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시점 미정 속 유상증자 예정…3분기 실적 쇼크 금호건설 신사업 추진 여부에 “정해진 것 없다”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호그룹은 과거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 ‘금호산업(현 금호건설)과 특수관계인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주식을 거래 종결일로부터 1년 이후 더는 소유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한다’고만 기재했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매각을 할지, 매각 대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만 한다.
#추락한 3분기 실적
금호건설은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금호건설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5191억 원에서 올해 3분기 3871억 원으로 25.43% 감소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3분기 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3분기에는 1574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금호건설이 올해 3분기 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크게 밑돈 셈이다. 금호건설의 실적 부진 이유는 그동안 미뤄놨던 부실 반영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원가 반영,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지체보상금, 민관합동사업 계약 해지, 대여금 손실 처리 등에 따른 것이다.
금호건설은 그간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견 건설사 취급을 받아 왔다.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금호건설은 리첸시아 여의도와 리첸시아 중동을 랜드마크로 성공적으로 공급했다”며 “커뮤니티 시설과 첨단보안시스템 등을 사이트에 적용하며 중견 건설사임에도 고급주거 브랜드를 확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남동 금호리첸시아, 용산 금호리첸시아, 방배 금호리첸시아 등 서울 주요 입지에 고급 주상복합을 시공하며 브랜드 입지를 다져왔다. 이를 바탕으로 금호건설은 우리나라 대표 트로피 홈인 한남더힐을 시행 및 시공하기에 이르렀다”며 “그간 쌓아온 하이엔드 주택에 대한 기록을 통해 향후에도 1군 건설사 텃밭인 고급주거 시장에서의 의미 있는 수주가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호건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의 평가도 바뀌었다. LS증권은 최근 “그동안 금호건설의 강점이자 투자 포인트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장이 분양가 상한제와 공사원가 상승 때문에 실적을 악화시켰다”며 “토목 또한 원가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됐는데 기존의 ‘로 리스크 로 리턴(저위험 저수익)’ 성장 전략이 인플레이션 앞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공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금호건설은 공공사업의 구조적인 수익성 이슈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전략만이 기업의 성장성 및 주가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마지막 기회
증권가에서는 금호건설의 새로운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금호건설의 현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금호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640.49%에 달한다. 당분간 흑자전환도 요원하다는 평가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금호건설이 내년 3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건설의 내년도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는 셈이다.
금호건설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행해 놓은 회사채가 없다는 점이다. 금호건설의 부채는 많지만 대여금과 매출채권, 미청구공사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유동성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아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시점이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마지막 남은 기회인 만큼 시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호건설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식 2289만 6020주(지분율 30.77%)를 갖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시기는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유상증자 후 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11%대로 떨어진다.
현재 기준으로 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는 약 2000억 원이다. 1조 5000억 원 유상증자 이후에도 현재의 지분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피인수된 후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당분간은 대한항공 이중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노후화된 항공기를 교체하는 등 들어갈 비용이 많아 2026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팀을 시작으로 금호타이어 기획조정팀, 아시아나IDT 사장 등으로 근무했다. 다만 건설업 관련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금호건설 내부에서는 박 부회장이 금호건설 경영에 개입한 사례는 많지 않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세창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혹은 신사업 발표를 계기로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라 보고 있다. 박 부회장과 절친한 한 재계 인사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공격적인 M&A로 그룹을 거의 거덜 낸 만큼 박 부회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도 “금호건설 또한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라도 고민을 많이 하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 활용 방안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시리우스항공 대표 검찰 송치…신생 항공사들 '부실 경영' 우려 시선 이유
온라인 기사 ( 2025.01.21 17:45 )
-
남양유업, 201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나서
온라인 기사 ( 2025.01.17 16:13 )
-
'웨이브 합병 추진' 티빙 2대주주 KT의 침묵, 기다리며 몸값 올리나
온라인 기사 ( 2025.01.21 1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