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저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베이징 올림픽’으로 잠시 주춤했던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KBS 출신 이 아무개 PD에 이어 MBC 고 아무개 PD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몇몇 책임프로듀서(CP)급 인사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소문이 횡행해 이를 피해 잠적한 CP들도 여럿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찰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성상납에 대한 칼날도 휘두를 예정이라 연예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성상납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병폐였지만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일선 매니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해온 높은 사람들(연예기획사 대표나 CP)에게는 여전히 남아있는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성상납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통한 향응 제공뿐 아니라 연예인 몸 로비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가장 흔히 쓰이는 수법은 ‘A급 스타를 위한 신인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의 몸 로비’ 형태로 이는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에도 거론됐던 방식이다. 당시 회사 차원에서 성상납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연예기획사의 경우 A급 여배우들을 위해 같은 회사 신인 여배우에게 몸 로비를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 수사가 이를 명확히 밝혀내진 못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몸 로비를 강요당하던 신인이 스타급이 되면 또 다른 신인이 그를 위해 몸 로비를 해야 했다는 것.
연예관계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이는 한 소속사에서 수년 동안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이 아무개 씨다. 회사의 강요로 같은 소속사 A급 가수를 위해 몸 로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수 데뷔를 위해 오디션을 보고 해당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데뷔의 기회를 기다려왔다. 실력을 인정받아 같은 소속사 가수들의 백댄서로도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몸 로비까지 불사하며 소속사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
그런가 하면 방송사 PD와 연예인 지망생을 연결시켜주는 브로커들도 성행하고 있다. 한 신인그룹의 여성 멤버는 “음악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으면 2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브로커의 말을 듣고 현금 대신 성을 상납,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곧 음악프로그램 PD가 바뀌면서 일이 흐지부지됐고 결국 데뷔마저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요신문> 845호에서도 비슷한 피해자가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음을 보도한 바 있다. 신인 여성 그룹의 한 멤버였는데 다만 방송 관계자는 아니고 브로커에게 성상납을 한 사안이었다.
관건은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몸 로비를 비롯한 성상납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느냐다. 이에 대해 특수 1부 관계자는 “연예계 비리 수사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제보를 접하고 여러 명의 몸 로비 관련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놓았다”며 “연예계 비리수사의 큰 틀에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연예기획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시점에서도 몇몇 연예인 지망생들은 여전히 자신의 성을 무기로 연예계 데뷔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일선 매니저들은 “당돌한 몇몇 연예인 지망생은 자신이 먼저 성상납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준비가 돼있다’는 말을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일각에서 연예계 성상납 관련 수사는 2002년 때와 같이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02년 PD파동 당시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방송사 PD와 연예기획사 사이에 있었던 성상납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인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용의자들에게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 외에 죄목을 추가하지 못했다. 성상납의 경우 구체적인 증거가 잡히지 않는 한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에 검찰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검찰 주변에선 결정적인 증거와 증언을 여러 건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매번 반복되고 있는 관행적인 수사라는 지적이 많지만 이번에야말로 연예계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다.
황의경 연예전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