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의 여왕’ 전도연은 자타 공인 톱스타지만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으로 스스로 몸값을 낮춰 출연한다. | ||
# 전도연 빛나는 이유
영화 세 편에서 내리 주인공으로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주는 이가 없어 뮤지컬에 전념하고 있는 배우 A. 얼마 전 그는 6개월 만에 한 대작 드라마로부터 섭외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역할이 너무나 작았다. 주연급으로 알려진 배우로서 적은 출연료도 그를 고민하게 했다. 하지만 A는 과감하게 작품에 뛰어들었다. 그마저도 아니면 불러줄 데가 없어서다.
반대로 전도연은 일에 대한 욕심으로 자신을 낮춘 경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연기도 톱, 스타성도 톱인 데다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받아 영화인들이 주저하는 면이 많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빛나는 시기에 몇몇 배우들은 몸값 올리기에 열중하다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을 놓치기도 하지만 전도연은 그 반대였다.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고 작품에 임한 것. 전도연은 자존심이나 돈보다 기회를 선택,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진정성 있는 배우의 면모가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사극 출연의 조건
방송가와 영화계가 사극 열풍인 것도 출연료의 거품을 빼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극은 등장인물이 많은 데다 긴 회 차다 보니 출연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주연배우들 역시 출연료에 목매다가 제작비 부족으로 자칫 작품의 질이 떨어져 시청률이 안 나오기라도 하면 향후 활동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출연료를 낮춰 받고 있다. 대신 사극은 방송분이 긴 만큼 출연료 수입이 안정적이라 딱히 손해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톱 배우라면 자신의 몸값을 낮추는 게 쉽지는 않을 터.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국민의 10%가 연예인이라 불린다”며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기 때문에 출연료를 깎아서라도 출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영화와 드라마 소재의 아이디어 고갈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드라마 작가들 사이에서는 외국 드라마를 베끼거나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이 태반이라고. 케이블 등 매체의 급증으로 콘텐츠는 많아졌지만 이렇다 할 작품은 없다는 게 배우들이 출연료를 낮춰가면서까지 좋은 작품에 참여하려는 이유다.
#방송사에 찍힐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연예인 출연료의 기세가 꺾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각 지상파 방송사의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회당 70만 원을 받던 배우 B는 한 작품이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회당 700만 원을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SBS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PD들에 의해 작성되는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배우들은 몸값만 높고 스타성이나 연기력은 부족한 이들이 대부분. B를 비롯해 리스트에 오른 스타들은 카메오 형식이 아니면 출연을 할 수도 없다.
케이블 채널에서 회당 1000만 원을 받았던 남자배우 역시 KBS 측에 1500만 원의 출연료를 요구했다 큰코다쳤다. 그의 이전 KBS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불과 200만 원이었다. 결국 이 배우는 가차 없이 출연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도 출연료 거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하지만 톱 배우들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 말했다.
#계약금도 거품 ‘쪽’
비단 드라마나 영화뿐이 아니다. 소속사의 배우 경쟁에 몸값이 오르던 배우들 중 오도 가도 못하는 스타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여배우 C다. 한 기획사와 2년 계약을 했던 C는 계약만료시점이 다가왔음에도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즉 거액의 계약금에도 2년 동안 한 작품에 출연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제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일을 하지 않는 한 어디에도 갈 데가 없다”며 “C 역시 한류스타로 가치는 있지만 최근에는 CF도 찍지 않아 여배우로서의 가치는 상실됐다”고 말했다.
한편 소속사와의 계약금을 낮출수록 수입을 벌어들일 때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액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계약금을 낮추는 배우도 많다. 한 매니저는 “요즘 간간이 소속사와의 의리상 계약금 낮춘다는 말이 많다”며 “하지만 배우들은 여우들이다. 소속사의 이익을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