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이후 롯데 주축 내야수로 자리매김…“100경기 출전이 목표”
LG 시절의 손호영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워낙 내야의 뎁스가 두터운 팀이라 손호영이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롯데로의 이적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손호영은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펄펄 날았다.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다 3루수로 자리매김했고, 6월 13일 현재 타율 0.336 39경기 47안타 27타점 5홈런 6도루 출루율 0.367 OPS 0.917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손호영은 지난 5월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에 타이트한 증세를 느껴 경기 중간에 교체됐고,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가 6월 2일 사직 NC전에 복귀했다. 햄스트링 부상 직전 1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던 터라 당시엔 치명적인 이탈이란 시선이 존재했지만 4주 만에 복귀한 손호영은 언제 다쳤냐는 듯 이전의 타격감을 회복해 나갔다.
최근 롯데 팬들은 손호영이 또 부상을 당할까봐 걱정이 많다. 그로 인해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손호영을 향해 ‘전력 질주 금지’ ‘도루 금지’ ‘허슬플레이 금지’ 등을 거론하며 부상 예방에 힘쓸 것을 주문한다. 손호영은 팬들의 이런 반응에 미소를 띠며 “야구 선수가 그런 걸 신경 쓰면서 경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해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손호영은 “당연히 두려움은 있지만 막상 그라운드에 서면 나도 모르게 몸이 허슬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서 “그동안 야구를 느슨하게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한다.
손호영이 롯데 이적 후 이토록 상승세를 나타내는 요인이 무엇일까.
“이전까지만 해도 난 내 자신에게 너무 부정적이었다. ‘난 이것 밖에 안 되는구나!’, ‘난 여기까지인가 보다’ 등등 나를 탓한 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트레이드가 됐다. 롯데로 이적하면서 그동안의 실수는 LG에서 다 마무리 짓고, 부정적인 생각도 버리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처음에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시즌 중에 팀을 옮긴다는 것도 처음있는 일이고, 정들었던 선후배들과 헤어지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롯데에 적응하는데 일주일가량 걸렸다. 다행히 LG에서 함께 뛰었던 (유)강남이 형, (김)강민이 형도 있고, 김민호 코치님도 계셔서 편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롯데가 내 팀으로 느껴지더라.”
손호영이 롯데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건 꾸준한 타격감이다. 햄스트링 부상의 공백을 제외하고 손호영은 4월 17일 잠실 LG전(4타수 2안타)을 시작으로 6월 13일까지 2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다. LG 시절의 손호영한테 보이지 않았던 숫자들이다.
“좋은 기록이 이어진다고 해도 항상 불안한 마음이 존재했다. 야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운동이라 너무 잘되면 잘돼서 불안하고, 못 하면 못 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더라.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이렇게 잘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뒤따랐다. 그런데 롯데로 오면서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난번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 됐을 때 이전의 나라면 ‘난 왜 또 다쳤을까?’ ‘내 몸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고 자책하면서 내 자신에게 실망감을 나타냈을 텐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롯데 2군에서 코치님들,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시고 신경 써주신 덕분에 재활에만 집중했고, 다시 1군 복귀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상상하며 부상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절대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1군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전의 손호영으로 돌아갈 거란 우려에 끝까지 그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던 게 복귀 후 계속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손호영은 LG 시절의 경험들이 야구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지만 선수 생활만큼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손호영은 2020년 LG에서 선배 정근우와 함께 KT 위즈와의 경기에 나선 적이 있었다. 당시 손호영은 대주자로 경기에 투입됐다가 끝내기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는데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때 정근우 선배님이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어떤 상황이든 타석에 들어설 때는 항상 같은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즉 끝내기 찬스가 주어졌다고 해서 더 잘하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당시 내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긴장한 나머지 심호흡을 하는 등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했는데 근우 선배님은 그런 행동 자체가 타석에 들어서면 몸에 힘이 들어가 평소처럼 스윙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가라’라는 선배님의 말씀이 큰 울림을 줬고, 롯데에 와서 타석 들어가기 전 뭘 잘하려고 하지 말고 준비하던 대로만 하자고 생각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생각은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손호영은 평촌중-충훈고-홍익대 1학년을 다니다 중퇴 후 2014년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향했다. 2017년 어깨 부상으로 컵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고, 곧장 귀국한 손호영은 현역으로 입대하게 된다. 2019년 제대해선 독립구단인 연천 미라클에서 활약했고, 2020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에 입단하는 등 손호영은 KBO리그 유니폼을 입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왔다.
“야구 인생이 직선 코스가 아닌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나한테 그 과정은 굉장히 소중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 간 것도, 군 복무를 현역으로 마친 것도, 그리고 독립리그에서 뛰었던 경험들까지 모두 감사함을 느낀다.”
프로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그는 부상보다 LG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벽이 너무 높았다고 회상한다.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건 핑계 같다. LG에는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선수들을 제치고 선발로 출장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 벽의 높이를 실감하고 좌절도 하는 등 부침을 겪다 롯데로 오게 된 건데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약간의 서운함이 있었지만 이 트레이드가 나한테 또 다른 기회로 다가왔다는 게 신기하다. 계속 기회가 주어지고, 점차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손호영의 야구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손호영은 부상 이력들 때문인지 자신이 튼튼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전처럼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전투력을 드러내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게 또 다른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 하나. 바로 100경기 이상을 출전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시즌은 바로 올 시즌이고 6월 13일 현재 그는 39경기에 출전 중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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