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사회 “가덕도신공항 거점 지켜야”…업계 안팎 “분리매각 시 안정적 경영 어려워”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 에어서울·에어부산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부산지역사회는 에어부산이 LCC통합에 들어갈 경우 가덕도신공항 앞날이 걱정된다며 분리매각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20곳으로 구성된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월 11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범시민공동추진협의회’가 출범했다. 가덕도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에 666만 9000㎡ 규모로 조성돼 오는 2029년 개항할 예정이다.
부산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에어부산이 가덕도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남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박대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브리핑에서 “가덕도신공항이 외형적으로 손색없는 공항이 되더라도 다양하고 풍부한 국제노선을 둔 독립 거점 항공사가 없으면 실속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 거점 기업들은 에어부산 분리매각 시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에어부산의 현 보유자산이나 경영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분리매각 시 안정적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현재와 같은 재정 상태에서 향후 독립운영에 필요한 항공기나 전문인력을 갖추기엔 한계가 있다고 우려한다. 안정적 운항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부산의 보유 항공기 숫자는 지난 2월 기준 24대로, △제주항공(42대) △티웨이항공(30대) △진에어(27대) 등과 비교해 적다. 진에어·에어서울 등과 통합하면 총 57대를 보유한 항공사에 속해 제주항공과 15대, 티웨이항공과 27대 격차를 둘 수 있지만 현재의 규모를 유지한다면 경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독립운영 시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을 이유로 직원 350여 명이 오히려 회사를 떠난 상태다. 한 내부 직원은 “인원 이탈이 가속화되고 타 항공사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분리 경영시 항공사 간 노선 네트워크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직항편이 부족한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인근 지역에서 타 항공사를 통해 환승할 수 있도록 이원 구간을 지원 중이다. 이는 항공사 간 공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에어부산이 홀로 설 경우 이 같은 네트워크 형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들어간다면 대한항공이 가진 네트워크를 공유해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덩치를 키워가는 여타 LCC기업 상황도 주목할 지점이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5월 16일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시작으로 유럽 노선 운항에 나서 6월엔 프랑스까지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화물사업실을 신설하는 등 여객 외 화물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국내 노선과 동북아·동남아지역 여객 수송에 집중했던 LCC 업체들이 점차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에어부산이 독립보다 통합에서 경쟁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할 의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읽힌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의존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분리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지원 없이) 독자적 경영은 힘든 단계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크게 불어난 결손금(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생긴 손실 금액)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받았다. 결손금이 2020년 727억 원에서 2022년 4920억 원으로 증가하자 아시아나항공은 2020~2022년 총 세 차례 에어부산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했다. 2021년 2271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1000억 원, 2022년 1339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545억 원을 지원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항공기 리스 이자율을 낮추는 지원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부산이 운용 중인 아시아나항공 리스 여객기 이자율은 최소 4.71%로, 타 리스 여객기 이자율 6%대보다 현저히 낮다. 이 같은 지원에도 에어부산의 2023년 현금성자산(334억 2292만 원)은 2022년(1593억 7126만 원) 대비 79%나 축소돼 부실 재정 상황을 드러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때 자회사들 간 통합 가능성이 있지만, 피인수 기업 입장이어서 공식 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부산이 지역거점 역할보다 운영 안정성에 우선 주목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에어부산이 부산거점 항공사로서 지역사회에 자긍심이 될 수 있지만 수익이 나야 지속가능한 운영이 되지 않겠나”라며 “에어부산 자체만으론 소비자(승객)의 편익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고, 통합 LCC로서 대한항공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부산거점 운항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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