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유사한 사례는 영화 <그때 그사람들>이 있는데 역시 민감한 정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 탈북자 진입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 <크로싱>은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른 탈북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대북 정책이 햇볕정책이었던 까닭에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게 현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크로싱>은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위험성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번에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에선 북한 인권문제와 더불어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총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정치권에선 아직 영화 <크로싱>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 않지만 개봉을 즈음해선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시선이 집중되는 데 대해 제작진은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깝지만 먼 북한 사회, 그리고 탈북한 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탈북자의 실상을 영화로 그려내고 싶었을 뿐이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입니다. 또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아버지와 아들이 갖은 고난을 거치며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가족애를 그린 영화라는 게 차인표의 설명입니다.
4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는 얘기는 곧 요즘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 매우 중요시되는 홍보를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작진에겐 분명 이런 피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보여주려 한 진심이 있을 것입니다. 부디 그 진심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모습으로 개봉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