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른 김장훈(왼쪽), 취임식 전야제에서 축시를 낭독한 송윤아. | ||
지난달 25일 있었던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과연 어떤 연예인들이 초대되느냐가 국민들의 또 다른 관심거리였다. 취임식 전날 전야제에서 눈길을 끈 손님은 축시를 낭독한 배우 송윤아였다. 단아한 정장에 차분한 모습으로 축시를 낭독하던 모습이 배우 송윤아의 평소 깔끔하면서도 당찬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는데 필자는 얼마 전 송윤아를 만나 당시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뷰 시작 전 그는 축시낭독에 관련된 질문은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쁜 마음으로 섭외에 응한 것뿐인데 마치 정치권으로의 줄타기를 한 것처럼 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당시의 에피소드만 짧게 인터뷰에서 밝혀주었다.
섭외 소식을 듣고 긴장된 마음으로 며칠간 축시를 연습했던 송윤아. 그가 생각한 콘셉트는 꽃사슴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또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 낭송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야제 당일 주최 측은 그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씩씩하게 웅변을 하듯이 낭송을 해달라고 부탁해 왔다. 갑작스런 요구에 당황했지만 그는 베테랑 연기자답게 수십 대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멋진 시낭송 솜씨를 뽐냈다. 물론 주최 측의 요구대로 씩씩하고 또박또박하게 말이다.^^ 멋있었다는 칭찬에 정작 본인은 너무 긴장을 해서 어떻게 읽어 내려갔는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고.
취임식 당일에는 대중가수로는 유일하게 김장훈이 무대에 섰다. 김장훈은 취임식 무대에서 도대체 무슨 곡을 불러야할지 무척이나 고민했다는 후문. 섭외요청을 받고 김장훈은 제일 먼저 취임식 분위기에 적합한 노래로 ‘사노라면’을 생각했는데 2절 가사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대목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고. 자신의 히트곡 대부분이 너무 코믹하거나 슬픈 내용이라 고민하던 찰나 6집 앨범 수록곡인 ‘우리 기쁜 날’을 불러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를 받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됐다. 문제는 이 곡의 반주 준비가 안 된 나머지 김장훈 측에서 사비를 들여 재녹음을 해야 했다는 것. 알려진 대로 취임식 개런티 전액을 태안에 기부한 터라 김장훈은 다소 손해를 감수하며 새 정부의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취임식 무대에 섰던 것이다. 이날 김장훈은 상의는 검은 턱시도 차림으로 예의를 갖추었으나 하의는 핑크빛 바지를 입어 예의 개성 강한 모습을 연출했다. 또 할까 말까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특유의 발차기 역시 빼놓지 않아 취임식에 참석한 모두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 이준기 | ||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당시 토론에서 이준기는 당당하게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영화인들 자신 없습니까?”라는 반문이었고, 당황한 이준기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그를 힘겹게 하기도 했다. 이준기는 당시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억울함을 표했다. 당시 토론 직전 주최 측에서 자신이 밤새 준비한 질문들에 대해 모조리 제동을 걸었다는 것. ‘대통령은 배우가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으세요?’ 등의 질문만 허락된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표시할 수가 없었다는 게 그의 아쉬운 속내였다. 심지어 마이크를 잡을 필요를 못 느껴 중간에 마이크를 내려놓기까지 했다고 얘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닮아 활동에 제약을 겪었던 탤런트 박용식,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가수 서태지, 마이클 잭슨 등등. 스타들에게 대통령은 역사의 한 페이지이자 자신의 추억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우리의 스타들에게 좋은 추억만을 안겨다주며 대중문화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길 바란다.
KBS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