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오디션은 연기 지망생에게 가장 떨리는 무대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사진은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공개 오디션 장면. 사진제공=KBS | ||
드라마 <겨울연가>와 영화 <달마야 놀자>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류승수. 무명시절 그는 전공을 살려 연기학원을 운영하며 연기지망생들의 연기지도를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의 제자 중 한 명이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던 필자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오디션 준비를 하던 중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달됐다. 소방원들을 주제로 한 영화의 오디션이 열린다는 것.
그는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색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단 제작사에 보낼 프로필사진부터 독특하게 찍기로 결심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강남소방서. 소방원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소방복과 각종 장비를 빌려 프로필사진을 찍으려 했던 것. 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배우지망생에게 다짜고짜 중요한 장비들을 빌려줄 수는 없는 노릇. 오랜 실랑이 끝에 소방대원들은 그의 연기열정에 두손 두발을 다 들었고 결국 그는 빌린 소방복과 장비들을 이용해 사람을 구출하는 포즈 등 다양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119화재 현장보다도 생생한 프로필 사진을 제작사에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남다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방하고 만 것. 바로 그 영화는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리베라메>였다. 결국 그는 영화 <달마야 놀자>의 명천스님 역할로 오랜 무명의 설움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코믹연기의 지존이라 불리는 김수로. 그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오디션에 임하곤 했었다고 얘기한다. 그는 동료 배우이자 친구인 강성진의 권유로 그의 영화 데뷔작인 <쉬리>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다.
간첩 역할이라는 캐릭터에 맞춰 강한 눈빛으로 무장한 그는 이른 아침 서둘러 오디션 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강제규 감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단 생각에 오디션 장에서 나와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른 김수로는 늦은 오후 다시 오디션 장으로 향했다. 역시 열심히 연기를 선보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엉뚱하게도 “간첩은 머리 안깎는데”였다.
▲ (왼쪽부터)강혜정, 류승수, 김수로. | ||
배우 이종수 역시 오디션에 재도전해서 합격의 기쁨을 누린 바 있다. 90년대 하이틴 스타로 인기상승 중이던 그는 돌연 군 입대를 선언했고 제대 후 어떻게든 빨리 배역을 따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오디션에 임했다. 바로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역할이 영화 <신라의 달밤>의 김혜수 남동생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디션 장에서 ‘외모가 너무 말쑥하다’는 이유만으로 낙방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가 짧았던 게 문제였던 듯. 결국 그는 다음날 짧은 머리를 있는 힘껏 앞으로 내려 촌스러운 바가지머리를 만들어 오디션에 재도전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때 그 역할로 물망에 올랐었던 인물은 실제 김혜수의 남동생 김동현과 당시 신인이었던 조인성이었다.
배우 강혜정의 위험한 오디션 일화는 영화계에서 유명하다. 그를 진정한 배우로 만들어주었던 작품 <올드보이>의 오디션 현장. 오대수의 상대역 미도 역할을 맡기 위해 그가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식칼이었다. 오디션 대본에 식칼이 소도구로 나오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다른 배우들이 식칼 대신 종이를 둘둘 말아 연기하는 데 반해 그는 실제 횟집에서 소형 식칼을 빌려와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오디션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것도 식칼을 빙빙 돌리는 등의 위험천만한 묘기까지 보여주면서.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