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시점 의혹
애초 경찰은 고 안재환이 지난 8월 21일 밤 11시 무렵 정선희의 친정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10시 30분경 나와 부근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자살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 안재환의 사체가 발견된 차량의 내비게이션 역시 정선희의 친정집으로 온 이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사체 부검 결과 고인의 위가 깨끗이 비어 있었다. 경찰은 정선희가 고인에게 22일 오전 아침밥을 챙겨줬으나 거의 먹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22일 오전 정선희의 친정집을 나설 때 위가 거의 비어있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정선희는 인터뷰에서 21일 밤 11시경 만난 고인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기에 저녁을 챙겨줬고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위가 깨끗이 비워지려면 최소한 하루 이틀은 굶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망 시점이 지금까지 알려진 8월 22일보다 하루 이틀 뒤일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22일 오전 안재환을 만나 감금해 굶긴 뒤 차에 데려와 연탄불을 피웠을 가능성이 시간적으론 입증되는 셈. 누군가 감금해서 굶긴 뒤 술까지 먹여 저항할 수 없게 만든 다음,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 타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안재환의 누나 안미선 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 사채 협박 여부
정선희 인터뷰의 화두는 역시 사채업자로부터 본인도 협박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인터뷰에서 정선희는 “사채업자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채업자들이 가족과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완전히 뒤엎는 발언으로 이는 경찰 수사 내용과도 대치된다. 이에 노원경찰서 측은 “이미 진술한 내용이고, 그 사채업자는 원 아무개 씨로 정선희를 만나려고 거짓말한 것일 뿐”이라며 “원 씨는 고인에게 2억 원을 빌려줬으나 법정한도인 49% 이상의 이자를 받지 않아 사채업자라 볼 수 없고 협박을 했다는 정황도 드러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정선희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사채업자는 경찰 주장처럼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라 이를 무작정 원 씨 한 명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게다가 원 씨는 “내가 (안)재환이를 협박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원 씨의 주장은 경찰 수사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정선희 인터뷰와는 차이점이 많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마무리됐던 경찰 수사가 정선희가 인터뷰에서 밝힌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새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의문은 왜 정선희가 사채업자에게 협박받은 사실을 경찰 진술이 아닌 뒤늦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느냐 하는 부분이다. 재수사를 요구할 당시 누나 안 씨는 거듭해서 “(정)선희도 같이 감금당했다 풀려났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그들 얼굴을 알 것 아니냐”며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경찰 조사에 협조하라”고 밝힌 바 있다. 정선희가 감금당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지만 협박전화를 받은 것은 본인도 인정한 만큼 그 연락처만 확보해도 수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수 있다. 반면 안 씨는 지난 10일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함께 납치됐던 정선희가 5억 원을 갚겠다고 해 먼저 풀려났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재수사가 시작된 뒤 경찰서에 출두한 정선희가 이 내용을 이미 진술했을 수도 있다. 이에 노원경찰서는 당시 진술에서 정선희가 관련 내용을 진술했지만 모두 원 씨 관련 사안이었고 협박도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선희의 인터뷰 내용을 모두 원 씨 이야기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국 경찰이 정선희의 진술을 잘못 이해해 수사 방향이 빗나갔거나 정선희가 진술 당시와 다른 얘기를 인터뷰에서 했다는 얘기가 된다.
@ 의문투성이 경찰 수사 결과
노원경찰서의 수사 내용에 대해 의구심이 집중되면서 항간에서 의도적으로 수사를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선희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뒤에도 노원경찰서 측은 “새로운 내용이 없고 수사도 곧 종결될 것”이란 입장이다. 원 씨를 비롯한 고 안재환 채권단에 대해서도 “법정 이자 이상을 받은 이들이 없는 만큼 사채업자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고 안재환 채권단 가운데 한 명인 김 아무개 씨를 연 120%의 고리로 사채업을 하며 협박 및 폭행을 휘두른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 안재환과는 대학원 동창으로 고인에게 3억 9000여만 원을 빌려줘 돌려받지 못했다. 물론 대학원 동창이라 고인에게만큼은 저금리로 빌려주고 협박 및 폭행을 휘두르진 않았을 수도 있지만 “채권단 가운데 사채업자는 없다”던 노원경찰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관할이 노원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넘어갔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노원경찰서는 이를 부인했다. 또한 고 안재환 채무 목록이 존재한다는 얘기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안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검찰에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노원경찰서는 재수사나 수사 확대 등의 계획은 없고 계속해서 안재환 자살을 수사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연예인에게 돈을 빌렸다는 제2, 제3의 루머만 양산되고 있을 뿐 진실은 좀처럼 요원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