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래 그런 것 아니냐? 죄 지은 사람 중에 먼저 나서서 ‘나 잡아가슈’ 하는 사람 없는 건 당연한 거지.”
서울지검 L검사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집권여당 대표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출두해서 조사를 받아보면 분명해질 것 아니냐. 이런저런 핑계로 (출두를) 미루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입지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수사 대상자가 누구냐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중에는) 죄가 있는 사람은 처벌한다는 아주 상식적이고 단순한 원칙만 통용된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K검사는 “노무현 정권 들어 가장 먼저 손을 대려 한 곳이 검찰조직이 아니었느냐”며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이후 달라진 점이라면 수사나 내사중인 사건에 대해 윗선의 간섭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윗선에서) 수사를 독려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대철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소환 의지에 대해 서울지검의 또다른 K검사는 “지금 특수부 검사들 중엔 강력부 출신 검사들이 상당수다. 오랫동안 조직폭력배 등 강력범들을 수사해 온 베테랑 검사들이다. 알다시피 조사하기 어려운 피의자들 가운데 하나가 조폭이다. 그들을 상대로 범죄사실을 자백받아 구속, 기소해왔던 검사들인데 무슨 정치적 고려가 있겠나. 원칙대로 수사하다보니, 거기(정대철 대표)까지 간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대다수 일선 수사검사들은 굿모닝시티에 대한 검찰 수사와 그에 따른 정대철 대표의 소환 및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검찰권의 정당한 발동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호남지역에서 지청장으로 재직중인 Y검사는 “정치인이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건은 모두 정치사건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 사건과 달리 정치권이 개입됐거나 연루된 사건은 수사상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소환에 불응하는 것 자체가 수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불체포특권으로 인해 수사가 장기화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건에 묻혀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형평성을 따져 볼 때 정치인 연루 사건은 그 비중으로 봐도 더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지청에 근무하는 P검사는 “검찰이 수사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언론의 주목을 못 받는 게 현실”이라며 “마치 굿모닝시티에 대한 수사가 검찰 수사의 대부분인 양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언론도) 무조건 검찰과 정치권의 관계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사들의 활동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울지검 북부지청에 근무하는 N검사도 “일선에서 수사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며 “노무현 정권 들어 온갖 관심이 검찰에 집중되고 있어, 적지 않은 압박감을 느낀다. 과도한 관심 집중과 필요이상의 과잉반응으로 수사에 애로가 적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3월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이후 세간에 형성된 검찰에 대한 좋지 못한 여론도 검찰이 강력한 수사를 천명하는 배경의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졌던 ‘검찰과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 상층부를 ‘믿지 못할 조직’으로 언급한 적이 있지 않느냐.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검찰 지도부의 수사에 대한 의지가 예전과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굿모닝시티 건을) 검찰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평했다.
▲ 일선 검사들 대부분은 ‘굿모닝 사건’ 수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고검장 이임식에 모인 검 찰 직원들. | ||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은 첫 정규인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강금실 법무장관 주도로 검찰 상층부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지만, 오는 8월에는 부장급 이하 평검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사 열기가 일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이 공언한 바대로 ‘실적’과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한 검사는 “검사 개개인의 능력에 큰 편차가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기자들이 큰 특종을 잡으면 기사화를 위해 밤낮 없이 취재에 몰입하듯이 검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큰 사건이 배당됐을 때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지금 문제가 된 (굿모닝시티) 사건도 마찬가지 경우다. 언론에서 자꾸만 정치권과 검찰의 갈등으로 내모는 것 같은데, 실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한 지청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검사는 “얼마나 원칙에 입각한 인사가 이뤄질지 모를 일이지만, ‘실적’과 ‘능력’ 위주도 좋지만 불합리한 인사만 이뤄지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임용된) 동기들 중에 누가 뛰어난지 이심전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게 마련인데, 지금까지는 특정지역 출신이란 이유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를 누리거나, 배제된 경우가 없지 않았다”며 “동기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인사만 이뤄져도 성공작”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대철 대표에 대한 검찰의 연이은 소환통보와 사전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검찰공화국’이란 자조섞인 표현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정권의 시녀’로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던 검찰이, 이제는 거꾸로 주인을 물려한다”며 바뀌어진 위상을 꼬집기도 한다.
정치권과 검찰의 한판 승부로 비화된 ‘굿모닝 게이트’ 사건에도 불구, 일선 검사들은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한 수사와 형평에 맞는 인사가 이뤄지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달 강금실 법무장관이 내놓을 검찰 개혁안과 인사안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