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 초대행장은 별명이 ‘시골촌놈’일 만큼 편안하고 친근한 친화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함 행장 추천에 대해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후보를 심의했다”며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을 가진 함 후보가 통합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시너지를 증대시킬 적임자”라고 밝혔다.
비록 전체 금융권에서는 함영주 행장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하나은행 내에서만큼은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함 행장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해 행원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졸업한 데다 행원으로 시작해 행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정통 하나은행 출신도 아니다. 1980년 서울은행 입행 후 2002년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를 계기로 하나은행 ‘소속’이 됐다. 당시 함 행장은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이었다.
1956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태어난 함영주 행장은 충남 논산에 있는 강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함 행장이 태어난 은산면은 함 행장이 고등학교 2학년 때야 비로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시골이었다. 함 행장 집안 역시 가난한 농부 집안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상고 졸업 후 취업했다. 행원 생활을 하면서 야간 대학에 진학,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행원으로 시작해 책임자, 관리자, 임원을 거쳐 마침내 행장까지 오른 그를 두고 하나은행 내에서는 ‘인간 승리’로 표현한다. 과거와 달리 은행권에서 상고 출신 행장·부행장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함 행장의 학력·약력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통합은행장 후보 경쟁자였던 김병호·김한조 행장만 해도 각각 서울대, 연세대를 졸업했다.
현재 시중은행장 중 상고 출신으로 대표적인 인물은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이다. KB금융그룹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윤 행장은 광주상고 출신이다. 윤 행장 역시 광주상고 졸업 후 한국외환은행에 입행, 은행에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는 점은 함영주 행장과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윤 행장은 이후 행원 생활을 접고 회계사 시험,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했으며 서울대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까지 마쳤다. 윤 행장은 또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다 2002년에야 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 본부장으로 은행권에 복귀했다. 같은 상고 출신이라는 점만 같을 뿐 엄밀히 말해 함 행장과 다른 경우다.
올초 외환은행 노동조합원들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함영주 행장이 조직의 화합을 잘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행원으로 입행한 함 행장은 지금까지 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통합은행장으로 단독 추천되기 전까지도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지냈던 ‘영업통’이다. 또 1956년 생으로 올해 만 59세인 함 행장은 현재 시중은행권 부행장들이 대부분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출생인 점을 감안하면 부행장으로서 나이가 많았다. 부행장 시절 상관이었던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함 행장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1961년생이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함 행장이 그동안 주로 영업 분야에만 몸담았으며 계속 부행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학력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함 행장은 올해 초 하나은행장에 도전했으나 김병호 행장에 밀린 바 있다.
함 행장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친화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행내에서 별명이 ‘시골촌놈’이란 데서 알 수 있듯 함 행장은 은행 동료와 선후배, 고객들에 편안한 인상을 준다는 것.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의 마음’이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함 행장은 또 본부장 시절부터 매주 조깅·산행 등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해왔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인상과 활동을 종합해 그를 ‘친화형 리더’로 평가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하나은행 내에서 영업 분야 ‘달인’ 중 한 명으로 통할 만큼 함 행장은 가는 곳마다 행내에서 최고 실적을 거두었다. 2013년에는 함 행장이 이끌었던 충청영업그룹이 영업실적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은행권에서 친화력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을 기록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매주 조깅·산행 등을 실시하는 것이 직원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은행권에서는 함 행장의 통합은행장 내정을 다소 상징적인 차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호된 진통을 겪고 통합한 만큼 두 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끌어내는 데 3명의 후보 중 함 행장이 가장 적임자라는 것.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김병호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된다면 외환은행 직원들을 아우르기 어렵다고 하나금융 임추위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장을 맡았던 김한조 행장은 통합 과정에서 깔끔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다.
함 행장은 특히 하나은행이 피인수된 서울은행 출신으로서 외환은행 직원들의 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영업통으로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외환은행을 비롯해 혹독한 금융환경에서 통합 하나은행의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보았다.
함영주 행장이 임기가 만료되는 2017년 3월까지 자산규모 290조 원으로 1위 은행으로 올라선 KEB하나은행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하나금융은 경쟁에서 탈락한 김병호·김한조 행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두 분이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할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룹 부회장으로서 각각 국내·국외업무를 나눠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두 전임 행장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없앴던 부회장직제를 부활시켰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