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로하스·최정 18개로 공동 선두…데이비슨·노시환·김도영·양석환 바짝 추격
#강백호-로하스-최정 삼각구도
홈런 선두는 강백호(25)와 멜 로하스 주니어(34·이상 KT 위즈)의 집안싸움에 '리빙 레전드' 최정이 가세한 삼각 구도다. 세 명 모두 6월 13일까지 나란히 18개의 홈런을 쳤다. 이들 셋은 타점 부문에서도 톱 3를 형성하면서 올 시즌 최고 중심 타자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KBO리그 대표 '천재 타자'의 위용을 되찾는 모양새다.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이었던 포수로 복귀하면서 공격력이 더 강해졌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었다. 함께 1위에 올라 있는 세 타자 중 유일하게 데뷔 후 첫 홈런왕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강백호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의 29개였다. 신인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프로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려내면서 강렬하게 등장했고, 순조롭게 신인왕까지 거머쥐어 국가대표급 거포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강백호가 그 후 한 시즌 20홈런을 넘긴 건 3년 차였던 2000년(23개)이 유일하다. 2년 차였던 2019년 홈런 수가 13개로 뚝 떨어졌고, 긴 슬럼프가 이어졌던 2022년(6개)과 지난해(8개)에는 두 자릿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올해는 그런 강백호가 본격적으로 '부활'을 알린 시즌이다. 4월까지 홈런 10개를 때려내면서 앞으로 달려나갔고, 5월에도 홈런 6개를 추가해 꾸준히 홈런 선두권을 유지했다. 20홈런을 넘어 30홈런과 40홈런까지 도전해볼 수 있는 기세다. 강백호는 또 6월 13일까지 타점(58점)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면서 공동 2위인 로하스와 최정(이상 57점)을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다. 타율도 0.318로 준수하다. 앞으로 장타 생산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올해는 강백호에게 '역대급'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2020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로하스도 4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는 중이다.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네 시즌을 뛰면서 매년 3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모범 외국인 타자였다. 특히 2020년엔 타율 0.349(3위) 47홈런(1위) 135타점(1위) 116득점(1위) 장타율 0.680(1위)로 타격 4관왕에 오르면서 MVP에 올랐다. 그 활약을 발판 삼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지만, 두 시즌을 뛰는 동안 통산 타율 0.220 17홈런에 그친 뒤 퇴출당했다. 지난해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재기를 노리다 올해 다시 친정팀 KT로 돌아왔다.
KBO리그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로하스는 부활한 강백호와 함께 KT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6월 11경기에서 홈런 4개를 터트려 벌써 자신의 5월 홈런 수(23경기 4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6월 9일 LG 트윈스전에선 연타석으로 시즌 17·18호 홈런을 때려내면서 KT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그런 로하스를 5월 중순부터 1번 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로하스는 "처음 1번 타자 출전 얘기를 들었을 때는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감독님의 혜안이신 것 같다"며 "1번에서 공을 많이 보면서 내 타격에 도움이 되고, 뒤에 든든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팀 전체 타선도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최정은 세월을 거스르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프로 2년 차인 2006년 홈런 12개를 터뜨리며 '소년 장사'라는 별명을 얻은 뒤 올해까지 19년간 빠짐없이 홈런 10개를 넘겼다.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년·이상 15년 연속)을 이미 뛰어 넘어 역대 최장기간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그 기간 홈런 20개를 넘기지 못한 건 부상으로 100경기를 채우지 못한 2014년과 2015년 두 시즌뿐이다.
올해도 개막 한 달 만인 4월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올 시즌 10호이자 통산 468호 홈런을 때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5월 23경기에서 홈런 3개에 그치면서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6월 10경기에서 홈런 4개를 추가해 다시 공동 선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미 홈런왕을 3회(2016·2017·2021년) 경험했다. 지난 시즌엔 막바지까지 노시환(24·한화 이글스)과 홈런왕 경쟁을 벌이다 아쉽게 2위로 밀려났다. 올해는 개인 4번째 홈런왕을 향해 다시 고삐를 조이고 있다.
#톱 3 위협하는 경쟁자들은?
이들을 추격하는 경쟁자들의 기세도 무섭다. 올해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맷 데이비슨(33)은 메이저리그 311경기에서 홈런 54개를 기록하면서 장타력을 인정받은 거포다. 전임자였던 제이슨 마틴이 지난해 17홈런 90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더 강한 선수'를 필요로 했던 NC는 마틴을 포기하고 데이비슨을 데려왔다. 데이비슨은 2022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공동 홈런왕에 올랐고,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뛰면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
데이비슨은 NC의 기대대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고 있다. 6월 13일까지 홈런 17개를 쳐 4위에 올라 있다. 4월까지 홈런 5개로 예열을 마친 뒤 5월 25경기에서 홈런 8개를 몰아쳐 선두 그룹을 1개 차로 뒤쫓았다. 특히 지난 6월 7일 대전 한화전에선 시즌 16·17호 홈런을 잇달아 쏘아 올려 팀의 4연패를 끊었다. 득점권에서 부진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난해 마틴의 한 시즌 전체 홈런 수와 벌써 타이를 이뤘다. 데이비슨이 올해 홈런왕에 오르면, NC 소속 선수로는 2016년의 에릭 테임즈(40개) 이후 8년 만의 경사가 된다. 2020년 홈런 1위였던 로하스와 함께 4년 만의 외국인 홈런왕 재탄생도 노리고 있다.
홈런왕 '디펜딩 챔피언' 노시환,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김도영, 유일한 '잠실 타자' 양석환(33·두산 베어스)은 나란히 16개로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홈런 31개로 왕좌에 올라 '2000년대생 홈런왕'의 탄생을 알렸던 노시환은 시즌 초반의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고 제 궤도에 올라섰다. 이달 11경기에서 홈런 4개를 때려내면서 선두권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홈런 타이틀 2연패를 향해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도영은 4월까지 출전한 31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몰아치면서 초반 레이스를 주도했다. 5월 홈런 3개로 주춤하는 듯하더니, 6월 11경기에서 다시 홈런 3개를 추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6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선 국내 선수 중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홈런도 완성했다. 올 시즌 전 구단 상대 홈런을 친 타자는 김도영 외에 외국인인 로하스와 데이비슨뿐이다.
양석환은 톱 7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 그런데도 벌써 16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프로 11년 차인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21년의 28개였다. 올해는 산술적으로 34개까지 가능한 페이스다. 6월 7일에는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있는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연타석 홈런으로 무너트려 두산의 4연승 발판을 놓기도 했다.
15개로 공동 8위에 올라 있는 오스틴 딘(31·LG)과 요나단 페라자(26·한화), 14개로 10위에 이름을 올린 김재환(36·두산)도 언제든 이들을 추월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오스틴은 6월 11일과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잇따라 시즌 14호와 15호 홈런을 때려내 홈런왕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5월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6월 들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페라자는 4월까지 9개, 5월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초반 홈런 선두를 유지했던 주인공이다. 그러나 5월 31일 삼성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가슴을 부딪혀 통증을 호소했고, 6월 2경기에만 출전한 뒤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숨을 고르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하기만 하면, 선두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될 타자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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