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이종현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1210/1733807941474969.jpg)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 셈이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서병수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산은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제21대 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산은법 개정안 발의는 이어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산은 본점 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해 3월 이수진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산은과 거래하는 기업의 69.2%, 산은과 거래하는 상장사의 72.2%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현실은 고려한 것인가”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업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봤는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 정치권은 비상계엄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산은 본점 이전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내부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그간 산은 본점 이전에 반대해왔고, 국민의힘은 금융노조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금융노조가 비상계엄 사태 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설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노조 산은지부는 지난 12월 4일 성명을 통해 “산은 이전 강행을 경험한 우리 노동조합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불통과 무능을 일삼는 그의 행태는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망국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금융노조와 척져서 좋을 것이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무슨 말을 해도 당장 지지율 회복은 어렵고 그저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이 날을 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며 오히려 잘못 자극했다가는 국민의힘을 비토하는 목소리만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산업통상협회 창립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이종현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1210/1733807989803445.jpg)
다만 부산시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산은 본점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산은 본점 이전이 백지화될 경우 민주당에 대한 부산 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민주당이 산은 본점 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산은 본점 이전을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지난 7월 “산은 부산 이전과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가덕도 신공항 적기 개항 등 부산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특별히 내부적으로 변화된 입장은 없다”라고 전했다.
법안 지르고 보기? 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본점 이전도 추진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본점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역시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수출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의 금융생태계 조성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고, 금융중심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지역별 특화를 고려한 공공기관의 고른 지역별 분배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통해 달성하려는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월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2021년 기준 대구시 내 중소기업 종사자수는 76만 7648명으로 비율로는 93.55%에 이르며 전국 8대 특·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라며 “대구시에는 2014년 말 이전한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위치해 있어 IBK기업은행이 이전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가능하고, 금융 및 전문컨설팅 제공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여유는 없는 상황이다. 또 KDB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본점 이전을 준비했던 것과 달리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본점 이전 관련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