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 우정출연을 했다가 이틀이나 고생했던 김늘메(맨 왼쪽). | ||
꾸준히 시청률을 올리며 김수현 작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은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소녀시대의 윤아가 각각 ‘범인1’, ‘노숙자’ 역할로 연기에 정면도전, 자신들의 연기력을 어필해 화제가 됐다.
윤아와 타블로는 어떻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을까. 조연출을 맡고 있는 정대섭 씨는 “타블로는 드라마 OST를 담당했던 분의 소개로 출연하게 됐고, 2회에 걸쳐 출연한 윤아는 극중 ‘경수’역을 맡고 있는 김민종과 같은 소속사라 소속사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개나 추천이 있다고 누구나 출연할 수는 없는 법. 카메오 출연이 시청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전달할 순 있지만 되레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어 캐릭터와 적합한지, 연기력이 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블로와 윤아는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유학생 경험이 있어 드라마 섭외가 들어온 경우도 있다. KBS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한 크라운 제이는 작가와 PD로부터 ‘찜’ 당했다. 영어 잘하는 유학생 역이 필요했던 제작진은 그간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보였던 크라운 제이가 실제 유학생임을 감안해 섭외한 것. “연기 욕심이 있었다”는 크라운 제이는 녹화 첫날부터 순발력과 연기력을 발휘해 제작진을 만족시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조연출 이나정 씨는 “크라운 제이가 한글 대본을 들고 직접 영어로 바꿔 연기했는데 정작 본인은 잘했는데 제작진이 언제 대사가 끝나는지 몰라 ‘컷’사인 할 시점을 찾지 못해 힘들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카메오 출연은 대부분 출연진이나 제작진과의 친분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쉬운 일인 줄 알고 출연을 결정했다가 고생하는 일도 있다. SBS 금요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 데릴사위 후보로 출연한 개그맨 김늘메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늘메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드라마 조연출로부터 “의사 역할로 출연해 카페 데이트 한 장면만 출연해 달라”는 말을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데 상황은 달랐다. 데이트 장면을 비롯, 추운 날씨에 등산 및 극기 훈련 등 힘겨운 장면들을 이틀 동안이나 촬영해야 했던 것. 제작 관계자는 “출연료도 거의 받지 않아 우정출연이나 다름없었는데 정말 고생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카메오의 출연을 두고 미리 섭외해연출한 장면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 <천하일색 박정금>에 출연한 타블로. | ||
시청자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한 가지가 특별 게스트들이 소속사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현장에 오는가 하는 부분. 이 관계자는 “카메오 출연하는 분들은 소속사 의견 없이도 출연을 결정할 수 있는 분들이다”라며 “현장까지 오는 것도 조인성 씨는 혼자 왔고, 어떤 분들은 평소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불러 같이 올 때도 있다. 부득이하게 교통수단이 없어서 매니저를 대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20여 명의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역시 “모든 것은 실제 상황”이라며 제작진마저 당황했던 개그우먼 이영자와 가수 비 섭외과정을 들려줬다.
“이영자 씨가 최진실 씨와 같이 출연하고 있는 줄 몰랐다”는 관계자는 “최진실 씨 드라마 촬영장에 갔다 이영자 씨를 만났는데 마침 우리 팀 감독님과 친분이 깊어 급히 섭외해 출연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비 방영분에서 “실제 상황이냐”는 문의 전화가 가장 많았다고. 정작 비를 섭외하겠다던 붐은 비를 불러내지 못했던 반면 이경규가 연락하자마자 비가 집에서 나와 기념 촬영 및 사인까지 해주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카메오 출연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프로그램 홍보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은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시청률 상승을 꾀할 수 있다. 금요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 관계자는 “금요드라마는 상대적으로 편성 시간대가 불리하기 때문에 기대치 이상의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주기 위해 카메오를 섭외한다”며 “계속해서 카메오 출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