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줄었지만 넓은 매장 ‘배송 거점’으로 재평가…한국미니스톱 “매각 추진 사실무근”
#주당 가격 1년 만에 반토막
최근 일본 이온(AEON)그룹이 일본미니스톱의 100% 자회사인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해 전반적인 매각 작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미니스톱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18년 11월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진행된 바 있다. 인수전에는 롯데그룹(세븐일레븐)을 포함해 신세계그룹(이마트24)·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했다. 롯데가 가장 높은 4300억 원의 입찰가를 적어냈다. 하지만 이후 가격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19년 1월 후지모토 아키히로 일본미니스톱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서 매각 철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매각 실패 이후 미니스톱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은 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는 143억 원의 영업적자, 13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각 철회 때 강조했던 이익잉여금은 1000억 원대에서 589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매출(1조 794억 원)은 1조 원대를 지켜냈다.
실제 미니스톱 기업가치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2019년 6월 일본미니스톱은 (주)대상으로부터 주당 4만 945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20%(101만 6000주)를 416억 원에 인수했다. 반면 지난해 6월에는 미쓰비시로부터 주당 1만 8700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3.94%를 37억 원에 매입했다. 1년 만에 주당 가격이 55% 떨어진 셈이다.
미니스톱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점포 수 기준 업계 5위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CU(1만 4923개) △GS25(1만 4688개) △세븐일레븐(1만 486개) △이마트24(5301개) △미니스톱(2607개) 등의 순이다. 지난 2017년 10월 미니스톱은 이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는 이마트24에 4위 자리를 내줬고, 현재는 두 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점포당 매출액은 △GS25(4억 5717만 원) △미니스톱(4억 1403만 원) △CU(4억 1330만 원) △세븐일레븐(3억 8600만 원) △이마트24(3억 677만 원) 등의 순이다. 하지만 전 매장에 치킨·어묵 등 즉석조리 매장을 운영하는 미니스톱의 평균 매장 면적은 82.6㎡(25평)다. 경쟁사는 대부분 66㎡(20평) 이하다.
미니스톱을 인수한다고 해도 국내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BGF·GS리테일은 국내 시장 포화로 오래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CU와 GS25는 몽골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CU는 몽골 점포가 130호점을 돌파했다. GS25는 베트남에 117호점까지 오픈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몽골 내 500개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U와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출점과 관련된 규제도 여전하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편의점 점포의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율규약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점포와 최소 50~100m 벗어나서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을 막기 위한 ‘거리 제한’ 규정이 18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일본 측에 확인한 결과,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즉시배송이 쏘아 올린 가능성
한국미니스톱의 부인에도 매각설이 점화된 데에는 매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부터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플랫폼까지 신성장 동력으로 퀵커머스(즉시배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간 편의점들은 네이버, 카카오톡, 요기요 등 플랫폼에 입점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자체 배달앱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GS25는 배달앱 ‘우딜-주문하기’를 출시했다. 8월 25일 GS리테일은 우딜-주문하기 누적 주문이 4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마트24도 배달앱을 구축했고, 현재 1300여 개 가맹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니스톱도 500여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GS리테일은 M&A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8월 13일 퀵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해 사모펀드와 함께 요기요를 인수했다. 지분 100%에 대한 인수대금은 8000억 원이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최소 5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4월에는 500억 원을 투자해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확보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배달앱 시장 2위 요기요 인수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퀵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기요 플랫폼과 부릉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 GS리테일이 보유한 1만 4000여 개의 편의점과 300여 개의 슈퍼마켓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서 역할을 하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주도적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니스톱은 경쟁사 대비 점포 면적이 넓어 리뉴얼을 진행한다면 MFC에 특화된 매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퀵커머스 배송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기존 유통업체부터 플랫폼 기업까지 인수 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쿠팡이츠는 쿠팡이츠마트를 보유 중이다. B마트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0여 곳에 불과하다. 쿠팡이츠 마트는 아직 서비스 실험 단계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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