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흔히 일어나지만 우리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오해와 편견 탓에 환자 스스로도 진단 받기를 꺼려하고 이를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간질은 유병률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운 질환에 속한다. 논문과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계적으로 뇌전증은 1,000명당 4~10명 꼴로 발생한다. 이는 위암 유병률(0.4%)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현대의학적으로 뇌전증은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민한 뇌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여전히 낯선 증상에 대한 순간적인 공포와 뇌전증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맞물려 있는 것이 이유다.
간질은 나이를 불문하고 발생할 수 있지만 ‘소아의 병’이라 불릴 만큼 전체 간질의 약 3분의 2가 20세 이전에 나타난다. 또 그 중 70% 정도가 3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소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생리적으로 조절기능이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아간질영역의 치료는 대부분 항경련제로 불리는 약물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항경련제는 말 그대로 경련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증상을 차단할 뿐 원인을 치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용 중단하면 경련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부작용 논란도 국내외에 걸쳐 꾸준히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다 보니 학계의 입장차도 엇갈렸다. 전통적인 한방치료법 중에는 소아간질을 경기라 하며 경련 시 손가락을 따는 등 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치료법이 많고, 무분별하게 항경련제를 사용하는 양방치료법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해 최근 뇌전증은 원인과 증상을 바로 알면 예방할 수 있으며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중증 약물난치성 소아간질의 경우 항경련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뇌신경 발달요법을 결합하는 치료가 호전 결과를 얻으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서융합병원 김문주 원장은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의학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항경련제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한방 탕약요법과 항경련제 요법을 병행해 항경련제를 최단기간 저용량으로 경련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실제 난치성 소아간질에서 뇌에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하는 뇌영양요법을 선행시킨 결과 간질환아들의 인지가 먼저 발달하며 점차 경련이 감소하며 난치성 간질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며 “이는 단식요법으로 영양장애를 부르는 케톤식이요법과 달리 소아간질환자들의 건강상태가 증진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난치성 소아간질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