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는 가수 패티김이 최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공연 ‘꿈의 여정 50년 칸타빌레’의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패티 김과의 인터뷰는 <연예가중계>의 인기 코너 ‘게릴라 데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필자가 살아온 인생보다도 더 많은 세월 동안 노래한 가수를 인터뷰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영광이긴 했지만 그만큼 커다란 부담이기도 했다. 심지어 방송에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어느 수위까지 질문을 던져야 예우를 갖추는 건지…, 도무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약속 장소인 세종문화회관(지난 78년 그는 대중가수 최초로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에 도착한 패티 김. 처음엔 그가 감기가 걸렸다며 다소 깐깐한 모습을 보여 살짝 주눅이 들긴 했지만 걱정도 잠시, 필자의 요란스런(?) 오프닝을 맞아준 그의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는 즐겁게 시작됐다.
대중가수 최초의 세종문화화관 공연, 한국 가수 최초의 뉴욕카네기홀 대극장 공연, 최초의 디너쇼 개최 등 패티 김에겐 ‘최초’라는 단어가 수두룩하게 붙곤 하는데 이날 인터뷰에서도 ‘최초’인 게 있었다. 그에겐 길거리 촬영이 생애 처음이었던 것. 그런 탓에 애초 패티 김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영 자신 없다며 그동안 한사코 섭외를 고사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그 어떤 젊은 스타보다도 열심히 촬영에 임해주었다. 거리 인터뷰의 특성상 수많은 팬들과의 즉석 만남이 불가피해 그가 이런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이었을 뿐, 팬들의 끝없는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 심지어 포옹까지 일일이 응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인터뷰 진행이 힘들었을 정도다.
이날 거리 인터뷰의 특징은 여느 스타보다 그의 팬 층이 세계적이었다는 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한국 팬들은 물론, 일본 팬을 비롯한 외국인 팬들도 대거 몰려들었다. 놀라운 부분은 외국인들 역시 패티 김이라는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 왜 이렇게 해외 팬들이 많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60년도부터 꾸준히 해외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요즘엔 후배 가수들이 손쉽게 외국으로 진출하는데 그게 모두 내 덕인 줄 알아야 한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너무 예뻐요”라고 말한 어느 중년 여성의 칭찬에 패티 김은 “그 얘기를 널리 전파(?)해달라”며 화답하는 센스까지 잊지 않았다.
조용한 카페로 옮겨서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꼭 해명하고 싶다던 오해 두 가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첫째, 자신은 외국 사람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이름이 패티 김이고 남편이 이탈리아 사람인데다 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아 마치 자신을 외국인 혹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패티 김은 자신이 완전한 한국인이며 오랜 세월 동안 외국에서 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오해는 자신이 성형수술을 많이 했다는 것인데 패티 김은 절대 고친 얼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톡스 주사 정도는 맞은 것 아니냐는 필자의 추궁(?)에 맹세코 보톡스조차 맞아본 적 없다며 젊음의 비결은 수영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1km 이상 수영을 한다는 그는 필자와 수영 대결을 가져도 장거리만큼은 이길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다.
71세의 나이에도 매일 수영을 한다는 얘길 듣고 왜 그토록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패티 김은 “난 은퇴한 가수가 아닌 현역 가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예의는 자신의 음정이 불안해져서 노래를 그만두는 그날까지 늘 지켜야 한다고. 이런 이유로 그는 집에서조차 펑퍼짐한 파자마는 절대 입지 않는단다.
무대를 준비하는 그의 자세는 더욱 놀라웠다. 무대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고 나면 절대 의자에 앉지 않으며 무대에서 신을 하이힐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서야 신는다고 했다. 드레스에 작은 주름이라도 생겨선 안 되며 무대에서 신을 하이힐을 함부로 다른 곳에서 신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또한 공연 시작 전 15분 동안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상상 이상의 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은 모든 후배 가수들이 필히 배워야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그가 편집을 요구한건 딱 한 부분이었다. 필자의 오프닝 소개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라 언급한 부분을 빼달라는 것. 자신은 전설이라 불릴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그의 겸손한 자세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