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 인수합병 자금 마련 한계…경쟁사 마켓컬리·오아시스 움직임도 자극
2018년 SSG닷컴은 투자회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에서 1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년 내 IPO 추진, 매출 10조 원 달성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에상보다 빨리 IPO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PO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의 불안한 현금흐름이 꼽힌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이마트는 상반기 대규모 투자로 예전과 비교해 현금 흐름이 많이 약해졌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물류에도 계속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약 3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딜’을 진행했다. 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1353억 원,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을 통해 여성 의류 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를 265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주식 80%를 3조 4404억 원에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마트의 현금흐름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이마트는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활용해 ‘세일즈 앤 리스백(부동산 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왔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업무용지를, 지난 6월에는 이마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매각했다. 최근에는 성수동 본사도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온다. 그동안 이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M&A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한계가 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의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토지와 건물은 매각해도 그곳에서 계속 매장을 운영하려면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차료와 리스 비용을 내야 하는데 그게 새로운 부담 비용으로 쌓인다”며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 돈을 계속 조달할 수는 없으니 IPO를 통해 새로운 자금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SSG닷컴이 신주를 발행하는 동시에 이마트가 가진 SSG닷컴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방법으로 현금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경쟁사인 마켓컬리와 오아시스가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SSG닷컴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한창 관심을 받을 때 함께 이슈가 되는 것이 IPO 가치를 높이는 데 더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현재 주관사를 선정 중이며, 오아시스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준비하고 있다.
SSG닷컴의 IPO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SSG닷컴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30% 남짓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 등의 요인으로 IPO를 시도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성장성이 있는 적자기업에 상장 자격을 주는 코스닥의 ‘테슬라(이익미실현 기업)’ 요건이나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넘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라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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