격이 좋은 유기질비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특이나이트로사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독성물질이 다량 발생한다.
이 물질들의 발암효과는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2.22배, 피부암은 21.14배, 담낭 및 담도암은 16배까지 발병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섬유화’나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등 특정 요인으로 발생한 ‘특이성 질환’은 역학적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지만, 장점마을처럼 다양한 원인에 의해 걸릴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을 정부가 환경오염 피해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점마을은 공장이 들어선 이후 마을 주민 30명이 암이 발생했다. 이 중 17명은 사망, 13명은 현재 투명 중으로 주민 5명당 암환자 1명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율은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에 비해 많게는 25배까지 높았으며, 공장 가동 시기에 거주했던 기간이 길수록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은군 S영농조합은 지난 2011년 2월 법인을 세워 지렁이사료 생산 및 판매업으로 시작해 축분 자원화, 오니 및 슬러지 재활용사업, 비료, 퇴비제조, 가공, 판매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후 2012년 7월 공장등록을 하고 2013년 3월 보은군과 환경청에 폐기물처리허가 신청 후 같은해 4월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로 허가를 받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4월 원자재 관리 부실이 적발돼 1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8월에는 악취가 발생하는 원자재 야적이 적발됐다.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의 악취를 참고 살아온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보은군은 S영농조합이 허가 폐기물 보관량은 480t인데 비가림 시설도 없이 650t을 야적했다며 2016년 8월 검찰 고발과 함께 과태료 및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같은달 질신리 주민들은 S영농조합이 퇴비 재료로 사용한다고 주장한 소털과 동물뼈 등을 증거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공장 폐쇄 운동에 돌입했다.
2017년 3월에는 주민들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청주지검 담당검사와 수사관이 현장에 나와 불법 매립 현장과 부숙도 안 된 퇴비를 받은 농가들의 야적 현장을 조사했고 5월에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제조공장 운영자 A씨와 B씨를 각각 구속 및 불구속기소했다.
청주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질산리 주민들과 폐기물 불법매립 의심 지역을 발굴하고 있다. 남윤모 기자
이런 가운데도 공장을 임차해 운영하던 사람들이 영업정지를 풀어달라며 취소소송을 제기해 공장을 가동했고, 결국 참다못한 주민들이 지난해 1월 공장에서 계곡으로 몰래 배출되는 관로를 찾아내 민간수질검사기관에 의뢰했다. 그 결과 구리, 크롬, 수은, 납 오염도가 매우 심각했고 질소는 기준치의 70배를 웃돌게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S영농조합이 폐기물종합처리로 업종을 추가한 후 공장에서 몰래 배출한 검붉은 유독성 폐수가 오정지로 흘러들어 농민들의 생업인 농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마을 주민들은 “농작물이 기형적으로 성장을 멈추고 겉은 멀쩡한데 알맹이는 없는 농산물이 나와 찜찜한 생각에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자식들에게 줄 수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날씨가 따뜻해지면 무리지어 다니는 벌레 떼와 악취로 한여름에도 문을 닫고 살아야 했으며, 더욱 큰 문제는 환자가 마을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S영농조합과 200m 정도 떨어진 질신리 주민들은 “당시 악취로 고통받던 주민들이 공장을 감시하며 반입하는 트럭기사에게 적재한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당당히 ‘연초박’이라고 밝혔고 주민들도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해 전혀 몰라 공론화 과정도 없어 서로가 연초박을 반입하고 통과하던 시절이었다”며 “마을에 미치는 환경적 요인에 대해 상의해 전면적인 환경오염실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마을 주민 중 일부는 공장과 관련성 검증이 되지는 않았지만 폐섬유화로 폐이식을 받았고 또 한 명은 기관지가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악취 탓에 여름철 문을 열지 못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한 후유증으로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가습기 살균제나 공항주변 소음피해처럼 정부가 나서서 KT&G로부터 연초박을 받아 사용한 전국 8개 공장주변에 대한 질병 관련 역학조사 및 토양, 대지, 수질, 농업 등에 대한 검사를 통해 국민건강권을 지켜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연초박을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기물 운반차량. <사진= 보은군 수한면 주민들 제공>
그러나 이런 와중에 S영농조합이 공장을 다른 용도로 바꿔 재가동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S영농조합은 ‘2019 사업계획서’를 통해 ▲비료생산업등록증 발급 ▲폐합성수지 재활용 ▲소각장으로 폐기물 소각 처리 ▲흙에서 나오는 오니 매립 공정 조사 등의 방안을 들어 마을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신리 주민들은 “그동안 받은 고통과 환경 및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 정부가 연초박의 유해성을 뒤늦게라도 인정한 만큼 이 재료를 사용해 유기질비료를 만들거나 사용한 공장 주변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해서도 “농민들이 S영농조합 공장 하류에 있는 오정소류지 물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만큼 안전한 국민 먹거리 생산을 위해 소류지 바닥의 중금속 및 수질, 토양검사 등을 통해 오염정도를 정확히 공개하고 대책을 세워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은군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덕흠 국회의원에게도 “전국 8개 공장 지역구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연초박 특별법‘을 제정해 조사 및 피해구제와 연초박 사용 제한 등을 입법으로 구체화시켜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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