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우선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순한 업무상 실수에서 비롯된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동명이인의 가입자 확인 작업 혹은 고지서를 재발송하기 위한 업무 중에 실수로 연예인이 조회된 것. 문근영과 안혜경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김태희 역시 업무수행 중 주민번호를 잘못 입력해 본의 아니게 개인정보를 본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원활한 업무를 위해 연예인의 개인정보가 열람되기도 했다. 이효리와 손예진의 경우 민원인이 “연예인은 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느냐”며 항의하자 이에 대한 응대를 하기 위해 직원이 이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고 한다. 최시원은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열람됐다.
이런 일은 유선민원상담 중에 벌어지기도 한다. 고현정의 개인정보가 민원상담을 위해 참고로 조회됐고, 윤은혜의 경우는 해당 직원이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유선민원 상담 중 조회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단순한 호기심에서 인기 연예인의 개인 정보를 불법 열람한 사례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노현정으로 해당 직원은 그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호기심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고 진술했다.
민원에 응대하기 위해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유가 유독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공단 측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민원응대를 위해 개인정보 열람을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히면서도 “업무상의 일이고 이 사유를 상세히 밝히면 문제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나마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유출 사례마다 그 이유가 공개돼 있지만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은 유출 사례만 공개했을 뿐이다. 비 이효리 아이비 유재석 배용준 등 하나같이 톱스타들이라는 공통점이 눈길을 끄는데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 측 관계자는 “조회 여부와 회수만 전산 상으로 기록될 뿐”이라며 “혹여 열람한 직원이 거짓말을 말하더라도 피열람자가 항의를 하지 않는 한 밝혀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업무 목적 또는 업무상의 실수였지만 하나같이 인기 스타의 개인정보만 그 대상이 됐다는 부분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연예인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해당 연예인들이 루머에 휩싸이거나 활발한 활동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와 일치한다.
문근영의 개인정보가 불법 열람된 시점(2006.10.26)은 그가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첫 성인멜로연기에 도전하는 것이 화제가 됐을 당시이며, 윤은혜(2006.3.2)와 손예진(2006.3.14) 역시 각각 드라마 <궁>과 <연애시대>를 통해 주목받고 있을 때 불법 열람이 이뤄졌다. 또한 최시원(2006.3.6)은 드라마 <봄의 왈츠>에 출연해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데뷔한 시점이었고 고현정(2006.9.28) 역시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됐을 시점이다. 이효리(2006.3.14)는 2집 앨범을 발표해 타이틀곡 <겟챠(Get Ya'')>가 표절논란에 휘말리고 있을 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루머나 사건 등으로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연예인의 개인정보가 불법 열람된 사례도 여러 건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안혜경(2006.3.20)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가 해킹 당했던 당시, 김태희(2006.7.21)는 해외에 체류 중일 당시 재벌 2세와의 열애라는 루머로 인해 악플 네티즌까지 고소해 한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시점에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2002~2008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개인정보가 무단 열람됐던 비, 이효리, 아이비, 유재석, 배용준 등 역시 열람 시기와 사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기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뉴스메이커들이다.
국민연금공단에 의하면 본인의 허락 없이 직원이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즉시 어떤 사유인지를 전산 상에 상세하게 기술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누락된 이들 중 내부 감사실 조사가 있을 때 해명한 사람들 역시 처벌받지 않는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적발은 ‘사유가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건’에 대한 처벌건수에 불과해 훨씬 많은 연예인들의 개인정보가 무단 열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