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한 달 정도 앞두고 제작진과 주요 출연진이 만나서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 나갈 때까진 오현경 씨가 출연한다는 걸 몰랐어요. 식당에 오대규 씨와 오현경 씨가 먼저 와서 앉아 있는데 처음엔 못 알아봤어요. 알아본 뒤에도 너무 쑥스러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랐을 정도예요. 제 마누라 역할이란 얘기랑 대략적인 관계 설정을 듣는데 가슴이 정말 두근거리더군요. 그래서 부담스러웠어요. 뭐 따로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였죠. 옛날에 그 여인이 겪은 아픔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거든요. 잘 모르기도 하고. 다만 너무 멀리 있는 저 위에 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거죠.”
너무 아름다워서 부담스러웠다는 안내상의 얘기가 사실 100% 와 닿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연기라지만 그렇게 오현경을 심하게 괴롭힐 수는 있겠는가. 이런 기자의 문제제기에 안내상은 “제가 그런 여인을 버리고 발로 차고 뭐 이상한 욕지거리를 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건 완전히 가문의 영광입니다”라며 웃는다.
다만 문제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오현경 역시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나 10년의 공백이 너무 길었던 게 사실이다.
“처음 대본 리딩이 딱 끝났는데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물론 공백이 길었지만 배우란 게 연기를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륜이라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삶을 그대로 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더라고요. 초반에 약간 삐걱거림도 없잖아 있었지만 순식간에 따라 잡아 촬영 현장을 주도할 정도였어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