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 실적 부진 속 고배당, 주요 자회사도 곳간 열어…‘주주 환원’ 차원 긍정 평가도
#지난해 말 승진 명단에 구형모 부사장 이름 빠져
LX홀딩스의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9억 원, 732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전년에 비해 7665.6% 폭증했으나 영업이익은 5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53.7% 감소한 788억 원에 그쳤다.
LX홀딩스는 올해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270원씩 총 210억 원가량을 현금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월 1주당 310원씩 240억 9900만 원가량을 배당한 것에 비해 총 배당액은 13%가량 감소했다. 실적 감소폭에 비해 배당금 규모 감소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배당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는 오너 일가가 꼽힌다. LX홀딩스는 최대주주인 구본준 회장과 구 회장의 직계가족 및 친인척 등이 총 43.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X홀딩스의 올해 현금배당으로 지분을 19.99% 보유한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42억 원가량을, 11.92%의 지분을 보유한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은 25억 원가량의 현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LX홀딩스의 배당정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LX그룹은 아직 승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2021년 12월 24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에게 850만 주의 지분을 증여한 후 구형모 부사장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7차례 25억 원어치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LX그룹이 LG그룹에서 2021년 5월 계열분리하며 출범할 때 LX홀딩스 상무로 입사한 구 부사장은 1년 반 만인 2022년 11월 LX홀딩스 부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정기 인사 승진 명단에서 구형모 부사장 이름이 빠지면서 승계 작업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이 악화한 데다 구 부사장이 2022년 12월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LX MDI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X MDI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2억 원에 영업손실 9300만 원을 냈다. LX MDI가 그룹 내 계열사들만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사적 지원을 받고도 적자를 기록한 까닭에 승진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구본준 회장의 나이가 70대 중반에 접어드는 만큼 고배당 기조를 통해 승계 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적 악화로 주가가 상당히 하락했기 때문에 지난해 이후 중단된 지분 매입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총수가 고령이다 보니 짧으면 1~2년, 길면 5년 이내에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X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나 소액주주나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고 대주주가 지분이 많다는 이유로 특별히 많이 받는 것처럼 주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앞으로의 투자 재원 등을 다 고려해서 배당 규모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LX MMA, 120억 원 현금 배당
LX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로 자회사로부터 얻는 배당 수익이 주된 수입원이다. 지난해 3분기 LX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당금수익 비중이 75.4%, 상표권 사용수익이 24.2%이다. LX홀딩스는 비상장 자회사 LX MMA 지분은 100%, 상장사인 LX세미콘은 33.08%, LX하우시스는 30.07%, LX인터내셔널은 24.69% 보유하고 있다.
이중 LX하우시스는 지난해 유일하게 호실적을 낸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3조 5258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5% 증가했다. 2022년에는 1177억 원으로 집계됐던 당기순손실도 2023년에는 617억 8600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X하우시스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을 200원에서 1700원으로 7.5배 늘렸다. 배당금 총액은 약 170억 원에 달한다.
주요 자회사 중 하나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선 LX MMA도 올해 총 120억 원의 현금을 배당한다고 발표했다. LX MMA는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58.7%가량 감소한 494억 7700만 원을 기록했으나 배당성향 60% 수준에 해당하는 300억 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요 자회사인 LX세미콘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10.3%, 58.5%, 56.7% 감소했으나 292억 7574만 원의 현금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LX세미콘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31%에 비해 올해 29%로 소폭 감소하는 데에 그쳤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승계 작업 도중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고려해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게 아니라면 배당을 많이 준다는 건 회사에 좋은 투자 기회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좋은 투자 기회가 많이 있는데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건 일종의 주주가치 훼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LX그룹의 배당 정책을 두고 긍정적인 부문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새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에 고배당과 주주환원을 당국에서 상당히 장려하고 있다”며 “물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배당을 많이 받아가겠지만 일반 소액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주가 부양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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