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예진 | ||
대한민국의 인기 연예인들은 과연 어느 동네에서 어떤 형태로 살고 있을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일요신문> 은 총 279명의 연예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사는 동네와 주거형태를 확인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배우, 가수, 방송인 영역 검색어 순위 상위 50위에 든 이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일요신문>이 확보한 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더해 총 279명의 연예인이 사는 동네를 분석한 것.
조사 결과 279명의 연예인 가운데 19%에 해당되는 52명이 강남구 청담동에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영남 차승원 김희선 차인표 손예진 강동원 전도연 고현정 장진영 에릭 등이 해당되는데 타 지역에 비해 한창 활동하고 있는 젊은 톱스타들이 대거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담동은 연예인이 거의 매일 이용하는 유명 헤어숍이 밀집해 있으며 상당수의 연예기획사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 및 카페도 운집해 있어 연예인이 생활하기에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청담동과 인접한 삼성동과 압구정동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살고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7명의 연예인이 삼성동에 살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톱스타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배용준, 권상우, 비, 이미연, 전지현, 다니엘 헤니, 김승우-김남주 부부 등이 대표적인데 거주 연예인의 특징이 청담동 거주 연예인과 흡사하다. 조사 대상 가운데 7명이 살고 있는 압구정동에는 유명 MC들이 많았다. 강호동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등이 모두 같은 동네에 모여 살고 있는 것.
조사 결과 압구정동에서 청담동, 삼성동으로 이어지는 강남권 벨트에 모두 76명의 연예인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조사 대상의 27%에 해당된다. 결국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을 합친 강남권 벨트가 한국의 베벌리힐스라는 얘기인데 실제 그 지역은 길거리에서 손쉽게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이 청담동 일대를 주거지로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담동 소재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가장 큰 이유로 사생활 보호가 용이한 점과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손꼽았다. 이 부동산 업자는 “인근 주민들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이 지역 주민들은 연예인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보통의 이웃으로 생각한다”며 “거주 연예인들 역시 성실한 이웃으로 지낼 뿐 튀지 않는 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고급빌라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한 영화배우 유오성의 경우 가족이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데다 유오성의 인품도 좋아 앞집에 살던 주민이 유오성이 이사 가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동네에서만큼은 인기 연예인이 아닌 좋은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연예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동부이촌동이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동네가 동부이촌동이었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청담동에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조사대상 가운데 31명(11%)이 동부이촌동에 거주 중인데 태진아-이루 부자, 엄앵란-신성일 부부, 노사연-이무송 부부, 이승철, 탁재훈, 이경실, 이영자 등이 대표적이다. 청담동에 비해 중장년층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타 지역과 비교해 가수의 거주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동부이촌동은 인접한 한남동과 벨트를 형성한다. 한남동 거주 연예인은 모두 7명으로 조사됐는데 나훈아 정준호 안재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서래마을을 중심으로 한 반포동과 방배동도 하나의 벨트를 이루고 있다. 반포동에는 모두 21명, 방배동에는 14명의 연예인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수, 최수종-하희라 부부, 김정은, 이서진(이상 방배동), 조용필, 신은경, 하지원, 박진희, 엄지원(이상 반포동) 등의 이름이 보인다. 본래 이 지역은 강남권에서 연예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였으나 몇 년 전부터 그 중심이 청담동 일대로 변화했다.
이런 연예인 거주지의 변화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사이 연예인 거주 밀집도가 높은 지역의 집값 변화 추이를 보면 투자 개념으로 집값 상승을 위해 청담동 일대로 모여드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그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생활이 편하다는 부분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고 설명한다.
도곡동 논현동 등도 연예인 거주 분포가 높았고 두세 명의 연예인이 살고 있는 동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사는 연예인도 조사 대상의 20%가량인 53명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그런데 대부분 일산과 분당에 사는 이들이다. 특히 일산에 26명의 연예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설경구, 이성재, 문성근, 이태란, 류진, 홍서범-조갑경 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분당에도 이수영, 유준상-홍은희 부부 등 9명의 연예인이 거주 중이다.
이 외에는 남양주 용인 구리 양평 등의 지역에 연예인이 두세 명씩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원주택 등에서 한가롭게 살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어 경기도 거주 연예인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거주 형태별로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연예인이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에 거주 중이었다. 조사 대상 279명 가운데 150명의 주거 형태를 분석한 결과 71명이 아파트 형태의 주거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 개념의 아파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주상복합 형태의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 많았고 일반 아파트 형태의 경우에도 사생활 보호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최고급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조사 대상 가운데 57명이 고급빌라에 거주 중이었는데 대부분 철저하게 사생활 보호가 이뤄지는 빌라였다. 연예인이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 사생활 보호임이 주거 형태 분석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되는 것. 일반 주택에 사는 연예인은 12%인 18명에 불과했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연예인들의 절실함은 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 연예인들의 매니저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주 지역의 동명과 거주 형태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거절하는 매니저들이 여럿이었다. 한 여성 방송인의 매니저는 “노홍철 테러 사건을 접한 뒤 함께 일하는 연예인으로부터 집이 어딘지를 절대 함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매니저 역시 “요즘에는 케이블 방송에 밀착 취재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그런 형태의 취재를 펼치는 신문사도 많아져 웬만하면 집이 어딘지는 밝히고 싶지 않다”고 거주지 언급을 꺼렸다.
그럼에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예인의 집이 방송에 공개되는 경우는 급증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주된 자료 가운데 하나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 연예인의 집이었다. 개인적인 삶을 위해 사는 집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 하지만 방송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공개해야 하는 게 요즘 인기 연예인들에겐 상당한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