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매주 수요일이 <개그콘서트> 녹화일이에요. 나머지 월, 화, 목, 금요일은 아이디어 회의와 리허설 일정으로 꽉 차있죠. 리허설만 7번이거든요. 제가 막내 기수라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작가실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소품 체크 및 선배님들 심부름도 제 담당이에요. 휴가요? 1년에 딱 1주일을 쉬죠. 그런데 그 달콤한 휴가를 맛보기 위해서 두 주분을 한 번에 녹화하려면 더 죽어나요. 원체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잘 받지 않는 편인데 막상 휴가가 되고 나니 제가 아이디어에 압박을 많이 받는구나 싶었어요. 평소엔 집에 와서 씻고 잠만 잤는데 휴가 때 부모님께 재롱도 피우고 가족들에게 잘 하게 되더라고요.”올해 말에 KBS 소속 개그맨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박지선. 그 때까지는 늘 이렇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야 한단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팀과의 돈독한 관계가 늘 힘이 된다고. 그 중에서도 지난해 말 시상식에서 당당히 사랑을 고백했던 개그맨 박성광과의 사이는 ‘30년 된 부부’나 마찬가지다. “처음엔 긴장도 되곤 했는데 ‘봉숭아 학당’코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남녀사이를 넘어서 살다가 질린 부부죠(웃음).”
결국 콘셉트가 연인일 뿐 실제로는 친한 동료일 뿐이라는 얘기. 그렇다면 박성광이 언젠가 인터뷰에서 “내 이상형은 박지선”이라고 말한 것도 속마음이 아니었을까. 이 물음에 박지선은 단칼에 “헛소리!”라며 “박성광 씨가 얼마나 예쁜 여자를 밝히는데”라며 웃는다.
선배 기수인 유세윤과 신봉선의 활발한 예능프로그램 활동을 바라보며 박지선 역시 그곳으로의 진출을 꿈꾼다. 대표적 프로그램이 <우리 결혼했어요>인데 “박성광이 내 앞을 막고 있어서…”라고 고개를 흔든다. “사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있어요. 신봉선 선배님도 항상 하는 말이 ‘동기들이 모두 잘 돼서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면 정말 좋겠다’거든요. 저도 그래요. 항상 함께 하니까 비밀도 다 알고 서로의 장단점을 아니 정말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선은 화장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고2 때 아파서 치료를 받다 부작용이 생겨 화장품을 조금만 잘못 써도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기 때문. 그는 “치료 후 대학교 2학년 때 병이 또 재발했었다”며 “그 때 엄마가 ‘같이 죽자’고 말할 정도였던 터라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개그맨으로서 분장하지 못하는 한계점에 대해서는 “그런 한계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못할 거라 생각하는 게 늘어날수록 점점 힘들 뿐이다. 내 인생에 화장이 없을 뿐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며 굳은 의지를 보인다. 그렇다면 앞만 보며 곧게 달려가는 박지선의 ‘멘토’는 누굴까. 의외로 가수 유희열을 꼽는다. “음악도 좋아하지만 유희열 오빠의 화술이 정말 좋아요. 여유로우면서도 유머가 담겨있거든요. 사실 오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청취자 대표로 두 번 출연한 적이 있는데 만나고 나서 더 팬이 됐어요! 추석 연휴 때도 문자를 보냈더니 ‘다시 볼 때까지 행복하게 지내요’라고 다정한 답문자를 해주셨어요. 정말 저의 ‘멘토’세요!”
직접 만나본 박지선은 TV에서 보다 훨씬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면을 지니고 있었다. 그 말에 “정말요? 저 연애 한 번도 못해봤는데 소개팅 시켜주세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박지선의 주위에 ‘행복 음표’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