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 금지옥엽> 제작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홍수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난 데다 캐릭터까지 잘 맞았던 탓에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홍수아는 1년여의 긴 공백을 지낸 뒤에서야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캐릭터에 애정이 많다보니 계속 몰입하게 됐고 그만큼 종영한 뒤 여운이 컸어요. 후유증도 남달랐는데 우울증 증상까지 나타나 고생이 많았죠.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이나 선배님들과 달리 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다음 작품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맡은 ‘재라’라는 역할은 왈가닥으로 전작에서 맡은 배역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예요.”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홍수아가 맡은 역할 ‘재라’는 말 그대로 천방지축 왈가닥이다. 하이톤 음성에 목소리가 큰 데다 말까지 빠르다. 극중 아버지인 박준규에게 대드는 장면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너무 소리를 질러 다음 날까지 목이 아플 정도란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은 건 좋은데 너무 버릇없는 아이로 비춰질까봐 또 걱정이다.
물론 이는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다. 늘 대드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박준규와는 벌써 상당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극중 부모님인 박준규 박해미 선생님, 그리고 극중 언니인 유인영 선배하고 가족 회식을 했어요. 두 선생님은 가족들까지 함께 오셔서 좋은 저녁시간을 보냈는데 박준규 선생님 사모님이 ‘우리 애 아빠가 잘 삐지는 성격이니까 잘 좀 챙겨줘요’라며 부탁하시던데요(웃음).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고 호흡도 잘 맞아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아요.”
극중 아버지에겐 늘 대드는 역할인 홍수아가 실제 아버지에게는 효녀일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너무 속을 많이 썩여 드렸다고 얘기한다.
“본래 무용을 전공하는 게 꿈이었는데 고1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고 사진 찍히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적성에 잘 맞을 거 같았어요.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는데 잡지하고 CF, 그리고 방송에 제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세요.”
아버지의 마음이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이었다. 뿐만 아니다. 중장년층 시청자가 많은 일일드라마에 이어 주말연속극에 출연하다보니 점차 중장년층 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식당 같은 데 가면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남자만 따라 다닌다고 핀잔도 많이 받았어요. 홍수아가 아닌 극중 ‘은하’에게 하는 핀잔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저는 젊은 팬들보다는 중장년 팬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게 더 기분 좋아요.”
데뷔 초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동할 땐 젊은 팬들이 많았던 터라 당시가 그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예능 프로그램에선 늘 자신이 오버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며 본업이 배우인 만큼 지금의 모습이 훨씬 만족스럽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홍수아는 서서히 배우로 거듭나고 있었다. 한때 우울증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기도 했던 그는 그마저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얘기한다. “우울증은 인간이 느끼는 우울한 느낌을 좋아하게 되는 병인 거 같아요. 빨리 극복할 수 있어 다행인데 그때의 기억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연기의 깊이를 더하고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리라 봐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