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무대 출연료는 인기도 중요하지만 희소성이 몸값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검찰 문건에 따르면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고 밤무대에 선 주인공은 신정환으로 1회 공연에 무려 4000여 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신정환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1회 공연에 4000만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로 이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검찰 문건 내용을 정식으로 반박한 것. 심지어 “그렇게 받으면 좋겠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검찰 문건을 정식으로 반박하자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일부 보도에 나온 연예인 밤무대 출연료에 관한 장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업계 관계자들의 종합적인 이야기를 듣고 출연료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직업소개소 허가를 받지 않고 가수들의 유흥업소 출연을 주선한 뒤 출연료의 일부를 챙긴 연예기획사 홍 아무개 대표(44) 등 6명을 직업안정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이 기자들에게 유출된 것. 특히 이 문건에는 연예인들의 밤무대 출연 관련 사안이 표로 작성돼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여기에 신정환이 1회 공연에 4000여 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
확인 결과 신정환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검찰에서 흘러나온 얘기지만 사실이 아닌 만큼 신정환 측이 적극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 서울 소재의 한 나이트클럽 연예부장은 이 문건을 살펴 본 뒤 “검찰에서 수사한 내용을 기재해 놓은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허술하다”면서 “실제 수사가 이런 수준에서 이뤄졌다면 본래 목적인 연예인의 밤무대 관련 탈세를 절대 적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문건은 출연일자와 출연업소, 해당 연예인과 중간업자, 그리고 출연 횟수에 따른 출연료와 소개비 등이 표로 작성돼 있다. 심지어 입금일자까지 명시돼 있다. 그런데 유난히 공란이 많다.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출연업소나 출연 연예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불상’으로 기록돼 있는 곳도 많다. 문제가 된 신정환의 경우에는 4000여 만 원이 1회 출연료가 아닌 20회나 30회 출연료인데 1회로 잘못 기재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나이트클럽 연예부장의 설명이다. 아무리 특별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업계 관례상 신정환이 1회 공연에 4000여 만 원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 신정환(왼쪽), 인순이. | ||
이처럼 업소별로 출연료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다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1회 출연에 1500만 원가량을 받은 하리수와 MC몽이 다른 지역에선 1회 공연에 500만 원에서 700만 원 정도를 받았으며 인순이의 경우 1회 출연료가 1100만 원과 200만원으로 다섯 배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박명수 또한 1회 공연에 400만 원을 받고 출연한 업소가 있는가 하면 10회 공연에 9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 트로트 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매니저는 “수준에 따라 가수마다 일정한 출연료 기준이 있지만 실제 출연료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친분이 있는 업소에선 출연료를 적게 받는 게 당연하고 중개업자와 친분이 두터운 업소인데 예산이 모자랄 경우 가수에게 적은 출연료로 출연을 부탁하며 다른 업소에서 더 높은 출연료를 받도록 배려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밤무대 출연료는 인기도 중요하지만 희소성이 몸값 결정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번 문건에서 보면 신정환을 제외하면 김건모가 1회 공연에 35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았다. 또한 조성모가 1회 공연에 2300만 원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둘 다 톱스타임에 분명하지만 이렇게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희소성이다. 검찰 문건에도 이 두 가수의 출연 기록은 각각 1회에 불과하다.
그만큼 무대도 여느 연예인과 다르다. 단순히 밤무대에 올라 정해진 몇 곡을 부르는 형식이 아닌 콘서트 형식으로 자기만의 무대를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것. 한 가요관계자는 “김건모나 조성모 같은 가수들은 매우 드물게 밤업소에 출연하는데 반주를 담당하는 세션맨까지 동반하고 무대에 서는 만큼 다소 높은 출연료는 가수 개인이 아닌 그가 대동하는 팀 전체에 대한 출연료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허점이 많이 엿보이는 문건이지만 몇몇 오류를 제외하면 현실과 그리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MC몽(왼쪽), 김건모 | ||
반면 그런 포스터에서 ‘가수 ○○○ 고정 출연’이란 문구도 자주 보게 되는 데 이들의 경우 30회가량 고정 출연을 계약한 이들이다. 박남정 듀크 정수라 함소원 현진영 강수지 천명훈 성진우 원미연 지상렬 등이 이런 형태로 계약해 밤업소에 섰는데 출연료는 연예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30회 계약에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가 가장 흔하고 몇몇은 3000만 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A급 연예인들의 1회 출연료에 해당되는 금액을 30회 출연해서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예전에 활동했던 가수들인데다 장기 출연인 터라 희소성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한 달로 기한을 정해두고 출연하는 게 아니라 서른 번 도장을 받는 방식이라 출연 여부는 연예인이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포스터에 ‘고정 출연’이라고 적혀 있는 연예인을 보러 업소를 찾았다가 그 연예인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트로트 가수들의 출연료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4대 천왕으로 분류되는 송대관(1회 900만 원) 설운도(1회 600만 원) 태진아 (1회 1000만 원) 등의 출연료가 일반 가수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 다만 다른 트로트 가수들에 비하면 이들은 밤무대에 거의 서지 않는 탓에 희소성 차원에서 높은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제외하면 장윤정이 유일하게 4대 천왕과 비슷한 수준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연예인들의 밤업소 출연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이유는 밤업소 출연료로 얻은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탈세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정 부분 세금이 미납된 정황은 포착됐어도 의도적인 탈세까지는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