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에 도전했던 인물들이 금융권 요직으로 이동한 반면 우리은행장에 도전했던 인물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지난해 10월 2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으로 9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당시 직책을 기준으로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철휘 서울신문 대표이사,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씨티은행장이다.
위 인물들은 KB금융 회장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
이어 같은 달 16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차 후보로 김기홍·윤종규·지동현·하영구 4명의 후보로 압축했다. 김옥찬 전 부행장, 이동걸 전 부회장, 황영기 전 회장 등 쟁쟁한 인물이 탈락한 것에 금융권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KB금융 회추위는 10월 22일 윤종규 전 부사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했다.
40여 일 후인 지난해 12월 2일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로 이광구·김승규 우리은행 부행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3명을 발표했다. 나흘 후인 6일 우리은행 행추위와 이사회는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임했다.
국내 대표 금융사의 신임 CEO(최고경영자) 선임 작업이 완료되고 2~3개월이 지난 지금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KB금융 회장에 도전했다 탈락한 인물들은 대부분 금융권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장에 오르지 못한 인물들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회장 후보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찾아간 인물은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이다. KB금융의 새 회장으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김 사장이 후보에서 돌연 사퇴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27일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내정됐다.
하영구 회장은 극심한 진통 끝에 지난해 11월 28일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됐다. 하 회장은 현직 씨티은행장이라는 신분으로 경쟁 금융사 수장에 지원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일에는 황영기 전 회장이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서 50.69%의 득표율로 제3대 금투협회장에 당선됐다. 또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지난 12월 JB자산운용 신임 대표에 선임됐으며,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을 대표해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는 이동걸 전 부회장은 영남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반면 우리은행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김승규 부행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의 행보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김 부행장은 이광구 신임 행장 취임과 인사 단행 후에도 해오던 업무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승규 부행장은 행 내에서 민영화 전문가이며 그 업무를 계속 하고 있다”며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은 은퇴한 지 몇 년 지난 터라 근황을 모른다”고 전했다. 김 전 수석부행장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수석부행장은 현재 휴식 기간을 갖고 있다.
이처럼 두 금융사 CEO 후보들의 탈락 이후 행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까닭을 당시 상황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인사가 적지 않다. KB금융의 경우 내분 사태를 겪으면서 관치금융의 폐해가 도마에 올랐으며 금융권 ‘관피아’ 철폐 요구가 거센 때였다. KB금융의 새 회장으로 유력했거나 내정설까지 돌았던 김기홍·김옥찬·이동걸·하영구·황영기 후보가 모두 낙마한 것도 금융당국이 ‘관치·내정’ 등에 부담을 느낀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KB금융 사태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은 금융당국이 당초 큰 영향력이 없었던 내부 출신 윤종규 전 부사장을 회장으로 밀고 탈락한 인사들에게는 각기 다른 자리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의심도 살 만하다. 반대로 우리은행장의 경우는 ‘민영화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미 ‘서금회(서강대금융인모임)’ 출신 이광구 행장 내정설이 파다했으며 경쟁 후보로 나선 인물들의 인지도가 KB금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