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박진희는 술을 즐기면서도 매너까지 좋은 최고의 손님으로 꼽힌다. 오른쪽은 이범수. | ||
술집 운영자나 종업원, 혹은 발레파킹(valet parking. 발레) 담당자들은 대부분 스타들의 매너가 좋다고 말한다. 연예인이라는 특권의식에 젖어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조용하고 예의바르다는 것.
논현동의 한 스시 전문점 발레 담당자는 자신이 본 연예인 중 가장 예의바른 스타로 배우 이범수를 꼽았다. 드라마 <온에어> 촬영으로 바쁜 일정 중에서도 자주 스시집을 찾았던 이범수는 발레를 할 때마다 “오늘은 몇 시에 끝나죠?”라고 꼬박꼬박 물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발레 담당자를 배려해 미리 발레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다. 이 담당자는 “‘손님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해도 차는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마감시간 되면 퇴근하라며 돈을 건네주곤 했다”고 설명한다.
탤런트 박진희도 마찬가지. 방배동 F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인은 “술을 좋아하고 잘 먹는데 정말 예의바르다. 인사성도 밝고 매너도 좋을 뿐더러 싹싹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다니며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아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진다고. 배우 김창완 역시 방배동 H 포차 단골손님. 술집 주인은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어떤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실까. 압구정동에 위치한 R 바는 연예인들이 워낙 많이 찾는 장소이다. 쿨의 이재훈과 가수 김건모, 신동엽과 안재욱, 김상경과 홍경민 등이 짝을 지어 함께 술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상경은 음악을 좋아해서 홍경민과 자주 들러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신청하곤 했는데 결혼한 이후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신동엽 역시 대학동창인 안재욱과 함께 자주 왔지만 가정을 꾸린 후 발걸음이 뜸해졌다는 게 종업원의 설명이다. 주당으로 알려진 김건모와 이재훈은 그들만의 지정석이 따로 있을 정도. 가끔 가게 옆 길가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족구를 할 만큼 친분이 깊다고 한다.
▲ 임창정이 자주 찾는 압구정동의 한 고깃집.(위쪽), 압구정동 R 바의 노홍철 지정석. | ||
압구정동에 위치한 N 포차도 연예인들의 놀이터로 유명하다. 친한 사이인 이동욱, 심지호가 자주 와서 셀프카메라를 찍는 등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이 편히 술을 마시는가 하면 김창렬이 친한 연예인들과 함께 자주 들르는 곳이다. 발레 담당자는 “임창정은 진짜 압구정동의 단골손님이었다”며 “N 포차 근처에 새로운 주점이 들어섰는데 얼마 전에 임창정이 그곳을 찾은 걸 보니 길가와 근접한 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함께 하는 술자리가 많다고 한다. 가수 심태윤이 운영하는 S 포차와 자택과 가까운 방배동 H 포차에서 부부가 같이 소줏잔을 기울일 때가 종종 눈에 띈다.
김제동과 강호동도 잘 알려진 술친구로 방배동 H 포차에서 자주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사인이나 사진 찍기를 요청하면 흔쾌히 수락할 뿐 아니라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만들기도 하는 등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H 포차 주인의 말이다.
방배동 H 일식집은 가수 하하, 리쌍 멤버인 길, 배우 강혜정 등이 자주 찾는 집이다. 하하는 윤종신 등 친한 연예인들과 자주 오며, 강혜정은 조연급 또래 여자 연기자 4명과 항상 같이 와서 친목회를 한다고.
압구정동이나 방배동 일대는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발레파킹을 하는 업소가 대부분이다. 이런 까닭에 발레를 하다 보면 연예인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발레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연예인들이 일반인보다 더 짠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내 위치한 한 주차장 관리인은 “주차비 및 발레비 내는 걸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며칠 전에도 한 개그맨이 건너편 가게에 왔다가 발레 비용 2000원이란 말에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고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동은 골목이 좁아서 밴을 운전해서 오면 발레가 안 되고 주차를 해야 하는데 주차비보다는 발레 비용이 싸니까 ‘발레로 해달라. 안되면 가게에서 주차비를 내라’고 우기는 연예인들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예인들의 성격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간혹 특이한 연예인들도 있기 마련. 그중 압구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배우 최민수와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 호프집 매니저는 “최민수가 단골인데 술 대신 주로 ‘물’을 마시고 간다”고 말한다. 자동차 및 오토바이 마니아인 까닭에 “운전해야 한다”며 호프집에 들러 물 한 잔 마시고 가는 일이 많다는 것. 특히 얼마 전 노인폭행사건이 있던 날도 최민수가 가게에 들러 물 한잔 마시고 갔다는 매니저는 “어서 은둔생활을 끝내고 내려와 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잉꼬부부로 소문난 최수종 하희라는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아래는 신동엽(왼쪽), 강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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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90년대 최고 인기 그룹 멤버였던 가수 A는 압구정동 단골 술집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곳 종업원 중 한 명은 “A는 외상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유는 바에 앉아 있는 여성을 꾀다가 그 여성이 나가면 뒤따라 나가면서 ‘다음에 줄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외상의 대부분은 같이 오는 지인들 몫이고 A 본인은 외상을 갚았는지 여부에 전혀 관심이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술집이다 보니 꼴불견 연예인들도 다수 있다. 발레 담당자 및 술집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톱스타들은 겸손하고 매너가 있는데 오히려 한물 간 연예인이나 인지도 낮은 이들 중 꼴불견이 많다”고 의견을 모은다.
압구정동 H 음식점 발레 담당자는 “얼마 전 한 남자 개그맨이 발레를 맡기면서 굉장히 건방진 행동을 했다”며 “마치 하인 부리는 듯한 말투에다 거의 반말을 일삼았고 발레비를 줄 때도 던지다 시피해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회상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R 바의 단골손님 중엔 술주정으로 유명한 스타가 있다. 여자 연기자 B로 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지인들과 자주 온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R 바 종업원은 “B가 TV에서 술 취한 연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실제 술 마시면 연기 때와 똑같다. 아무래도 술 마시고 연기하는 것 같다. TV에서 본 것과 똑같은 몸짓과 말투로 술주정을 하는데 ‘저 사람은 연기가 아니라 실생활이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한다.
특히 B는 예쁘고 늘씬한 외모와 달리 술만 들어가면 필름이 끊기고, 자신이 술 마신 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한 중년 남자가수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남자가수 차를 타고 귀가했는데 거기서 또 일이 벌어졌다.
이 종업원은 “당시 그 남자 가수 차를 운전했던 대리 운전자한테 들은 얘기다. 운전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차 뒷좌석에서 보기 민망한 애정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유부남인 남자가수가 왜 바람둥이로 소문났는지 이해가 갔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골목 술집들의 발레를 담당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 역시 자신이 목격한 일화를 소개했다. “얼마 전에 가수 C가 왔는데 군대 다녀온 후부터 주사가 심해졌다”며 “그 가게가 창문을 열어놔 길에서도 가게 안이 다 보였다. C가 종업원 얼굴에 술잔 던지고 술 뿌리고 주사를 부렸다”고 말했다. 그날 C가 깬 술잔만도 5개라는 것. 어쩌겠는가, 연예인도 사람인만큼 술이 과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다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인 만큼 어느 정도의 자제가 절실해 보인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