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화려해야 가장 빛이 나고 톱스타에겐 화려해야 함이 일종의 의무다. 그런데 여배우이자 톱스타인 송윤아는 ‘화려해 보인다’는 당연한 평가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화려함을 버리고 초라함을 선택하려 한 까닭은 그가 새 드라마 <온에어>에서 드라마 작가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늘 작가들이 써주는 대본을 들고 연기를 펼치기만 하던 배우 입장에서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은 송윤아를 <온에어> 제작보고회에서 만났다.
“대본을 보고 정말 30초도 고민 안 하고 바로 결정했어요. 대사가 맛깔스럽고 톡톡 튀더라고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작품도 좋고 역할도 마음에 드는 데 내가 소화하기엔 좀 버거워 보였거든요. 하고픈 말을 거침없이 하는 ‘영은’(극중 캐릭터)이가 처음엔 닮고 싶을 만큼 부러웠다가 이젠 적응이 돼서 그런지 영은의 거침없는 모습에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예요.”
3월 5일부터 방영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온에어>에서 송윤아는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서영은’으로 출연한다. 늘 가깝게 지내면서도 동떨어져 있는 작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과정에는 분명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성격마저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자기의사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고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송윤아에게 롤 모델이 돼 준 이는 <온에어>의 대본을 맡고 있는 김은숙 작가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등으로 유명한 김 작가를 처음 만났을 당시의 소감을 묻자 송윤아는 “작가라 그런지 말발이 정말 세더라”며 “극중 영은이가 김 작가의 분신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편하게 대화할 기회가 많아 캐릭터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김 작가는 “여배우 특유의 내숭이 없는 참 솔직한 배우”라며 “송윤아가 대본을 200% 소화해 줘 나보다 더 별나고 유난스러운 작가 영은이 탄생했다”고 평한다.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를 롤 모델로 하다 보니 그 나름의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도 있다.
“‘영은’에게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데 드라마에 목욕시키다 아이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서 막 우는 장면이 나와요. 즐겁게 목욕시키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야 하는데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한 입장에서 그런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는데 신우철 감독님이 김 작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김 작가에게 두 살배기 아이가 있는데 엄마 얼굴을 모른대요.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데 김 작가가 부르면 아이가 운다네요. 그 얘기를 듣고 감정을 잡아 한 번에 오케이 받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역할이 작가인 탓인지 송윤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렇다고 대본을 대신 쓴 것은 아니고 카메오 배우 캐스팅에 발 벗고 나선 것. 김제동에게 SOS를 쳐 이효리를 캐스팅했고 평소 친분이 두터운 강혜정 엄지원 김희선 등에게 직접 연락해 출연을 섭외했다. 게다가 이들의 촬영을 지켜보며 “네 촬영장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연기하라”는 말을 건네며 응원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연예계 얘기다보니 리얼리티를 위해 감독님이 실제 가수와 배우의 출연을 원했는데 너무 캐스팅이 안 됐어요(웃음). 제작진이 소속사에 전화하면 바로 컷당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나섰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선뜻 출연해주셨어요. 동료, 친구, 동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얼마 전엔 잠들려다 ‘그동안 그렇게 못 산 건 아니네’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뿌듯해 했을 정도예요.”
마지막으로 송윤아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굉장히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의 일과 애환, 그리고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