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 고 정다빈. 그는 남자친구인 영화배우 이강희의 집 욕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터라 타살설이 제기돼 한동안 논란이 불거졌던 바 있다. 그런데 고 최진실이 자살한 날 아침, 갑자기 이강희가 자수해 정다빈의 자살이 타살로 밝혀졌다는 소문이 기자들 사이에 나돌았다. 그런데 이는 곧 악성 루머로 밝혀졌다. 소문의 진위를 묻는 취재진에 강남경찰서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인 것.
루머의 상관관계는 분명해 보인다. 고 정다빈은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고 최진실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목을 매는 방식으로 자살한 것 역시 똑같다. 고 최진실의 자살이 알려진 날 아침 이런 소문이 돌았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 이런 연관성을 활용해 악성 루머를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번 불거진 루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새로운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 이강희가 자수한 것이 아니라 자살했는데 이 얘기가 와전됐다는 게 소문의 요지였다. 더욱이 자살 당시 자신이 고 정다빈을 죽였다는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져 충격을 더했다. 물론 이 역시 사실무근이었다. 강남경찰서는 이강희의 자살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현재 그가 군복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대전 소재의 집에서 이강희의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는 “현재 (이)강희는 두 달 전에 군에 입대해 훈련을 잘 받고 있다”면서 “큰일을 겪은 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많이 안정을 되찾아 군에 입대했다”고 요즘 정황을 알렸다. 누군가 요즘 그가 활동을 중단한 것을 두고 루머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내용이다. 한 번 불거진 루머가 계속 몸집을 키우면 100% 사실무근이라는 연예계 속설이 다시 한 번 들어맞는 순간이다.
그만큼 고 정다빈의 자살은 의혹이 많았다. 전날 새벽까지 남자친구와 대동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고인은 함께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갔으나 남자친구가 잠든 사이 욕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 자살 동기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시달리며 죽어서도 루머에 시달리는 고 정다빈과 이은주(왼쪽). | ||
몇 달 뒤 고인의 유족이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장례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유가족 역시 고인의 자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결국 재수사를 요청한 것. 그럼에도 별다른 사안은 드러나지 않아 모든 수사는 종결됐다.
2000년대 들어 거듭되는 연예인 자살은 영화배우 고 이은주에서부터 시작됐다. 전도유망한 연기파 여배우의 갑작스런 자살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줬는데 그의 자살 동기 역시 불분명하다. 타살설까지 발전할 사안은 아니었지만 자살 동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것. 다만 우울증은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이모가 “서너 달 전부터 심각해져 잠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다만 고인은 유일하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특히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했다.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 자살 동기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는데 이후 유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장의 돈 문제가 아닌 상업적인 배우로 변해가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의 글귀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유서는 고인의 사생활 관련 내용이라며 상당 부분이 가려진 채 일부분만 공개됐다. 여기에 정확한 자살 동기가 적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여전히 고인의 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고인의 자살을 둘러싼 루머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동료 연예인과 연루된 모종의 사건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망에 오른 게 자살의 결정적 동기라는 얘기도 있으나 해당 연예인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어쩌면 이은주의 영결예배에서 조동천 목사가 언급한 “자살이 아니라 질병(우울증)과 싸우다 죽은 것”이 가장 정확한 사인일지도 모르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둘러싼 루머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간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은 서로 얽히고설켜 다양한 루머와 함께 또 다른 미스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경찰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명확한 수사 성과가 드러나길 기대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