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파로 ‘막장’ 부각 안 돼 화제성 떨어져…‘연인 파트2’ ‘무인도의 디바’와도 경쟁 구도 돌입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금토 드라마 ‘연인’을 편성한 MBC와 달리 정상적인 편성을 결정한 SBS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 아시안게임에 집중되면서 예상된 악재인 방영 초기 막장 논란을 무난히 넘긴 부분이 오히려 다행스러워 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인’과의 정면승부를 앞둔 ‘7인의 탈출’의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아시안게임 덕분에 엄청난 화제가 집중되지 않았을 뿐 막장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첫 회부터 교내 따돌림, 가정폭력, 원조교제, 임신과 교내 출산 등 다양한 막장 코드가 등장했다. ‘7인의 탈출’이라는 드라마를 두고 ‘자극적인 마라맛’이라는 평이 이어질 정도였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7인의 탈출’ 관련 민원이 대거 접수되기도 했다.
문제는 막장 논란이 부각되지 않은 만큼 드라마 자체에 대한 화제성도 그리 크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실 막장 드라마는 논란을 먹고 자라는 성향이 강하다. 심지어 ‘욕하면서 본다’는 표현까지 존재할 정도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욕하지 않으면 보지도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 역시 답보상태다. 9월 15일 시청률 6.0%로 시작한 ‘7인의 탈출’은 2회 6.1%, 3회 6.7%, 4회 7.7%, 5회 5.6%, 6회 7.3%로 이어졌다. ‘7인의 탈출’과 같은 SBS 금토 드라마였던 ‘악귀’도 오컬트라는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2회에서 바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아쉬운 성적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 또한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3회까지 이어지던 6%대 시청률이 4회에서 7.7%를 기록하며 깨졌다. 보통 이렇게 상승세를 타면 시청률이 급격히 오르기 마련인데 5회에서 가장 낮은 5.6%를 기록했다. 5회가 방송된 9월 29일에는 하루 종일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팀의 메달 소식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편성 시간이 10시에서 10시 20분으로 미뤄졌다. 편성 시간이 미뤄진 데다 경기가 끝난 뒤 타 방송사들이 하이라이트와 뉴스 등 관련 프로그램을 이어가는데 SBS만 ‘7인의 탈출’을 방송하면서 시청률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6회에선 다시 7.3%를 기록하며 7%대로 복귀했다.
17부작으로 기획된 ‘7인의 탈출’에서 5회와 6회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왜 제목이 ‘7인의 탈출’인지가 명확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방다미(정라엘 분)를 짓밟고 일어선 악인들은 저마다 성공했고 이들은 한모네(이유비 분)가 모델로 활동하는 ‘티키타카’가 후원하는 여행 이벤트에 초대된다.
그렇게 방다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물 33인이 모여 파티를 즐겼지만 이는 누군가의 설계에 따른 것이었다. 방다미의 환영으로 시작돼 지옥도로 이어진 이들의 위기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잔혹한 생존 서바이벌로 이어졌다.
결국 13명이 겨우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의 경계에 내몰려 있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다행히 보트를 발견했지만 7인승이다. 다시 상대를 죽이고 보트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직 7명이 살아남게 된다. 제목이 언급한 ‘7인’은 이렇게 5회와 6회를 통해 정리가 된다.
지금껏 막장 드라마는 대부분 일일연속극이나 주말연속극에서 주로 활용됐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연속극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아 세트 촬영 분량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 시리즈와 임성한 작가(필명 피비·Phobe)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를 통해 막장 드라마가 미니시리즈 시장에 안착했다. 따라서 제작비도 급증했는데 ‘7인의 탈출’에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글로벌 OTT에 뒤지지 않는 최첨단 CG(컴퓨터 그래픽)까지 등장했다.
특히 지옥도에서 환각에 빠져 생존 서바이벌을 벌이는 장면에선 ‘지나치다’는 평까지 나올 만큼 CG가 대거 등장했다.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막장 드라마에서 등장한 셈이다.
‘7인의 탈출’ 입장에서는 CG를 대거 활용한 지옥도에서의 생존 서바이벌을 그린 5회와 6회가 승부수가 될 수 있었다. ‘단죄자’ 매튜 리(엄기준 분)의 본격적인 복수극의 시작을 알리는 지옥도 생존 서바이벌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최첨단 CG를 활용해 막장 드라마라는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5.6%로 급락했던 5회 시청률이 6회에서 7.3%로 만회된 데 만족해야 했다.
이제 ‘7인의 탈출’에게는 10월 13일 돌아오는 MBC ‘연인’ 파트2와의 정면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9회 방송에서 격돌하는 만큼 7회와 8회에서 시청률을 바짝 끌어 올려야 한다. ‘연인’ 파트1이 12.2%로 종영했기 때문에 현재의 7%대 시청률은 정면승부를 벌이기 힘든 수치다.
게다가 8회가 방송되는 10월 7일에는 JTBC 새 토일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 시작된다. 지난 1년여 동안 SBS 금토 드라마의 경쟁상대가 JTBC 토일 드라마였음을 감안할 때 ‘힘쎈여자 강남순’ 역시 만만찮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인’ 파트2가 시작되고 한 주 뒤인 10월 21일에는 tvN 새 토일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도 방송을 시작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연 박은빈의 차기작이라 기대감이 큰 드라마로 역시 만만찮은 상대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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