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국민사형투표’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론칭…제작비 급상승 고육책, 성공 여부는 ‘글쎄’
하지만 케이블 방송에 종합편성채널까지 등장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연속극 틀은 유지되고 있지만 미니시리즈 편성이 크게 변했다.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가 대거 사라지고 금토 드라마와 토일 드라마가 대세다. 그리고 최근 주 1회만 방송되는 미니시리즈까지 등장했다.
10월 11일 첫 방송되는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예측불허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기상천외한 발상의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차은우와 박규영이 캐스팅 된 부분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이한 부분은 편성이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14부작 미니시리즈인데 매주 수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수요 드라마다. 과거에는 미니시리즈의 편성이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로 구분됐었다. 최근에는 금토 드라마와 토일 드라마로 미니시리즈의 편성 트렌드가 변화했는데 이제 주중 하루만 방송되는 수요 드라마가 등장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오늘도 사랑스럽개’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12부작으로 편성돼 방송 중인 SBS ‘국민사형투표’는 목요 드라마다. SBS ‘국민사형투표’에 이어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까지 등장하면서 향후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흐름이 주 2회에서 주 1회로 바뀔 수도 있다.
SBS는 이미 한 번 야심찬 도전으로 트렌드 변화를 주도한 바 있다.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열혈사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상파 첫 금토 드라마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자체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SBS 금토 드라마는 연이어 성공작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미니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이후 MBC도 금토 드라마 시장에 진입했다.
반면 주 1회 편성 미니시리즈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열혈사제’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금토 드라마에 쉽게 적응하도록 만든 데 반해 ‘국민사형투표’는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사형투표’도 상당히 기대감이 큰 드라마였다. 박해진, 박성웅, 임지연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임지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와 ENA 미니시리즈 ‘마당이 있는 집’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다.
박해진 역시 출연 작품마다 흥행에 크게 성공했고 2020년에는 ‘꼰대인턴’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다. 박성웅 역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온 배우다. 이들의 만남이라 기대감이 컸고, 새로운 목요 드라마의 시작이라는 화제성도 컸지만 시청률은 아직 기대 이하다. 첫 회 4.1%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7회에선 3.1%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아직 주 1회 미니시리즈에 시청자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일 수 있는 터라 MBC 수요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의 두 번째 도전이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두고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오랜 기간 미니시리즈가 주 2회 방송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시청자들에게 연속성은 유지하면서도 기다리는 재미까지 선사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편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주 1회 편성 드라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일까.
‘열혈사제’로 금토 드라마 시장이 열리면서 미니시리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매우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제 월화 드라마에 이어 수목 드라마, 그리고 금토 드라마까지 주 6일 동안 미니시리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금토 드라마의 등장이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의 폐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금요일과 토요일에 편성됐던 예능 프로그램이 대거 주중 밤 시간대에 편성됐다.
아무래도 방송사 입장에서 미니시리즈는 제작비 부담이 크다.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로 주중 2편이 편성되던 미니시리즈는 금토 드라마로 바꾸고 대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영화에 밀리지 않는 고품질의 드라마가 등장하면서 드라마 제작비 자체가 상승 중이다. 또한 tvN 등 케이블 채널, JTBC 등 종합편성채널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 역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SBS와 MBC는 편당 미니시리즈 제작비는 올리고 주중 2편에서 1편으로 편수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주 1회 편성은 당연히 주 2회 편성에 비해 제작비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다. 방송 관계자들은 본방 시청보다 OTT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도 감안한 결정이라고도 보고 있다. SBS와 MBC가 금토 드라마에 더해 미니시리즈 추가 편성을 고민하다 주 2회 편성 미니시리즈 제작에 부담을 느껴 주 1회 드라마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대신 편당 제작비는 높여 좋은 배우들을 확보하고 전반적인 드라마의 퀄리티도 높인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방송사 입장에선 미니시리즈는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다. 한 편의 미니시리즈가 제대로 터지면 그 파급효과와 부가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글로벌 OTT 등을 통해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고민이 주 1회 편성 미니시리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국민사형투표’와 ‘오늘도 사랑스럽개’의 도전이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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