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작가와 함께 수앤영을 처음 설립했던 곽영범 PD. | ||
이번 사기죄 피소는 곽 PD가 김수현 작가와 함께 설립했던 프로덕션 ‘수앤영’의 매매 과정에서 불거진 다툼이 원인이 된 것으로 이는 매매 이후 수앤영 프로덕션이 제작한 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까지 이어져 방송가에 적잖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얼마전 박신양이 드라마 <쩐의 전쟁>을 공동 제작한 이김프로덕션을 상대로 출연료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태왕사신기> <이산> 등의 대작 드라마들까지 휘말려 있을 정도다. 이렇듯 현재 방송가의 출연료 미지급은 그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
출연료 미지급으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는 지난 1월 종영한 SBS 금요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다. 한국방송영화공연연예인노조(한예조) 관계자는 “이행보증보험 등을 통해 어렵게 3분의 2 정도는 지급 받았지만 여전히 3분의 1 정도가 지급되지 않았다”며 “곽영범 PD와 프로덕션 수앤영 사이에 문제가 있어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들 찾아 삼만리>를 제작한 외주제작사는 프로덕션 수앤영으로 이 회사는 곽영범 PD와 김수현 작가가 지난 2005년 설립한 회사로 <사랑과 야망>이 창립 작품이었다. 드라마계의 두 거장이 각자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회사 이름을 짓고 창립 작품에서 손발을 맞춰 좋은 성적을 기록하자 방송가에서는 탄탄한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등장했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2006년 말 김수현 작가가 독립하면서 프로덕션 수앤영은 곽 PD가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그리고 2007년 4월 곽 PD도 현재의 경영진에게 자신의 지분을 전량 팔아 프로덕션 수앤영은 김 작가, 곽 PD와 무관한 회사가 됐다. 그렇게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한 프로덕션 수앤영이 제작한 첫 번째 드라마가 바로 <아들 찾아 삼만리>였다.
그런데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회사 매매 이후 현 경영진과 곽 PD 사이에 조금씩 야기되던 분쟁이 점점 심각해져 결국 현 경영진이 곽 PD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 결국 이런 과정에서 출연료 미지급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현 경영진은 사기죄 고소의 가장 큰 이유로 매매 당시 곽 PD가 프로덕션 수앤영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제공해 매입을 권했으며 계약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언급했다. 현 경영진이 매매 과정에서 회계사무소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인베스트먼트 티저 메모(Investment Teaser Memo. 투자 유치를 위한 간략소개서)’를 살펴보면 2007년 영업사항 확정항목에 ‘지상파 100부작 역사드라마 1편과 지상파 20부작 미니시리즈 1편이 편성확인완료’라 기재돼 있다. 또한 예정 항목에는 지상파 20부작 미니시리즈 1편과 케이블 20부작 미니시리즈 2편이 기재돼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실제 진행된 사안은 20부작 미니시리즈 1편 제작으로 SBS에서 21부작으로 제작된 <아들 찾아 삼만리>가 바로 그 작품이다.
프로덕션 수앤영의 현 경영진은 “우리가 이 회사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100부작 역사드라마가 편성 확정돼 있다는 얘기 때문이었다”며 “우리가 본래 하고 있는 사업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물 제작과 관련된 일이라 100부작 역사드라마에서 관련 업무를 수주할 경우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거라 예상했지만 지난해 편성이 확정돼 있다던 드라마가 여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수앤영이 제작한 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 출연료의 3분의 1이 미지급된 상태다. 사진제공=SBS | ||
이 외에도 과거 경영진의 근무 문제, 곽 PD의 작품 수주 및 연출 계약 등등의 사안에서 계속적인 충돌이 있었다는 게 현 경영진의 주장이다. 현 경영진은 “계속해서 양측의 골이 깊어져 결국 지난 2월 곽 PD에게 합의금을 받는 선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뒤 곽 PD와 과거 경영진이 회사를 떠나 <애자 언니 민자>를 만들고 있다”면서 “그런데 곽 PD가 합의금을 일부만 지급한 뒤 약속된 기일을 넘겨 결국 사기죄로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PD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곽 PD는 “할 말은 많지만 한창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확실히 마무리 될 때까진 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일 뿐이었다.
주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방송관계자는 “프로덕션 수앤영의 매매 과정, 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 제작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 문제가 계속되자 곽 PD가 다시 회사를 인수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금인지, 곽 PD의 회사 재인수를 위한 비용인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뭔가 곽 PD와 현 경영진 사이에 금전적인 논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출연료 미지급이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들 찾아 삼만리> 출연진 출연료 미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심지어 한예조는 <아들 찾아 삼만리> 주요 출연진을 한 자리에 모아 기자회견까지 준비했었다고 한다. 현재는 양 측의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관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출연료 미지급은 어떻게 된 까닭일까. 현 경영진은 공동제작사와의 분쟁을 주된 이유로 손꼽았다. 제작비를 투자한 뒤 방송국에서 제작비가 나오면 이를 다시 회수하는 이상한 방식의 계약을 한 만큼 제작비를 돌려받으면 출연료를 지급할 것이라는 게 현 경영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예조 관계자는 “투자가 아닌 대여 형태의 계약이 드라마 공동제작에선 종종 있다”면서 “현 경영진이 이를 몰랐다면 계약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이를 이유로 출연료 지급을 미루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양측의 문제가 잘 풀리기를 원하나 가장 먼저 출연료 미지급 사태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곽 PD 역시 프로덕션 수앤영 측에 사태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아들 찾아 삼만리> 출연료 미지급 사태의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미지급 기한이 더 길어지면 SBS와 프로덕션 수앤영, 그리고 곽 PD 측에 대한 강경 대응이 불가피함을 분명히 했다.
프로덕션 수앤영의 현 경영진이 지난 7월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곽 PD를 피고소인으로 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만큼 이제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