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김태진(태진):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노래 너무 좋아요. (휴대폰 벨소리로 등록된 김건모의 신곡 ‘사랑해’를 들려주며) 주변에 이 노래가 컬러링이나 벨소리인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김건모(건모): 정말 감사합니다. 난 이런 멘트 들으면 존댓말 쓴다(웃음).
태진: 이번 앨범 소개 좀 부탁 드려요.
건모: 이번 음반엔 흑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장르의 음악이 들어 있어. 팝 레게 보사노바 얼반 하우스 블루스 펑키 발라드 등 겹치는 장르가 하나도 없게 곡마다 장르를 달리했어. 모두 기존 앨범에서 해본 장르라 녹음도 딱 두 달 만에 끝낼 수 있었지.
태진: 아무래도 13년 만에 다시 만난 작곡가 김창환 씨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13년이나 따로 지낸 거예요?
건모: 그 생각하면 내가 창환이 형한테 미안하지. 별 다른 이유는 없고 혼자 해보겠다고 멋있게 나가놓고 다시 같이 하자고 말하기 좀 어색했던 게 벌써 13년이야. 창환이 형도 곡을 써서 다른 가수들 많이 줘봤지만 내가 부를 때만큼 맛이 안 났다고 그러더라고.
태진: 하긴 김창환 씨가 다른 가수들은 가창력을 감안해 곡을 써야 하는 데 형님 곡을 쓸 때는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고요.
건모: 나만 죽어나지. 창환이 형은 내가 높은 음도 자연스럽게 내는 걸로 알아. 녹음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목이 찢어질 듯 힘겹게 노래하는데. 그래도 좋아. 창환이 형 때문에 난 총알이 많아졌거든. 창환이 형은 죽어나겠지만 난 형이 음악 준비해 놓으면 열심히 부르고 무대 위에서 표현만 하면 되잖아. ‘되고송’도 마찬가지야. 친구를 통해 장동건이 부른 되고송 녹음 제안을 받고 처음엔 안하려고 했는데 창환이 형이 하래서 하게 됐거든.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되고송이 앨범 나오기 전에 떠서 앨범 활동이 수월해 졌잖아. 이상하게 창환이 형을 다시 만난 뒤에 흐름이 좋아.
태진: 집까지 같은 동네로 이사 왔다면서요.
건모: 분당 살다 이사 왔는데 어차피 활동하려면 서울이 좋거든. 분당에서 일산 MBC에 가려면 두 시간 전에 출발해야 해. 여의도에 라디오 방송을 가더라도 1시간 반 전에 나와야 되고. 여기선 여의도 7분이면 가. 그게 벌써 두 달이니 수면 시간이 늘어 몸까지 좋아졌거든.
▲ 후배 가수 거미와 함께. 사진제공=KBS | ||
건모: 지난 몇 년 동안은 방송하는 게 싫었어. 연예인도 자기랑 안 맞을 때가 있거든. (탁)재훈이를 봐. 걘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패턴으로 얘기하는데 예전엔 안 먹히다 요즘 먹히기 시작하잖아.
태진: 공백이 있어 방송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건모: 요즘 방송 흐름이 나랑 맞아서 그런지 오히려 예전보다 편해. 다만 음악 프로그램에서 ‘키스’ 부를 때마다 굽이 10cm가 넘는 키높이 구두를 신는데 정말 죽을 맛이야. 정말 힐 신고 다니는 여자한테는 잘해줘야 해. 어휴 존경스러워. 그래서 내가 서인영 잘해주잖아(웃음).
태진: 가수 데뷔하신 지 17년 되셨으니 팬클럽도 17년 됐다는 얘긴데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건모: 애기 업고 오고 그래. 아까 그 밑에 있던 애들(건물 입구에서 만나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20대 여성들)도 팬인데 한 명은 법원에서 일하고 또 한 명은 외제 자동차 벤츠 매장에서 일해. 난 그냥 막 해. ‘야! 니들 뭐야!’ ‘일 안 해!’ 막 타박주거든. 다 중학생 때부터 따라다니던 애들인데 벌써 스물여섯이래. 그 친구들도 곧 결혼해서 애기 업고 오지 않겠어?
태진: 인기가 많을 때랑 아닐 때의 차이점이 피부로 느껴지겠죠?
건모: 당연하지. 인기 있을 때는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를 몰라, 다 잘해주잖아. 좀 떨어지면 그런 게 보이기 시작하지. 또 시간이 많아져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지. 인기에 연연하면 안 되지만 한 번 정도 맛보는 건 좋은 것 같아. 그런데 한 번도 (인기의) 맛을 못 본 애들도 많잖아.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복이 많은 거지.
태진: 인기가 많았을 땐 악성 루머 등으로 어려움도 있었잖아요.
건모: 마약했다는 소문으로 피 뽑고 머리 뽑고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 뻑 하면 불려가서 조사받았거든. 난 절대 그런 짓 안 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계약금을 10배로 물어줘야 하는데 미쳤다고 그걸 해. 난 놀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아. 음주운전도 절대 하면 안 되고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야. 젊어선 오토바이도 타고 싶었지. 800cc 이상을 타려면 면허가 필요해 시험 보러 갔는데 시험장에 너무 예쁜 여자가 지나가는 거야. 그거 쳐다보다 넘어져서 괜히 오토바이 수리비만 15만 원 물어주고 끝났지 뭐(웃음).
▲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건모(왼쪽)와 김태진. | ||
건모: 그래도 팬들이 노래는 다 들어. 다만 CD로 안들을 뿐이지. 어지간한 집에는 아예 CD 플레이어도 없다니까. 다 듣긴 듣는데 CD가 안 나갈 뿐 그렇게 열악한 건 아니야. 애초 통신회사하고 너무 멍청하게 계약을 한 게 문제였지. 통신사가 50%나 가져가잖아. 그걸 빨리 되찾고 불법 다운로드도 단속해야겠지. 불법 다운로드만 사라져도 많이 좋아질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라고 봐. 오래 기다리는 놈이 결국 이기는 거야. 꾹 참으면 돼.
태진: 후배 가수들이 연이어 배우로 변신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건모: 연기를 잘하면 좋아. 왜냐면 연기도 연기학원 다녀서 배우는 거니까. 그런데 못하면 쪽 팔리잖아. 우리는 신인 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콩트를 많이 찍어 가수들도 연기를 해야 했어. 그런데 난 연기는 별로야. 연기는 내가 만족하지 못해도 감독이 OK하면 끝이야. 거기에 편집도 있고. 수상 스포츠로 보면 연기는 웨이크 보드지. 누군가 끌어주고 나를 물에 빠트리려면 휙 돌려 빠트리잖아. 그래서 난 제트스키가 좋아.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돈 많이 주면 할 지도 모르지(웃음).
태진: 탄탄한 실력을 갖춘 후배 가수들도 눈에 많이 띄죠?
건모: 잘하는 애들은 많은데 살아남는 게 장난 아니거든. 1년이면 앨범이 6000장 정도 나온다고 했을 때 성공하는 건 몇 개 안되잖아. 굳이 몇 명 뽑자면 강인이 괜찮아. 그룹 멤버로 보는 게 아니라 좀 멀리 보는 거지. 멀리 보면 오래 갈 애들이 보여. 아마 서인영도 오래 갈 거야.
태진: 열악한 요즘 가요계에 희망이 있다면.
건모: 이번 앨범 타이틀곡 ‘키스’는 펑키로 흑인들밖에 못하는 정말 어려운 장르야. 요즘 순위 프로그램 가면 빅뱅 팬들 오잖아. 중학생들인데 ‘우리 엄마가 좋아해요’라고 외치는 애들도 있지만 ‘키스 너무 좋아요’라고 외치기도 해. 음악적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많이 접해 본 덕분이지.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불법 다운로드만 없어지면 진짜 더 희망적일 수도 있어. 이제 대중들의 귀가 높아졌으니까. 나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마 5년 안에 가요계가 굉장히 발전할 거야. 우린 패티김 이미자 조용필 선배 음악을 듣고 음악을 했는데 지금 애들은 정통성이 없는 미국 음악들을 계속 따오는 바람에 가요가 조금 이상해졌어. 여기에 불법까지 물렸지. 하지만 펑키도 이렇게 먹히는 시대니까 제대로 장르만 잡아서 가면 5년 이내에 가요계가 달라질 거 같아.
태진: 마지막 질문은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일 텐데 결혼은 언제 하실 거예요?
건모: 16년 동안 5만 7000번 받아 본 질문이군.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는데 대부분 이미 갔다 온 애들이야. 주위에서 그런 모습 보면서 나도 저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혼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그래도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나지 않겠어?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