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얼마 전 필자가 출연 중인 <연예가중계>의 회식이 있던 날. 프로그램 MC인 김제동은 리포터들을 불러 앉히고 격려의 말을 꺼내며 자신의 힘들었던 리포터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방송에 어떻게 처음에 데뷔했는지 아나? 지역방송(대구)에서 1년 동안 리포터를 했어.” 그가 방송에 데뷔하기 전엔 대구지역의 유명한 행사MC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왜 리포터를 했냐고? 우리 어머니 때문이야. 우리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려고.”
그는 리포터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순전히 어머니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뷔 전에도 꾸준히 행사MC로 번 돈을 집에 갖다드리며 무척 바쁘게 살았지만 저녁엔 일 나가고 낮에는 잠만 자는 아들의 모습을 어머니가 좋아했을 리 없었던 것.
대체 뭘 하고 다니냐는 어머니의 꾸중에 김제동은 자신이 TV에 출연하면 어머니도 인정해주실 거란 생각으로 방송국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한다. 당시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혼자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촬영 날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용케 잘 찾아갔지만 대본도 없는 상태에서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몰라 몇 분 동안 할머니와 껌벅껌벅 눈만 마주치고 있었다고 한다. 담당PD한테 혼쭐이 난 것도 수차례였다나.
“그때 출연료가 10만 원이라 세금 떼면 9만 몇천 원 나왔는데 난 그 돈을 벌 생각이 없었어. 그 돈 가지고 어르신들이랑 막걸리 먹고 신나게 놀고 나면 남는 것도 없었지. 대신 다른 걸 많이 얻었지.”
그가 얻은 것은 다름 아닌 인생을 사는 법과 어머니의 웃음이었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외로운 나머지 담 넘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머리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에 그는 인생의 작은 행복이 무엇인가 깨닫게 되었으며, 자신을 구박만 하던 어머니가 드디어 자신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땐 어머니의 웃음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그가 리포터 활동으로 받은 출연료가 회당 20만~30만 원이었다고 하는데 스포츠 교양 어린이 프로그램 등 대여섯 개 프로그램에 쉼 없이 출연하다보니 한 달 수입이 500만 원을 훌쩍 넘기곤 했다고 한다. 당시 개그무대에서 빛을 못 보던 그에겐 실로 어마어마한 수입이 아닐 수 없었던 것.
그 돈으로 뭘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부분의 출연료를 어머니을 위해 썼다고 고백했다. 매달 출연료를 차곡차곡 모아 어머니에게 경차도 사드렸으며 틈나는 대로 해외여행을 보내드렸다고 한다. 덕분에 그의 어머니는 안가 본 나라가 없을 정도라고. 그는 결혼 후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인터뷰를 위해 찾은 그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는 박준형을 이렇게 말했다. 무명시절의 박준형이 자신에겐 누가 뭐래도 톱스타였다고. 자식자랑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 박준형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효의 참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효자 효녀 연예인 이야기를 할 때 효녀 가수 현숙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어머니지만 현숙이 지난해 이맘 때까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10년이 넘도록 어머니 병수발을 도맡았다는 사실은 연예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양친을 다 떠나보낸 현숙이지만 그는 아직도 효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바로 대당 4000만 원이 넘는 노인용 이동목욕차량을 전국 각지에 기증하고 있는 것. 또 부모님과 늘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직도 생전의 아버지가 쓰던 수저를 사용하고 있다는 현숙의 이야기는 연예계는 물론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마음가짐이란 생각이 든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