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파파는 열애중>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강성연.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코디네이터에게) 당분간 등 파인 드레스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어요”라는 강성연은 “그런데 감독님의 권유로 결국 오늘도 입게 됐죠”라고 얘기한다. 뒤태가 강조되는 게 부담스럽지만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선택한 강성연의 의상이 어찌 보면 <이산>과 같은 시간대에 새로 시작되는 드라마에 대한 그의 각오일지도 모른다.
3회분부터 출연하는 까닭에 뒤늦게 촬영 현장에 합류한 강성연은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처지다. 먼저 손발을 맞춘 다른 출연진들과의 어색함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강성연이 ‘자발적인 왕따’를 선언했다고 한다. 그런 탓에 대기실에서 동료 배우들과 어울리기보단 차에서 홀로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 걸 즐긴다고.
“아이들을 좋아해 아역 배우들을 너무 예뻐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아들 역할의 아역 배우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오지호, 허이재 씨 하고도 일부러 친해지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어요.”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에서 강성연은 성공을 위해 첫사랑(오지호 분)과 아이를 떠나 유학길에 오른 피아니스트로 출연한다. 허이재는 원래 강성연에게 피아노 과외를 받던 제자였지만 그의 아버지가 강성연과 함께 유학을 떠나 약혼까지 하면서 애매한 관계가 돼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허이재와 오지호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다보니 강성연은 첫사랑과 아들, 그리고 제자와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 것. 만만치 않게 꼬여버린 상황인데 연출을 맡은 문보현 PD는 심리가 얼굴로 드러나지 않는 연기를 부탁했다.
“이번 작품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데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악역도 아니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본래 성격이 신파적이라 노려보고 화내는 연기가 편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표현을 받아들이기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만만치가 않아요.”
▲ 영화 시상식에 참석한 ‘뒤태가 아름다운 여인’ 강성연의 섹시한 뒷모습. | ||
“지금 생각해보면 내 첫사랑 역시 애틋함이나 정열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가슴에 뭔가는 남아 있어요. 그 뭔가를 이번 드라마에서 표현하려고 해요.”
본인 역시 첫사랑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고 헤어졌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이 얘기에 강성연은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다 그런 거 아니냐는 대답을 들려준다. 그렇지만 성공을 위해 아이를 버린 엄마의 심리까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헤어져 사는 엄마들이 많고 그분들 사연이 훨씬 더 드라마틱해요. 그런 엄마들이 있는 만큼 그들의 모습을 누군가는 연기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산>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고정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강성연은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이번 드라마에 매진할 거라고 얘기한다. 시청률은 낮아도 빛이 나는, 아니 시청률이 낮아서 더욱 소중한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