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묵 “꿈꾸는 것 같다”…고영우 “시즌 완주가 목표”
그들 중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신인왕을 향해 보폭을 넓히는 선수들도 있다. 바로 황영묵(한화)과 고영우(키움)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JTBC ‘최강야구’를 통해 먼저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앞서 거론된 신인왕 후보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팀의 주전 선수로 발돋움하며 신인왕 레이스에 합류했다.
황영묵은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왜소한 체격으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중앙대에 입학했다가 중퇴 후 독립야구단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독립야구단에서 뛰다가 2023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최강야구’에 합류했고, 이후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고영우는 경남고 시절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키움 이주형과 같은 학교 출신이었지만 수비의 약점을 지우지 못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후 성균관대에 진학했고, 이연수 감독의 지도하에 수비형 선수로 거듭났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39순위로 키움 지명을 받은 고영우는 ‘최강야구’ 출연이 자신의 야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한다. ‘최강야구’ 시즌2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을 거듭하다 환상적인 수비에 김성근 감독의 낙점을 받았고, 이후 ‘정규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실력을 키웠다.
황영묵의 시즌 시작은 팀의 3번째 유격수였다. 주전 하주석이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그 뒤에 이도윤도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하주석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4월 9일 황영묵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대수비, 대주자 등 출전 기회가 많지 않던 가운데 4월 12일 대전 KIA전에 교체 출전해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고, 이후 15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LA 다저스 무키 베츠를 빗대 ‘묵이 베츠’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황영묵은 5월 23일 현재 타율 0.295 26안타 1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6을 기록하며 ‘독수리군단’의 내야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황영묵은 프로에서 뛰고 있는 지금 상황을 “행복하다” “꿈꾸고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가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언제 다시 1군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혹시 모르니 항상 준비를 해 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다시 1군으로 올라갈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동안 2군에서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경기 중 보여드린 것 같다. 1군 선수들과 동행하며 야구하고 있는 현실이 꿈만 같다. 이전 내가 상상만 했던 장면들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영묵은 팬들이 자신을 향해 ‘묵이 베츠’로 불러주는 데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무키 베츠 선수는 작은 체형의 단점을 극복해 뛰어난 운동 능력을 인정받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그런 점에서 나도 그 선수의 경기 영상을 참고한 적도 있다. 한화 팬들이 그 선수의 이름을 빗대 내게 ‘묵이 베츠’라고 불러줘서 진짜 고마웠다.”
1군 콜업 후 1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던 황영묵. 그가 타석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수와 상대하는지도 궁금했다.
“사실 타석에 들어가면 '안타를 치겠다, 홈런을 치겠다' 이런 생각보다 한 타석에라도 나갈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소중히 생각하고, 그 타석에서 최대한 내가 갖고 있는 걸 보여드리려고 애쓰는 편이다. 때로는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운 좋게 안타가 되는데 그건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는 문제니 매 타석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황영묵은 프로 무대에 서기까지 고단한 여정을 거쳤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야구 선수치곤 왜소한 체형으로 인해 프로에 지명되지 못하자 군 입대 후 대대장의 특별 배려 하에 체중 증량에 집중했고, 야구를 좋아하는 대대장이 훈련할 공간을 마련해줘 휴식 시간에 가벼운 캐치볼과 타격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에 오기까지 힘든 일들이 많았다.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는 프로 유니폼 입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1군에서 주전으로 꾸준히 활약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아직 응원가가 없다. 응원가가 있는 야구 선수되는 게 또 하나의 목표다. 프로 선수한테 응원가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팬들이 야구장에서 내 응원가를 불러주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야구하고 있다.”
한화 구단과 응원단장은 최근 황영묵에게 응원가를 선물했다. 구단 유튜브 ‘이글스TV’를 보면 황영묵이 자신의 첫 응원가를 듣고 감격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황영묵은 신인왕 관련된 질문을 받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말로 자세를 낮췄다.
“신인왕을 받으려면 내가 시합에 꾸준히 나가야 하고, 그 기회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신인왕은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없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6명의 신인 선수를 포함시켰다. 그중 1군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고영우 한 명뿐이다. 고영우는 4월 38타수 12안타 4타점으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다 5월 들어 타격감이 대폭발했다. 5월 23일 현재 타율 0.358 30경기 29안타 11타점 OPS 0.842를 기록 중이다.
장타를 치는 타자는 아니지만 50타석 이상 소화한 야수 신인 가운데 타율과 출루율, 안타 모두 1위에 올랐고, 수비에서도 2루, 3루, 유격수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수비 범위를 보이며 홍원기 감독의 인정을 받고 있다.
고영우는 올 시즌 1군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올 시즌 KBO리그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됐는데 처음에는 ABS 존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최근에서야 스트라이크 존이 정립이 됐고, 내가 생각한 존에 들어온 공에만 대응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고영우는 프로에서 처음 경험하는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신인 선수로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범 경기 때 매번 땅볼에다 병살치고 그랬는데 한 번은 코치님께서 타구 맞히는 소리도 좋고, 힘도 좋으니까 네 자신을 믿고 좀 더 자신감 있게 치라고 조언해주시더라. 이후 집중해서 연습에 임했고, 경기에 나가선 이런 저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대신 그냥 자신 있게만 치자고 생각했던 게 결과로 이어지더라. 시즌 초반에는 변화구를 참지 못하고 스윙하는 바람에 삼진을 많이 먹었는데 5월 들어서 변화구를 잘 참아내고 빠른 공에 승부하려 했던 움직임도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게 프로 적응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고영우는 키움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3루수가 전문이지만 2루수, 유격수도 가리지 않고 출전한다.
“처음에는 3루에서 하던 수비 버릇이 조금씩 튀어나와 불안했는데 계속 수비에 나가다 보니 수비서도 조금씩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출전할 수만 있다면 어느 포지션이 주어지든 상관하지 않는다.”
고영우는 3월 31일 고척 LG전에서 7회말 최주환의 대주자로 출전했다가 이후 데뷔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날 야구장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 전에 처음 대수비로 나갔을 때도 공을 어떻게 잡고 송구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긴장했는데 그날도 엄청 떨면서 경기에 임했다. 대주자로 나섰다가 데뷔 첫 득점을 기록했고, 8회 운 좋게 데뷔 첫 타석에 임했는데 그냥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은 무조건 휘두르자고 마음먹었고, 한가운데로 몰리는 슬라이더가 들어오길래 방망이를 댔던 게 안타로 이어졌다.”
고영우와의 인터뷰 말미에 신인왕 관련된 질문을 건넸다. 그는 이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신인왕 운운했던 데 대해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이전에 목표를 크게 잡아 올 시즌 신인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부상 없이 올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됐다. 그 과정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다 보면 신인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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